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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동승자가 편안함을 느껴야 잘하는 운전"
국내 모터스포츠 대중화 선구자 곽창재를 만나다…시승 코스도 직접 설계
"사망사고, OECD 중 상위권…사망사고 감소에 일조하고 싶어"
2018-04-25 06:00:00 2018-04-25 06: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곽창재 앨빈 모건 실장은 국내에 생소했던 '모터스포츠'를 대중화시킨 선구자다. 지난 2002년부터 엑스타 타임 트라이얼 대회 등을 개최하면서 프로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던 타임 트라이얼 대회를 아마추어 운전자들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보다 앞선 1998년에는 월간지 'HOUSE BUG'를 창간했으며, 우리나라 최초로 자동차 분야 웹진을 제작하는 등 자동차 콘텐츠 제작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곽 실장은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고 레이스를 좋아하다보니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했다"면서 "차를 좋아하는 것과 대회에서 좋은 기록을 내는 건 별개의 문제라는 걸 깨닫고 방향 전환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이어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레이스는 아마추어에게 문턱이 너무 높아 일반인들을 위한 대회가 절실했었다"면서 "지금은 대회 운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동차 안전교육, 모터스포츠 방송 등을 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분야 전문가인 곽 실장을 만나 그간의 활동을 비롯해 최근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 등 다양한 얘기를 들었다.
 
곽창재 앨빈 모건 실장이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재홍 기자
 
타임 트라이얼 대회를 개최한 계기는.
아마추어들도 자신의 차로 레이스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추진했다. '내 차로 서킷을 즐기자'가 대회 목표였다. 2002년부터 금호타이어의 후원을 받아 '엑스타 타임 트라이얼 대회'를 시작했고, 2004년부터는 한국타이어 협찬으로 벤투스 GT컵도 시작했다. 한때 7~8개 대회를 운영하기도 했다. 일반인들이 레이스를 경험하고 즐겨야 한다는 초심을 유지하다보니 대회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다. 이 때 인연을 맺은 분들은 나에 대해 '프로모터'라는 직함이 익숙하다고 한다.
 
국내 완성차 업체 시승회에도 참여했다.
업체 구분 없이 시승회 관련 운영에 대한 제안이 오면 참가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업무는 시승 코스를 결정하는 일이다. 세단, 스포츠카, SUV 등 차종에 따라 코스가 달라진다. 해당 차종의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는 코스를 찾는데, 이 과정에서 답사만 10여 차례 하는 경우도 있다. 시승 코스를 소개하기 위한 사전 영상을 촬영하는 것도 업무에 포함된다. 시승회 도중 안전사고에도 대비해야 되고, 사진이나 영상 촬영 요청이 오면 직접 운전을 해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참여했던 시승행사 예를 든다면.
얼마 전 진행됐던 기아차 더 K9의 시승회를 보면 시승 코스는 서울 잠실에 위치한 시그니엘 서울에서 춘천 더 플레이어스GC까지였다. 편안한 고급 세단의 이미지를 감안해 평일에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춘천고속도로 코스를 택했다. 올 초 올 뉴 K3 시승회에서는 핸들링의 재미와 고속주행을 위해 자유로가 포함된 코스를 선택됐다. 작년 르노삼성 QM6 시승행사는 송도에서 진행됐다. QM6 가솔린 모델이 매우 조용하다는 특징을 감안했는데, 송도를 출발해 영종도를 한 바퀴 도는 코스였다. 전반적으로 운전자가 지루하지 않도록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구간을 찾는데 중점을 둔다.
 
최근 자동차 기자들을 대상으로 시승기 강의를 했다.
지난달 28일 '객관적인 시승 스킬'이라는 주제로 설명을 했다. 독자의 눈높이에 맞는 내용 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관련 전문용어를 일반인의 언어로 풀어 써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해야 한다. 간혹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 전문가 행사를 하려고 전문용어만 나열하는 사례도 있다. 물론 지식이 풍부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자신도 모르면서 어렵게 쓰는 경우다가 대부분이다. 실력을 갖춘 전문가들은 귀에 쏙쏙 들어오듯이 이해하기 편하게 쉽게 설명한다.(이 대목에서 기자로써 많은 반성을 했다.) 
 
지난해부터 모터스포츠 분야 방송도 시작했다.
'싱크로지 레이스북'이라는 팟캐스트 방송을 2016년 12월 시작해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다. 주로 레이스와 모터스포츠 분야 내용부터 자동차 판매량, 리콜, 국내외 브랜드 등 자동차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방송은 3명이서 하는데 다른 패널들도 현역 드라이버로 활동하고 있거나 활동했던 경험이 있어 전문적인 내용의 방송이 가능하다. 일요일에 녹음하면 다음주 수요일에 업로드하는데, 청취자는 에피소드 당 2000~3000명 정도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곽 실장이 지난달 자동차 기자 대상으로 시승기 관련 교육을 진행한 모습. 사진/르노삼성
 
최근 SUV의 인기가 높다.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 과거에는 첫 차로 1500cc급 준중형 승용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에는 동급의 소형 SUV를 엔트리카로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 고객이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생각한다. 소형 SUV가 소형 승용차에 비해 트렁크 공간이 넓고 주말 레저용으로 활용하기에도 적합하다. 가격대도 나쁘지 않고 디젤 엔진이 보편화되면서 파워와 연비가 좋은 것도 장점이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자동차 시장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수입 브랜드도 계속해서 강세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수입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 BMW를 꼽을 수 있고 아우디폭스바겐도 판매를 재개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을 보면 양극화 현상이 눈에 띈다. 프리미엄 시장은 점점 고급화되고 있고, 그외 시장은 가격 대비 성능이 강조되고 있다. 아무래도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등은 프리미엄 이미지가 분명하다. 국내 대형 세단도 성능면에서 상당히 추격했지만 아직 브랜드 이미지에서 차이가 나는 게 현실이다. 물론 수입차 중 법인 판매량이 많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또한 삶의 질이 향상된 점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수입차 외에 그랜저가 지난해 13만대가 넘는 판매로 연간 판매 1위를 기록한 점을 보면 국내 시장에서 고급화 추세가 확연하게 느껴진다.
 
다양한 안전기술이 신차에 탑재되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의 기술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안전 기능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주행 중 곡선 차로를 읽고 곡률을 계산해 그 비율에 맞게 스티어링이 보정되는 기능도 있다. 자동으로 차선을 잡아주는 등 안전 기능들이 정교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율주행으로 가는 단계라고 본다. 안전기술이 보다 발전하면 자율주행이 완성될 것으로 본다. 다만 운전자들의 영역이 점차 없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모터스포츠 드라이버 관점에서는 아쉽기도 하다. 운전의 묘미는 다소 떨어질 수 있다. 
 
본인만의 운전 철학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빠른 속도로 주행하거나 드리프트 등의 기술을 사용해야 운전을 잘한다는 인식이 많다. 그러나 같이 타고 있는 사람들이 ‘내 차가 어느 속도로 달리는지, 코너를 도는지, 브레이크를 밟는지 등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이 정말로 잘하는 운전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동승자가 편해야 한다. 물론 이런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경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운전 중 주변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자신이 추월당했다고 해서 뒤따라가서 추월을 시도하거나 때로는 보복 운전을 하는 사례를 본다. 운전에 있어서도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다.
 
자동차 분야에 있으면서 보람된 순간은.
자동차 콘텐츠를 만들 때는 내가 작성했던 기사, 동영상, 칼럼 하나하나가 내 자식과 같이 느껴졌다. 타임 트라이얼 대회를 개최하면서는 내가 직접 대회에 참가하지는 못하지만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즐겁게 달릴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뿌듯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스턴트 장면에 참여했던 점도 기억이 난다. 과거 영화 '7급 공무원' 초반부에서 주인공이 공공도로에서 시합을 벌이는 장면에서 직접 운전했었다. 그외에 영화 '그놈 목소리', '조폭 마누라', 드라마 '연인' 등 에도 참여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우리나라의 교통사고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한다. 사망사고가 감소해야 한다. 요즘 안전운전과 관련한 강연 요청이 많은데, 자동차를 안전하게 운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이를 통해 사망사고 감소에 미약하지만 일조하고 싶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위기라는 의견들이 많다. 올해에도 한국지엠과 금호타이어 등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이 향상되고 고용창출도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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