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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균제 걱정 NO…국내 최초 '살균수 가습기' 개발
(스타트업리포트)임충혁 코하스 대표
전문 경영인·창업 강의 교수에서 스타트업 창업 도전
"민간 스타트업 육성, 창업학교 교장이 최종 꿈"
2017-11-10 06:00:00 2017-11-10 06:00:00
[뉴스토마토 정재훈 기자] 지난 2012년부터 촉발된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화학물질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계기가 됐다. 이는 임충혁(53) 코하스 대표가 '살균수 가습기'를 개발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되기도 했다. 임 대표는 2013년 가습기 살균제가 전혀 필요 없는 친환경 살균수 가습기를 개발하고 특허출원도 완료했다. 수돗물만 넣으면 가습기가 자체적으로 살균 처리를 하는 방식이다. 앞서 '의료용 오존소독기'를 개발했던 노하우를 응용했기에 비교적 빠른 시간에 살균 가습기를 만들 수 있었다.
 
외환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원이었던 임 대표가 벤처·스타트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벤처기업의 전문 경영인으로 영입되면서다. 폴에버라는 온라인 리서치 회사와 네오바이오텍이라는 치과용 임플란트 제조 회사에서 경영을 총괄했다. 당시 이 회사들은 모두 벤처기업이었다. 특히 네오바이오텍은 현재 600억원대의 연매출을 올리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에서 벤처·스타트업 강의도 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벤처경영학과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또 2013년 9월부터는 대전의 국립한밭대학교 경영회계학부 겸임교수로 창업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 경영과 대학 강의를 통해서 이론적 바탕과 실무 경험을 두루 쌓은 셈이다.
 
하지만 임 대표는 마음 한편에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있다. 직접 스타트업 기업을 설립해 성공시키고 싶은 꿈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의 최종 꿈을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민간이 주도하는 벤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소를 보이며 임 대표는 "직접 해서 성공을 해봐야 나중에 후배들에게도 할 말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의 가슴속에는 20~30대 젊은 세대의 열정과 패기가 담겨있다. '가습기'라는 그리 새롭지 않은 아이템을 가지고 혁신을 이뤄가고 있는 그의 스타트업 창업 스토리를 들어봤다.
 
임충혁 코하스 대표. 사진/코하스
 
전문 경영인을 하다가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 2003년 온라인리서치 및 컨설팅을 하는 벤처기업 폴에버의 총괄이사를 시작으로 2005년에는 치과용 임플란트를 제조하는 벤처기업 네오바이오텍의 전문 경영인으로 대표이사를 맡았다. 벤처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관련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작업에 상당한 보람을 느꼈다. 자연스럽게 직접 회사를 창업해 도전해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2008년 지금의 코하스를 설립하고 그해 '의료용 살균 세척장치'를 개발해 특허출원을 했다. 임플란트 회사에서 일하면서 치과 등 여러 병원에서 의료도구를 어떻게 살균하는지 알게 됐다. 당시 국내에는 살균기를 생산하는 업체가 없었고, 가격도 1~2억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의 장비였다. 대형 병원에서는 그 정도 가격에 살균기를 구입해도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여력이 되지만, 개인 의원급 병원은 사정이 달랐다. 결국 간호사들이 두세 단계에 걸친 살균작업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창업 후 첫 제푸으로 크기가 작고 가격이 저렴한 살균기를 만든 계기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후 사업이 잘 안 된 것인가.
 
보는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의료용 살균기 제품으로 누적 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시제품을 만든 이후에 유통·마케팅 단계에서 온전히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직접 병원들을 돌아다니며 제품을 시연하고 홍보활동을 했다. 나중에는 입소문이 나서, 제품을 구매한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소개를 해주기도 하고 그랬다. 그러나 추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며 대량 생산에 실패했다.
 
제품력이 떨어져 투자유치에 실패한 것은 아닌가.
 
제품에 관한 피드백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벤처캐피탈, 엔젤투자 나아가 개인 투자자들에 이르기까지 제조업 기반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IT 기반의 플랫폼 등을 만드는 스타트업은 고정 생산비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또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순식간에 회사 규모가 커진다. 국내에서도 그런 사례가 종종 나오고 있지 않나?
 
하지만 제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어떤 한 제품이 성공해 대량 생산으로 이어지려면 그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고, 이후에도 후속 제품 개발과 맞물려 지속적인 재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구조다. 투자자 입장에서 제조업은 그다지 매력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제조업을 고수하고 있다.
 
투자금 회수가 오래 걸리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을지 몰라도, 제조업 기반의 벤처·스타트업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관점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면, 성공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도전하는 시장은 가습기다. 국내 가습기 시장규모는 700억~800억원 수준이다. 그나마 시장이 다시 커진 것이 이 정도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직후에는 400억원 수준까지 시장이 위축되기도 했다.
 
전체 시장규모는 채 1000억원을 넘기지 못하고 있지만, 가습기는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다. 절대 없어지지 않는 제품이란 뜻이다. 하지만 시장규모가 작다보니 대기업들은 큰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저가의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 제품 등이 대량 유통되고 있다. 믿을 만한 제품을 만들면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아주 좋은 아이템이 바로 가습기라고 생각한다.
 
살균수? 제품 설명을 부탁한다.
 
가습기의 기본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물을 끓여서 수증기를 내뿜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물은 공기에 노출되는 순간 오염이 시작된다. 그래서 가습기 살균제가 쓰이는 것이다. 정수기에 비유를 하자면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직수형 정수기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존 정수기는 수돗물이 정수 필터를 거쳐 정수된 물이 물통에 저장된다. 이 물은 화학물질 등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말 그대로 정말 깨끗한 상태의 순수한 물이다. 하지만 정수기의 물통이 오염됐다면 정수기 기능이 아무리 좋아봤자 소용이 없다. 직수형 정수기는 물통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정수된 물을 공급하는 구조다. 살균수 정수기도 마찬가지다. 가습기 안에 수돗물을 부으면 물 자체를 살균 처리해 곧바로 수증기로 기화시키는 것이다.
 
살균제가 필요 없다는 것 외에 다른 장점은 없나.
 
제품의 기본 기능은 가습기이지만, 살균기 기능도 가능하다. 예컨대 아기 젓병 꼭지 등 유아용품을 가습기에 물과 함께 넣고 작동 시키면 바로 살균이 된다. 또 크기를 작게 만들어 휴대가 가능하게 했다. 기저귀 가방에 넣고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의 사이즈다. 가습기를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살균수 가습기가 공용 가습이 아닌 개인 가습을 위한 제품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가정에서 가습기를 거실에 두고 집안 전체를 가습하는 식으로 사용했다. 이런 방식은 가족 구성원간의 개인차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살균수 가습기는 개인용 가습 방식에 최적화된 형태와 기능을 구현했다.
 
제품 유통과 판매는 잘 이뤄지고 있나.
 
가습기 가격을 12만9000원으로 설정했다. 1~2만원대 초저가 제품에 비하면 싼 가격은 아니다. 그러나 제품에 적용된 기술과 원재료 등을 고려하면 결코 비싼 가격도 아니다. 무엇보다 좋은 제품을 무리하게 가격을 낮춰 박리다매 하고 싶지는 않다. 한 대형 가전 유통점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한 적이 있다. 소비자들 반응이 좋아서 입점 협상을 했는데, 공급 가격을 터무니없이 낮추더라. 그렇게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는 없겠다고 판단해서 협상을 접었다. 현재 판매는 인터파크, 지마켓 등 온라인몰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올해 재창업 수준의 재도약을 선언했는데.
 
의료용 소독기 이후에 사업이 조금 주춤했던 것이 사실이다. 올해는 살균수 가습기에 주력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연말까지 5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어 이듬해에는 매출액 10억원이 목표다. 소박한 목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제조업 스타트업이 매출 5억원, 10억원을 기록하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일이다.
 
국내 시장은 규모가 작지만 해외 가습기 시장은 규모가 상당하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내륙지역은 날씨가 건조하기 때문에 가습기가 1년 내내 필요하다. 향후 해외 시장 공략에도 힘을 내기 위해서라도 국내에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는 일이 급선무다. 사실 이미 여러 차례 해외 바이어들과 접촉해 수출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국내 판매량이 아직 크지 않기 때문에 바이어들이 계약을 주저해 성사되지 못했다.
 
꿈이 무엇인가.
 
어렸을 때 꿈은 서당의 훈장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겸임으로나마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니, 반 정도는 꿈을 이룬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창업학교'를 만드는 것이 최종 꿈이다. 민간 벤처·스타트업 창업지원 기관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지금 대학에서도 창업 관련 강의를 하고 있지만, 이론적인 부분에 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내 스스로 벤처·스타트업을 성공시키고, 이런 과정에서 겪은 노하우 등을 창업학교를 통해서 나눠주고 싶다.
 
살균수 가습기. 사진/코하스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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