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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교육은 섬세한 작업, 현직 교사 출신이 교육감 맡아야"
"일반고 교실 붕괴 심각…입시경쟁·고교서열화 깨고 성취동기 찾아줘야”
"외고·자사고는 특권학교…정의원칙 위배 일반고로 바꿀 것"
2018-02-22 06:00:00 2018-02-22 06: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오는 6월13일 17개 시도교육감이 새로 선출돼 문재인 정부와 4년간 호흡을 맞추게 된다. 현재 서울은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재선 도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진보진영에서는 이성대 전 전교조 서울지부장(58)이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졌다. 1987년 교사생활을 시작한 이 전 지부장은 지난 1989년 전교조 가입을 이유로 해직됐다. 2015~2016년 전교조 서울지부장을 거쳐 현재는 전교조 서울지부 대외협력실장과 서울교육단체협의회 공동집행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교육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교육을 책임지겠다고 강조하는 이 전 지부장을 만나 각오와 비전을 들어봤다. <뉴스토마토>에서는 서울시교육감 후보들을 차례로 만나 그들의 포부와 정책을 소개한다.(편집자주)
 
지난 2011년 영등포고등학교 재직 당시 이성대 전 전교조서울지부장. 사진/이성대 전 전교조서울지부장
 
서울시교육감에 선거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평생 교직에 있었다.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선거에 뛰어든다는 건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 주변에서 출마를 권유할 때마다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평소에 현직 교사 출신의 교육자가 서울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특히,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실망이 컸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아쉬웠나. 
 
대학교수 출신인 조 교육감이 서울의 초중등 교육을 이끌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상당히 아쉬웠다. 그중에서 영훈국제중 재지정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일선 학교에서 근무한 교육자 출신 교육감이었다면 절대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영훈국제중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란 극단적인 두 명의 보수 인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중학교는 의무교육 과정인데, 전국 어디에도 없는 특권 중학교를 세워서 엄청난 경쟁 교육을 유발시켰다. 조 교육감의 결정은 그런 특권 중학교를 인정해준 꼴이 됐다. 
 
서울시교육감으로서 본인의 강점은 무엇인가. 
 
교육은 굉장히 섬세한 작업이다. 정책의 큰 방향도 있지만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과의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때마다 반대입장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근데 학교현장에 있어보지 않은 교육감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설득하기가 어렵다. 그동안 교육 현장에서 학생과 학부모, 많은 동료교사들과 소통하면서 지내온 현장경험은은 나만의 강점이다. 단순히 학교에만 있었던 게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을 어떻게 개혁해야 좋을지 끊임없이 공부하며 일선의 교육 운동가로 살아왔다. 

현재 교육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일반고의 교실 붕괴다. 수업을 하면 한 반에 절반 이상이 잠을 잔다. 처음에는 학생과 대화도 하고 설득도 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교사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학생들이 왜 조는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이유를 알아야 했다. 영등포고등학교를 포함해 인근 5개 일반고 학생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를 했다. 결과는 성취동기가 사라진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명의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들도 저마다 고민이 많다. 하지만 현재의 서열화된 고교중심체제에서는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우선 자사고와 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 자사고와 외고같은 특권학교는 정의의 원칙에 위배된다. 자신의 노력에 의해 학교를 가고 못가는 것이 아니라 학비를 부담할 수 있는 학부모들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부터 넉넉한 아이들까지 모두 같은 학교 같은 학급에서 공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하향평준화를 지적하는데 오히려 교육적으로는 사다리효과가 발생한다. 성취동기가 사라진 아이들은 자기보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를 보며 자극을 받고,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은 뒤에서 쫓아오는 친구를 보고 자극을 받는다. 서로서로가 이끌어 주는 관계가 형성된다. 사회통합 관점이나 교육학적 관점에서도 이런 이질집단을 구성하는 게 옳다. 
 
두 번째 교사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교사들의 연수를 강화해야 한다. 교사가 원하면 대학교에서 1~2년간 공부해서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는 학교에서 연구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할 수 있도록 필요 비용을 지원해주는 방법도 있다. 현행 승진제도도 개선해서 질 좋은 수업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라던지 학교 생활지도 부장을 맡아 고생하시는 분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지난 2011년 과천대공원에서 열린 영등포고등학교 단축마라톤 대회에서 당시 이성대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이성대 전 전교조서울지부장
 
자사고와 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했는데, 반대가 상당하다. 
 
일반고가 붕괴된 근본적인 뿌리는 입시경쟁에 있다. 입시경쟁 교육이라는 건 반드시 실패자를 동반한다. 현재의 대학 입시제로를 둔 상태에서 학부모들은 당연히 명문 대학교에 진학할 확률이 높은 명문 고등학교를 선호한다. 그런 학교를 폐지하는데 분명히 반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사고 외고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일반고를 살리기 힘들다. 자사고 외고 폐지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을 만날 생각이 있다. 밤샘토론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서울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으로 공교육에 대한 입장을 전달할 생각이다. 설득을 못하면 두 번, 세 번씩 만나서 학부모님들을 이해시켜야 한다. 
 
교육자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서울 초·중등교육을 어떻게 바꿀 생각인가. 
 
교육의 많은 부분은 중앙정부에서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감으로서 할 수 있는 부분의 한계는 존재한다. 중앙정부가 학생들이 정규 수업 시간을 조금 줄이더라도 방과후에 보다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서울의 경우 각 지역별로 방과후 교육센터를 활성화시켜 아이들이 창의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또는 각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캠프라던지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학교 비정규직 문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아직 1만여명의 비정규직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상시근로를 하는 분들은 모두가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한다. 학교 비정규직 문제는 교육적으로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 학교 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란 이름의 차별이 존재한다면 민주주의, 노동, 인권, 평등을 가르치는 부분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아무리 인간의 평등을 가리킨다 한들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국적으로 해마다 4만~6만여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떠난다. 그 학생들을 돌봐줘야 한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국가적 혜택을 누린다. 하지만 학교를 떠난 아이들은 더 많은 돌봄이 필요한데도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다. 또 해마다 수백여명의 청소년들이 자살을 하는데, 원인조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교육이 후진국형에 머물러 있는 이유다. 교육체제도 대량생산으로 가다 보니 모든 아이들을 학교에 들여보내고 따라오는 학생은 챙기고, 낙오되는 학생들은 책임지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도 선진국형의 책임교육으로 가야된다. 결국 한 명의 학생까지도 정성을 다해서 보살펴야 한다. 서울시민들의 지지를 받아 교육감이 된다면 4년 동안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겠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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