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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송기호 "송파 필승으로 반대만하는 정치세력 근거지 탈환"
"나그네 아닌 토박이로 현안 극복" 지역밀착형 일꾼 강조
2018-04-11 11:29:19 2018-04-11 14:06:08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 송파을이다. MBC 기자 출신인 국민의당 최명길 전 의원이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으며 무주공산이 된 송파을은 여권이 기대를 거는 강남벨트 전략지. 더 이상 ‘보수정당의 텃밭’이 아니라는 것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최 전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후보가 없는 상태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지만, 이후 탈당해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으로 합류했다. 민주당은 “이번엔 완벽하게 탈환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당내 경선 대결을 펼칠 후보는 3선 의원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과 송기호 변호사다. <뉴스토마토>는 송파을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소속 2명의 예비후보를 3~4일에 걸쳐 만났다.
 
더불어민주당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예비후보인 송기호 변호사. 사진/송기호 선거사무실
 
“송파 떠나면 갈 곳이 없어요.” 집도 직장도 송파이고, 자녀 모두 송파에서 나고 자랐단다. 22년하고도 열 달을 넘게 송파 주민으로 지낸 송기호 변호사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나선 송 변호사를 만난 건 지난 3일 오전 10시. 송파구 삼전동 그의 선거 사무실에서다. 당 로고가 선명한 파란색 점퍼를 입은 그가 직접 우린 녹차 한잔을 내준다. 출근 길 유세를 이제 막 마치고 돌아왔다는데 도무지 피곤한 기색이 없다. 송 변호사는 이날 오전 7시 출근길 시민들과의 스킨십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음료수를 주시는 어머니, 꽃을 건네는 꽃집 남자 사장님, 한분 한분이 모두 피로회복제인걸요.”
 
송 변호사는 요즘 주민들을 빚쟁이처럼 따라다닌다고 했다. 유난히 ‘나그네 정치인’이 많았던 송파을 지역민심을 깊숙이 파고들기 위해선 쓴 소리부터 들어야한다는 이유다. “만나는 분들마다 송파을의 정치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이른바 손님들, 나그네가 많았던 탓에 지역 안에서 성장하고 지역과 함께 현안 극복을 위해 씨름할 리더십이 부재했다는 겁니다.”
 
지역밀착형 후보로 알려진 송 변호사는 작년 10월 민주당의 송파을 지역위원장까지 맡으면서 지역 조직력을 쌓아왔다. 그는 특히 당내 계파에 구애 받지 않고 지역위원장의 독점적 지배구조를 막을 수 있는 지역대의원의 상향식 선출제를 확립시켰다. 각 동별 정책토론회도 수차례 개최해 지역현안을 나눴다.
 
더불어민주당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예비후보인 송기호 변호사가 3일 지역을 돌며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송기호 선거사무실
 
산적한 현안은 그의 고민을 키웠다. “송파는 서울의 대표적인 중산층 지역입니다. 최근 개발이 많이 됐어요. 위례신도시, 문정동 법조단지, 롯데월드, 잠실 국제문화교류복합단지 등이 대표적이죠. 가장 큰 문제는 교통대란입니다. 골목상권 활성화도 시원한 해법이 필요합니다. 당장의 민생고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우선이죠. 탄천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문제도 난제입니다.”
 
당선을 전제로 송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가 궁금했다. 내친 김에 물었다. 송 변호사는 “매력 있는 송파로의 변신을 기대해도 좋다” 했다. 교통문제는 탄천동로(지하도로)를 활용해 위례에서 나오는 차량을 도심 외곽으로 분산시켜 혼잡구간과 병목구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탄천의 시민 접근로를 만들고 습지보존지역 하류인 탄천수질을 개선해 깨끗한 탄천을 만드는 방법도 구상 중에 있다고 했다. 골목상권의 문제는 송파구청과 협력해 송파 내에서 쓸 수 있는 지역화폐인 ‘송파사랑상품권’ 도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대안화폐, 공동체화폐 등으로 통용되는 지역화폐가 이미 외국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지금은 없는 송파사랑상품권을 유통시키고 석촌호수라는 중요한 백제고궁 관광자원과 인근 골목상권과 연계시키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와의 소통도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한강으로 유입되는 탄천은 송파와 서울시가 공유하는 공간인 만큼 서로의 공감 없이는 어떤 정책도 실행이 어려워서다. 박원순 시장과는 자주 만나 현안을 논의한다고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인 송 변호사는 서울시 자문변호사로도 활동한 경력이 있다. 송 변호사는 “박 시장도 탄천을 서울 시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습지보전지역인 탄천의 재발견을 통해 생태와 사람이 공존하는 새로운 환경모델을 같이 디자인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정계에 입문한 건 불과 7개월여다. 민변 활동에 집중하던 그는 정치는 늘 먼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결심이 선 건 광화문에서다. 촛불정신을 구체화해서 삶의 질을 바꿀 정치를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북유럽식 정치에 대한 막연한 바람은 있었어요. 생활과 정치가 아주 밀접한 구조예요. 정치인으로 살다 다시 생활인으로 돌아갑니다. 본인이 직접 운전도 하면서요. 아주 평범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지역과 국가의 방향을 잡아가는 그런 정치를 그립니다.”
 
문재인정부의 성공은 누구보다도 간절히 응원한다는 송 변호사다. “누가 문재인정부의 복심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도덕성과 유능함을 동시에 갖추고 문재인정부 성공의 의미를 만들 사람이 국회에 가야한다고 봅니다. 트럼프 통상압박이 거세지는 지금 당에는 통상전문가가 있어야 합니다.”
 
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이 된 송 변호사는 ‘자유무역협정(FTA) 전문가’로도 알려졌다. 과거 농민운동 경험을 살려 2008년 한미 소고기협상 때 정부가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를 담은 미국 식품의약청(FDA) 보도자료를 반대로 번역한 사실을 밝혀냈다.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될 당시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의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통상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고 했다. ‘합리적 중산층’이 대부분인 송파을이 문재인정부 성공을 위해 뛸 새 인물, 유능한 사람을 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합리적 중산층은 특히 목표를 명확하게 정립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합니다. 송파는 시민과 소통을 통해 일자리 중심의 통상정책, 그리고 송파의 비전을 공유할 대표를 선택할 겁니다.”
 
국회에 입성한다면 1호 법안은 ‘일자리 중심 통상절차법’이 될 거라고 했다.
 
“통상이라는 건 국민경제와 일자리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제조업 일자리가 자꾸 줄어드는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해외에 뺏긴 일자리 되찾기(Bring back jobs)와 같은 정책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통상절차법이예요. 통상의 목적과 과정을 규율하는 법을 개정해서 우리나라 통상의 일차적 목적이 단순히 수출과 수입 물량을 늘리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시민의 삶에 직결되는 일자리를 늘리고 영향을 분석하고 싶습니다. 일자리 중심의 통상정책이 자리 잡도록 말이죠.”
 
현재 정부의 통상정책은 수출·수입 중심의 무형지표와 같은 외형적 규모 관점으로만 접근하는데 이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직결되는 고용 지표 중심의 통상을 추진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는 얘기다.
 
송 변호사가 살아온 길이 궁금했다. 그는 화가 천경자의 고향 고흥에서 나고 자랐다.
 
“당시는 전기도 안 들어오는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흐르는 은하수 강물과 반딧불만으로도 행복한 유년기였죠. 그러다 광주로 유학을 갔습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겪은 고3때 저의 삶은 짓이겨졌습니다. 이내 현실에 대한 울분이 터져버렸습니다. 갈등이 컸습니다. 세상을 깨어가는 책무와 부모님 사이에서였죠. 타협한 게 대학졸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졸업 후엔 곧장 가톨릭농민회로 가 본격적인 농민운동에 뛰어들었고 그 때 아버지가 받은 충격은 컸을 것으로 압니다. 돌이켜보면 순탄치만은 않았던 시간이었네요.”
 
그는 정치인으로서 살아남는 것에 집중하진 않겠다고 했다. 길게 보고 가겠다고 했다. 그가 꿈꾸는 정치라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가장 우선시하는 경제와 질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지금의 정치는 송 변호사가 생각하던 정치와 100% 일치하진 않는다고 했다.
 
“광화문 촛불혁명 이후 시민들은 더 이상 분열이 아닌 더 나은 경쟁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 반드시 승리해서 무조건적으로 반대만하는 정치세력의 근거지를 탈환하고자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예비후보인 송기호 변호사와 아내 김성희씨가 3일 지역을 돌며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송기호 선거사무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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