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작년초만 해도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위기상황에 있었다. 2013년 45명 수준이었던 애널리스트 수가 20명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인력의 이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4월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부임한 이후 분위기를 추스리고 우수인력을 확충하는 등의 노력이 진행되면서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 센터장은 리서치센터 역할이 증권사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증권사가 기업금융이나 영업활동을 하려면 주요 업종과 종목, 각종 자료들의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증권사에서 리서치센터가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발간하는 자료의 질적 수준을 높여 고객에게 신뢰받는 리서치센터기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는 김 센터장을 만나 올해 국내증시의 상승세와 내년 전망, 리서치센터 발전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내년 증시전망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화투자증권
-올해 코스피는 2500선을 돌파하는 등 수년간의 박스권에서 벗어났는데.
현재 코스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 생겨났던 디플레이션 공포에서 벗어나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빅데이터, 암 치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기대감이 글로벌 증시 전반적으로 퍼지고 있는 점도 올해 상승세의 원인이다. 4차산업혁명 흐름이 확산되면서 관련 기업들도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반도체, 바이오 산업 등이 상승 사이클을 이끌고 있다.
-내년 코스피, 코스닥을 전망한다면.
올해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보였다면 내년에는 다소 다른 흐름이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선진국 증시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어느 정도 조정 가능성은 늘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조정을 넘어 약세장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점에서 코스피는 2800선까지는 상승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다. 코스닥은 따로 지수전망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제약, 바이오 종목들이 대거 포진해있어 코스닥 지수 전망은 제약, 바이오 업종 전망과 다를 게 없다.
-향후 투자전략, 국내증시에 영향을 미칠만한 글로벌 변수는.
가장 중요한 글로벌 변수는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에 중국과 유럽이 언제 어떤 속도로 긴축흐름에 동참할 지 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미국의 긴축은 시장에서 이미 어느 정도 반영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국내증시는 반도체, 바이오 등의 주도 종목이 계속 강세를 보일지 아니면 로테이션이 일어날지에 대해 업계에서도 논쟁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로테이션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소외된 종목으로 관심을 옮기는 게 좋다고 본다.
-올해 국내증시는 일부 종목 위주로 올랐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의견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올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이 별로 없다. 특정 종목 몇 개가 지수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국내증시에서 지수 안정성이 문제가 될 소지도 있다. 주요 증권사들이 내년 증시전망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데 이런 시각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내증시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있는가.
특별하게 디스카운트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디스카운트가 있다는 분석도 많은데,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예로 들고 있다. 그런데 국가별, 산업별로 상황이 달라서 정확한 분석이 어려울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러시아 증시는 주요 증시 중 가장 저평가됐지만 이는 국영기업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국영기업은 밸류에이션 평가가 낮다.
업종 내에서의 분석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비교할만한 글로벌 기업은 아마존, 애플 등인데 직접 비교하기가 어렵다. 물론 종목 분석에 있어서 해외 사례를 참고하고 비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칫 결론에 끼워맞추기식 분석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도 디스카운트로 보는 시각이 있다. 선진국에 비해 국내증시의 배당성향이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주요 기업에서 배당확대를 할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김일구 센터장이 리서치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온 지 1년7개월가량 지났다.
애널리스트는 혼자 종목과 업종을 분석하고 고민하다보면 밤을 새는 등 혼자 일을 하게 된다. 그렇게 20년을 지내다보니 조직관리라던가 조직의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은 거의 없다시피 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 리서치센터 소속 애널리스트들이 혼자서도 업무를 잘 수행하고 회사 내 여러 도움으로 인해 센터장이 굳이 나서야 할 일이 별로 없이 지내온 것 같다.
증권가 전체적으로 몇년간 애널리스트 수가 감소했다. 이 과정에서 시니어들이 나가고 주니어들이 들어오면서 인적 구성도 변화됐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안정화 단계로 들어서면서 증권가 애널리스트 수가 급격히 변화될 것 같지는 않다.
-리서치센터 운영에 있어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고객에게 신뢰받는 리서치’가 현재 추구하는 최고의 목표이자 가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애널리스트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매우 중요하다. 리서치센터장으로 애널리스트들이 다른 것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아울러 리서치센터에 전문성 있는 애널리스트로 구성될 수 있도록 하는 점에도 역점을 두겠다.
-얼마전 ‘목표주가 괴리율’ 제도가 시행됐는데 증권가에 미치는 영향은.
괴리율 공시제도가 생겼다고 해서 애널리스트들의 행동이 당장 바뀌는 것이 아니다. 국내 애널리스트들이 해외 애널리스트에 비해 실적추정이나 목표주가를 높게 잡는 낙관적인 경향이 있기는 하다. 현재와 같이 주가상승 시기에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주가가 오르지 못하거나 하락하는 시기가 오면 애널리스트들이 괴리율 확대를 막기 위해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실적추정과 목표주가 조정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사진/한화투자증권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SNS를 통해 여러 사람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다는 건 장점이지만, 정보가 너무 쉽게 소비되고 버려진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렇지만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고객이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서비스를 원하는지 파악하고 변화할 줄 알아야 한다. 고객들이 SN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면 나도 그 변화에 맞춰야한다.
-증권업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젊은 시절만 하더라도 앞으로 공무원, 교수, 직장인 외에 다른 진로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학부를 졸업하고 석사 수료, 군 제대를 하고 나니 20대 후반에 첫 직장을 경제연구소로 가게 됐다. 그 전에는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는데,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됐다. 요즘은 대학입학 전, 또는 대학 재학 중 자신들의 구체적인 미래를 그리고 준비하는데 좋은 흐름인 것 같다. 다만 나는 아는 게 없이 작해서 그런지 흥미로운 상태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데 요즘은 어느정도 알고 시작하니까 빨리 지치고 빠른 시점에 승부를 내려고 하는 경향이 보이는 듯 하다.
-내년 주요 계획은.
계속하고 있는 리서치센터의 독립성과 전문성 향상을 위해 내년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그 외에 글로벌 투자를 위한 가이드 역할도 본격적으로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금융에 대해서 쉽게 설명하는 책을 집필하려는 계획도 있다. 금융이라는 건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예전부터 시도하려고 했었다. 예를 들면 오즈의 마법사, 골디락스 등 동화에 비유를 하면서 대중들이 금융에 대한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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