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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가득 '떡', 평범함 거부하고 예쁘게 디자인"
(사회적기업가를말하다)석지현 떡찌니 대표
자체 브랜드 '명동 떡볶이' 홈쇼핑 판매…인증 받은 쌀·국산 고추 등 재료 가장 신경써
"인도네시아 쇼핑몰 입점·직영 매장 1곳 추가가 올해 목표"
2018-01-23 15:40:34 2018-01-23 15:40:34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떡찌니'는 쌀로 사회적 가치를 빚어낸다. 떡볶이, 떡케이크, 떡국세트를 제조·판매하는데, 직원 7명 중 4명이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이다. 일자리창출형 사회적기업으로 지난 2012년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았다. 석지현 떡찌니 대표는 어린 시절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다 정부의 자활사업을 통해 자립했다. 당시 받은 사회적 도움을 되돌려주겠다는 꿈을 품은 채 오늘도 떡볶이를 만들고, 택배 포장을 하며 분주하게 뛰어다닌다. 지역사회 기부 등으로 나눔 활동을 실천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사회적기업 7년째인 떡찌니는 연매출 4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자체 떡 제조 공장 시설을 갖췄으며, 해외 수출을 시작했다. 공익포털인 '네이버 해피빈' 1차 공감펀딩에서는 목표액 300만원을 훌쩍 넘어 883만원을 달성했다. 석 대표는 "사회적기업 지원이 끝난 지금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판로 개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도곡동에 있는 사회적기업 '떡찌니'. 사진 제공=떡찌니
 
떡찌니 어떤 회사인가.
 
영양 가득한 떡을 만드는 기업이다. 국내산 재료와 농산물로 예쁘고, 전통 감각과 현대의 트렌드가 어우러지는 떡을 만들고 있다. 제조부터 판매를 다하고 있다. 도곡동 매장에서는 떡볶이 등을 판다. 경기도 광주에는 330㎡(100평) 규모의 자체 공장이 있다. 디자인을 전공해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사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예쁜 떡을 파는 곳은 흔치 않았다. 아버지가 떡을 만드는 방앗간을 하신 것도 영향이 있었다. 베이커리는 예쁘게 디자인하고 포장하는 게 많은데, 떡도 예쁘게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일반 창업으로 시작했다. 창업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셨는데, 열매나눔재단에서 창업 대출을 할 때 사회적기업 관련 내용이 있는 포스터를 보고 그런 기업이 있다는 걸 알았다. 기업을 하면서 사회적가치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는 결심이 섰다.
 
현재 60세 이상 2명과 장애인 친구 2명 등 모두 7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장애인 채용은 대부분 지역 복지관에서 소개받았다. 일반 채용은 공고를 내는데, 일반 근로자 중에도 사회 취약계층이 많다는 사실을 느꼈다. 경력단절여성 등 어떤 체계로 분류되지 않는 어려운 분들은 우리 주변에도 정말 많다는 거다.
 
 
떡찌니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기술보다 앞서 재료가 중요하다. 떡볶이의 80~90%가 쌀이다. 경기농업기술원과 협약을 맺어 인증받은 쌀을 계약 재배하고 있다. 1년 물량을 확보해서 떡을 만든다. 고춧가루도 경북 영양군 국내산만 쓴다.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공인기술도 이전받았다. 굳지 않는 떡 제조 기술, 조청 제조 기술, 칼슘떡 제조 기술이다. 단체주문을 하는 떡류는 당일생산 당일판매만 한다. 주문계획생산인데, 주문이 많으면 밤을 새서 만든다.
 
 
사회적기업 7년차다. 현재 재정 상황은.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기업으로 2012년 12월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았다. 지금은 최대 지원기간인 5년이 지나 재정 지원은 받지 않고 있다. 5년 동안은 연차별 차등 비율을 적용받아 근로자 급여를 지원받았고, 사업개발비 형태로 제품 패키지 개발, 동영상 제작 등을 지원받았다.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됐다. 현대백화점 사회적기업관에 들어가 명절마다 판매하는 등 판로개척 지원도 있었다.
 
아직도 아슬아슬하게 운영하고 있다. 공장 확대, 수출 시장 공략 등 사업을 확장 중인데, 마라톤을 하는 것과 같다. 쉬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야한다.(웃음) 성장하는 한편 힘이 들기도 한다. 사회적기업 지원이 끝난 지금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판로 개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출이 계절마다 기복이 있는 편인데, 판로를 늘려 기복을 줄여야 한다.
 
연 매출 4억원이 조금 넘는다. 작년 홈쇼핑에 진출했고, 현재 수출도 진행 중이다. 2016년 겨울에 싱가프르로 상품을 배에 실어 보냈는데 도착한 건 2017년이다.(웃음) 첫 수출 시작으로 싱가포르에는 3번 나갔다. 제품명은 '명동 떡볶이'다. 한번 나가는 물량이 매출 1200만원가량이다. 프라이팬에서 바로 조리해 먹는 떡볶이다. 올해는 인도네시아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 가장 큰 성과를 냈지만, 제일 많이 힘들었던 한해이기도 하다. 사업을 확장하다 보니까 준비하는 과정도 많고, 자금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지난해 6월 떡찌니공장이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을 힘들게 받았다. 자금도 좀 들었는데, 대형유통채널에 입점하려면 필요한 부분이다.
 
풍족한 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한 게 아니다. 초반 창업할 때 도곡동 매장에서 떡을 만들고, 판매하고, 테이블 하나 두고 장사를 했다. 이 공간이 전부였다. 지금은 도곡동 매장은 떡볶이를 고객에게 파는 공간이고, 공장은 이 근처에 있다가 경기도 광주로 옮겼다. 시설 규모를 확충하는 등 외형적인 성장을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재정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았다.
 
재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대출이다.(웃음) 실질적으로 다른 도움을 받기는 어려운 편이다. 실제 사회적기업 중에 대표의 대출 채무 비율이 높은 곳이 많은 것으로 안다. 자본금은 부족하고 성장하려면 자본이 필요한데, 이를 충족하려면 부채만 늘어난다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다. 떡찌니는 공장 확충할 때 자동화 라인을 만들면서 작년도에 가장 많은 대출을 했다.(웃음) 제일 힘든 부분이다. 단순 노무를 위해서도 기계·설비는 필요하다. 기계가 들어와도 사회적일자리가 줄어드는 거 아니냐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기계 시스템이 갖춰져야 일하시는 분들도 육체적으로 힘이 덜 든다.
 
재정이 어렵지만 지역사회 후원도 지속하고 있다. 예전에는 남은 떡을 지역 복지관에 기부했는데, 지금은 주문계획생산이라 복지관 행사 등이 있을 때마다 따로 떡을 만들어서 기부하고 있다. 복지관의 경우 저희 직원이 다니는 곳이기도 하다. 떡찌니가 지역사회 안에서 공동체의 한 부분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기부를 통한 유대관계를 맺는 것은 중요하다.
 
 
올해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
 
인도네시아 쇼핑몰 입점이 목표인데, 현재 사업 검토 단계다. 직영점 매장 1곳을 더 내는 것도 올해 목표다.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조금씩 성장할 생각이다. 경기가 워낙 침체돼있는데 큰 확장보다는 내실 다지는 해가 됐으면 한다. 토끼 2마리가 '쿵떡쿵떡' 떡을 함께 만드는 이미지를 직접 디자인했다. 명함에도 그려져 있는데, 토끼가 함께 힘을 모아 떡을 만드는 것처럼 가치를 직원과 함께 만드는 게 꿈이다. 때로는 손님과 어울릴 수도 있다. 함께 나누는 삶을 꿈꾼다.
 
석지현 떡찌니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떡찌니 매장에서 포즈를 취고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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