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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집권2년차 개혁입법 완수 못하면 총선 직격탄"
민주 새 원내대표 도전 노웅래 "문재인정부 개혁 구경꾼돼선 안 돼"
"일사분란 특정계파 '대세론'은 당 건강 해쳐…나보다 무모한 건 경쟁 부정하는 현실"
2018-05-08 06:00:00 2018-05-08 06:00:00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새 원내사령탑을 선출한다. 각종 개혁 드라이브의 완성도를 끌어올려야 할 문재인정부 집권 2년차와 함께 할 차기 원내대표의 책무는 실로 막중하다. 하필이면 6·13 지방선거, 재보궐선거와도 겹쳤다. 개혁입법 처리는 물론 지방선거 ‘필승’의 선구자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은 수레바퀴와 같은 존재다. 한쪽이 잘못되면 수레는 멈춘다. 차기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부각되는 이유다. 이번 경선에는 1957년생 동갑내기이자 3선인 노웅래(서울 마포갑)·홍영표(인천 부평을) 두 의원이 맞붙는다. 특히 노 의원은 개성과 소신이 뚜렷한 정치인이다. 정부, 청와대와의 소통 못지 않게 야당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 그다. 뉴스토마토는 먼저 노 의원을 만나 출마 배경과 대야·당청 관계 설정, 주요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4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집권 1년차, 개혁의 강공 드라이브가 중요했다면 2년차는 당 결속과 대야관계에서 대화와 타협을 주도하는 화합과 통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노웅래 의원실
 
“학생이 학교에 있어야지.”
 
노웅래 의원이 자리에 앉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를 만난 건 4일 국회 의원회관 901호에서다. 가리킨 손끝은 창 밖 국회 본청을 향했다. 국회 본청 앞에서 이틀째 ‘단식 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현재 여당에 조건 없는 드루킹 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 중이다.
 
노 의원은 “여야의 장(場)은 국회다. 투쟁을 하고 협상을 하려면 국회 밖이 아닌, 국회 본회의장이나 상임위에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선 출마 선언에서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드루킹 특검을 제시한 한국당에 대해 “학생이 학교 가는 데 ‘가방이 크다, 작다’ 조건을 달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노 의원이 원내대표에 도전장을 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천막 야당을 불러들일 똑 부러진 묘수가 있다는 말이다. 그는 스스로를 협치와 중재의 적임자로 내세웠다.
 
“집권 1년차, 개혁의 강공 드라이브가 중요했다면 2년차는 당 결속과 대야관계에서 대화와 타협을 주도하는 화합과 통합이 중요합니다. 우원식 원내대표가 1년차 개혁방향과 국정과제 이행지표를 정했다면 2년차에는 가시적 성과를 위한 입법 뒷받침이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원내구조가 만만치 않아요.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죠. 공통공약이라도 먼저 처리할 수 있게끔 협치의 구조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심각한 소통·신뢰성 부재로 국회가 꽉 막힌 현 상황은 위기. 노 의원은 하나하나 뜯어고쳐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문재인정부 집권 2년차 개혁입법을 완수하지 못한다면 2년 뒤 총선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지난 2004년 노무현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4대 개혁입법과제’(국가보안법·사립학교법·과거사진상규명법·언론관계법)가 실패한 전례를 반면교사 삼지 않는다면 2008년 총선 패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더 이상 ‘문재인정부 개혁의 구경꾼’, ‘방관자’가 돼선 안 됩니다. 당이 대통령의 개혁을 뒷받침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때론 선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원내대표 출마를 전후해 문재인정부 개혁의 구경꾼·방관자가 돼서는 안된다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들떠있어요. 개혁국면에 손 놓은 방관자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동안 야당과 청와대, 정부 사이에서 일종의 ‘패싱’을 당한 것도 사실이고요. 집권 초기 개혁과 방향의 국정과제를 설정하는 과정에 당 보다는 청와대와 행정부가 많은 역할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정권 출범 초 자연스러운 역할이자 현상입니다. 하지만 이제 2년차. 국정과제에 수반되는 입법과제를 완수해야 개혁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국정운영의 공동 축인 만큼 집권 1기보다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욕먹을 각오는 필수랬다. 욕을 먹더라도 부딪쳐 설득하고 개혁의 큰 방향을 주도하며 정부의 부담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북관계 만큼은 국회에서 초당적 협력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야권 설득에 집중해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우선 순위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원내대표 당선을 전제로 올 가을 남북 정상회담에 야당 지도부를 초청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과실은 특정 정파의 몫이 돼선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정파 간의 갈등만 키울 뿐이죠. 남북의 성과, 비핵화의 성과, 평화체제 구축의 성과는 국민 모두의 몫으로 돌려야 합니다. 그래야 정파문제, 남남갈등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겁니다. 원내대표가 된다면 북한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에 야당을 부를 겁니다. 이번 판문점에 초대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면이 있어요. 남북문제는 되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같이 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어서죠.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과실과 정보는 모두가 공유해야 합니다.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 평화체제의 구축을 위해서라도 말이죠.”
 
올 초 원내대표 출마를 결심했다는 노 의원은 지난 넉 달여 시간, 동료의원을 일일이 만났다. 지역구 일정에 쫓기는 의원들을 만나기 위해 의원회관은 물론 전국 곳곳을 돌았다고 했다. “당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듣고 흡수했습니다. ‘성과 내는 원내대표가 돼 달라. 20년 이상 집권기반을 다져야 한다. 네 편, 내 편 구분 않는 모두의 민주당이 돼야 한다. 소통을 강화하고 의원총회를 활성화해 달라’는 등의 주문이 많았습니다.”
 
특정 계파 ‘대세론’은 도전의식을 키웠다고 노 의원은 말했다. 일찌감치 당 안팎에서 친문재인(친문) 직계로 꼽히는 홍영표 의원 쪽으로 표가 기울었다는 얘기가 도는 것을 확인했다는 그다.
 
“일사분란하게 대세론을 말하며, ‘신중해라, 나오지 말라’ 하던 동료의원들이 최근엔 ‘경쟁구도도 안 될 것 같으니 그만 둬’ 하더군요. 말려도 합니다. 무모하죠. 하지만 나보다 무모한 건 경쟁을 부정하는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은 건강하지 않습니다. 당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해야겠더군요.”
 
의원실 관계자가 들어와 “시간이 됐다”는 신호를 보낸다. 노 의원은 “시간이 많지 않아 바삐 움직이고 있어요. 동료의원들로부터 선택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도록 돌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원내대표를 향한 열망이 고스란히 엿보였다. 자리를 정리하면서도 거듭 당부의 메시지를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정권은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집권 2년차 개혁입법을 완수하지 못하면 위기가 올 수 있어요. 2년 뒤 총선 직격탄이 될 수 있습니다. 일하는 국회를 주도해 개혁입법을 뒷받침하겠습니다. 믿음직한 원내 조타수가 되겠습니다. 약속을 지키고 성과 내는 원내대표가 되겠습니다. 노웅래를 선택해주십시오.”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노웅래 의원을 만났다. 사진/노웅래 의원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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