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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입학금 33% 엉뚱한데 사용
입학업무 관련 비용은 14%에 불과
2017-10-10 16:49:45 2017-10-10 16:49:59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사립대학들이 신입생들에게 걷어 들인 입학금 중 일부를 입학업무과 무관한 곳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교육부가 공개한 ‘사립대 입학금 실태조사 발표’에 따르면 사립대학들은 입학금의 33.4%를 일반 운영비로 지출했다. 
 
이번 조사는 사립대들의 입학금 사용실태를 분석한 첫 사례로 전국 4년제 사립대 156개교 중 80개교가 참여했다. 
 
항목별 살펴보면 사립대학들의 입학금 지출 내역은 ▲일반 운영비(33.4%)가 가장 많았고, 이어 ▲홍보비 (14.3%) ▲입학 관련 부서 운영비(14.2%) ▲학생지원경비(8.7%) ▲입학식·오리엔테이션 등 행사비(5%) ▲기타 (3.5%) 순으로 조사됐다.
 
입학식과 신입생 지원 경비 등 입학과 직접 연관된 비용은 전체 14.6%뿐이었다. 명목상 입학금으로 걷어들였지만 이 중 일부는 엉뚱한 곳으로 새어나간 것이다. 
 
특히, A사립대의 경우 올해 신입생에게 입학금 40억원 가량을 걷었는데, 이 중 일반 운영비로만 총 17억9200만원(43.9%)을 사용했다. 입학과 관련된 곳에 사용한 비용은 4억4000만원으로 전체의 10%정도에 그쳤다. 이밖에 홍보비로 9억원(23%), 입학관련부서 운영비로 8억원(19.56%)을 각각 지출했다. 
 
일부 사립대학이 입학금을 과도하게 걷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새 정부의 대학 등록금 폐지 정책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대학 입학금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로 새 정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이미 서울대와 부산대 등을 포함한 전국 41개 국·공립대는 내년부터 신입생 입학금을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전국 사립대의 평균 입학금은 67만8000원으로 국공립대(14만3000원)의 5배에 이른다. 동국대의 경우는 102만400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밖에 한국외대(99만8000원), 고려대(99만6600원), 홍익대(99만6000원), 인하대(99만2000원) 등 일부 사립대들도 100만원에 달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입학금이 실제로 사용되는 양태를 처음으로 조사한데 큰 의미가 있다”며 “입학 실비용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는 향후 좀 더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적정하게 인정될 수 있는 입학 실비용 인정 기준과 단계적 감축 방안을 사립대학과 협의해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13일 전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단 소속 대학 기획처장 20여명과 만나 사립대학의 입장을 최종 조율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학금 폐지가 국민의 염원인 만큼 입학 절차에 실제 사용하지 않는 비용의 징수는 국민적인 지지를 받기가 어렵다는 점을 사립대학이 충분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단 회의가 열린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 앞에서 청년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고려대 총학생회 등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인 장호성(왼쪽) 단국대 총장에게 입학금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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