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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재벌가와 ‘이카로스의 날개’
2018-05-14 08:00:00 2018-05-14 13:45:24
"영국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실력주의(Meritocracy)국가가 되기를 원합니다. 국민 모두의 재능과 노력이 발휘되는 공정한 기회의 국가 말입니다“ 영국 테레사 메이(Theresa May)수상이 2016년 행한 연설 <모두를 위해 일하는 나라>의 핵심내용이다. 보수당출신 수상의 이 연설은 매우 인상적이다. 특권주의를 탈피하자며 출신·가문 등이 아닌 능력이나 실적에 따라 지위나 보수가 정해지는 공정한 사회체제를 강조하였다. 어느 지역 출신인지, 부모의 권력과 재산에 의해 사람이 평가되거나 차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밝혔다. 그녀의 연설은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특히 채용비리와 갑질이 횡행하는 우리사회에서 일부 부모의 재산이나 권력에 기대어 불미스런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을 인식하고 처신을 해야 하는지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요즘 우리 사회는 일부 사회지도층과 기득권 집단의 갑질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따금 대기업이나 사회지도층사람들의 그릇된 행태가 국민의 눈총을 사기는 했지만 최근처럼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은 없었다. 한 항공회사 오너일가의 상식을 벗어난 언행에 국민들은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하는 가운데 일부 대기업 총수나 2~3세의 일탈행위는 대다수 성실한 기업가들과 기업에 우호적인 일반국민의 기대를 외면한 채 ‘반 기업정서’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의 반복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부족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기업의 목적이 이익추구이며 법과 윤리를 다 지키면 살아남지 못한다거나, 기업의 잘못을 문제 삼으면 경제가 망가지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경제적기여는 갑질과 무관하다. 오늘날 갑질이 큰 이슈가 되는 것은 덩치가 큰 기업들이 사회적 영향력을 간과하고 금권(金權)의 ‘완장’을 내세워 ‘비인격적, 반윤리적 사회성’을 보이는 것을 사회가 더 이상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적 소양이 부족한 사람은 권세를 가지면 안하무인(眼下無人)이 되어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양보할 줄 모르게 된다. 자신에게 무조건 옳다고 맞장구치거나 아예 복종하는 사람만 상대한다. 이는 잘못을 키울 뿐만 아니라 종국에는 일이 악화되어 병상첨병(病上添病)에 이른다. 일부 재벌가족의 비이성적인 행태를 접하며 사람들은 “실력도 없이 부모 잘 만나서” “가진 사람은 저렇게 해도 문제가 없나?”라며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 방치하면 사업과 명망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부모가 만들어 준 지위나 권력에 취해 그 진정한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카로스(Icarus)의 날개’를 달고 있는 것과 같다. 이카로스는 아버지가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주며 태양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음에도 이를 어겼다. 그는 하늘을 날자 우쭐해졌고 그 기분으로 너무 높이 날아 태양에 가까워졌다. 결국 밀랍날개는 녹아내렸고 이카로스는 바다에 떨어져 죽었다. 이카로스의 이야기는 권력과 부의 날개를 가진 자에게 절제와 겸손의 교훈을 남기고 있다. 소위 금수저가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도를 벗어나면 분노와 질타를 불러일으켜 재앙에 이르기도 한다.
 
재벌을 비롯한 기업가의 처신이 중요하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되새겨봐야 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모델이기도 하다. 큰 기업은 국가 경제에 기여했으니 잘못해도 비난이나 처벌을 면할 것이라는 구태의연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지도층이나 기득권층일수록 더욱 언행에 신중을 기하고 본인은 물론 사회의 ‘품격(品格)’을 올리는데 앞장서야 한다.
 
스웨덴의 발렌베리그룹(Wallenberg Group)은 5대를 이어오며 국내총생산의 50%를 점하는 재벌가이다. 그러나 그룹이익금의 85%를 세금으로 납부하며, 자손이라는 이유로 능력과 무관하게 자리를 차지하지 않으며, 자원해서 군 입대를 하는가하면 재산상속도 없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비난받거나 우쭐대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국민들에게 존경을 받으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 재벌기업의 모토는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 재벌기업들도 공동선(公同善)을 추구하고, 더욱 더 인간의 가치와 존엄에 대해 고민해보았으면 좋겠다.
 
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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