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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가상화폐 사용 5년 뒤 보편화"
"블록체인·가상화폐 뗄 수 없는 관계…규제시 4차 산업혁명서 낙오"
"건전한 거래생태계 구축해야"
2018-01-24 08:00:00 2018-01-24 08:00:00
[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글로벌 리서치기업들은 5년 뒤 가상화폐 사용이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우리나라도 빨리 건전한 가상화폐 거래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을 맡고 있는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22일 작년 말부터 이슈로 떠오른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의 전망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우선 오 회장은 가상화폐를 '인터넷2.0' 시대의 산물이라 평가했다.
 
그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등장에 대해 "온라인에서의 각종 정보교환과 거래가 정보기술(IT) 기업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인터넷1.0' 시대와 달리 언제 어디서나 쌍방향으로 이뤄지는 인터넷2.0 시대에 접어들면서 등장했다"며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의 등장으로 인터넷2.0 시대에서 완전히 새로운 산업구도가 탄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이 22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가상화폐 정책에 대한 의견과 발전 방향 및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문지훈 기자
오 회장은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한 정부의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 규제 검토를 비롯해 "블록체인 발전은 장려하고 가상화폐 시장은 규제하겠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 등에 대해 "기술의 속성을 전혀 모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갈했다.
 
그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을 만드는 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 등이 소요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하는 것이 가상화폐인데 '가상화폐 시장에 투기꾼만 붙으니 폐쇄하겠다'는 것은 속성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특히 오 회장은 이같은 우려를 영국의 '적기조례'에 비유해 설명했다. 적기조례는 차량의 속도를 제한하기 위해 1865년 영국에서 시행된 법률이다. 차량에 탑승한 3명의 운전수 중 1명이 붉은 깃발이나 붉은 등으로 차량 이동 여부를 알려야 했다.
 
그는 "영국이 30년간 적기조례를 시행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동차를 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독일에 내줬다"며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해 규제 일변도의 자세를 취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 대열에서 낙오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했다.
 
오 회장은 이같은 결과를 피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가상화폐 시장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은 2014년 가상화폐 거래소 마운틴콕스의 비트코인 도난 사건을 계기로 작년 가상화폐 거래소 자격요건을 만들었다"며 "그 결과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가상화폐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등 건전한 거래 생태계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제도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가상화폐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작년 4월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가상화폐가 거래수단으로 인정되는 법정화폐는 아니지만 가치 저장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화폐로 정의했다. 가상화폐를 엔화와 같은 법정화폐에 준하는 지불수단으로 인정한 것이다.
 
미국 주정부 감독협의체(CSBS)도 가상통화를 '가치 교환·저장 및 회계 단위의 수단으로 사용 가능하지만 법정통화 지위가 없는 전자적 단위'로 정의해 일본과 유사하게 규정했다.
 
오 회장 역시 가장 먼저 가상화폐의 성격을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장 먼저 가상화폐가 화폐인지 금융상품인지 성격을 규정해야 한다"며 "가상화폐가 디지털 전환시대에 나온 것인 만큼 화폐의 성격이 강하지만 금융상품처럼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금융상품으로도 볼 수 있는 양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가상화폐의 성격을 규정한 뒤 제도권에 편입해 건전한 투자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가상화폐가 자금세탁이나 불법거래 등에 이용되지 않도록 신원 확인 제도 또는 해킹 방지 시스템 등을 갖춘 거래소만 인정해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오 회장은 가상화폐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투자자들이 가상화폐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가상화폐를 평가하는 회사들이 생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가상화폐의 종류만해도 1350여개에 달하는데 실제 시중에 거래되고 있는 가상화폐만 600여개"이라며 "상당수가 가상화폐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투자해 시세조작 등에 휘말린다. 가상화폐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하고 '묻지마 투자'를 막기 위해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 회장은 현재 600여개인 가상화폐 종류가 "앞으로 옥석을 가리는 과정을 통해 시장의 수요가 있는 가상화폐만 살아남을 것"이라며 100~200개가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했다.
 
가격 폭등과 폭락을 거치며 '거품 논란'을 겪고 있는 가상화폐 시세 역시 장기균형 수준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가상화폐 가격이 작년과 같이 급등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가상화폐가 2009년 처음 등장한 이후 작년 4월부터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작년 말 비트코인 가격이 2만 달러 가까이 갔던 것은 거품이라기보다는 오버슈팅"이라며 "현재는 적정 시세가 형성돼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오 회장은 5년 뒤에는 가상화폐의 사용이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일본의 일부 백화점과 전자제품 양판점, 중고차 판매업체들은 가상화폐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그는 "현재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시장은 7800여개이며 가상화폐를 실제로 취급하는 곳도 2만여개 정도로 늘어났다"며 "우리나라에도 150여곳에서 가상화폐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왼쪽)이 작년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화폐와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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