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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 찾은 6·12 북미회담, '들었다 놨다' 22일간의 여정
양국 신경전에 한 때 취소까지…양측 실무협상·김영철 방미 거쳐 타결
2018-06-03 14:10:24 2018-06-03 14:10:24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북미 정상회담 시간·장소가 12일 싱가포르로 최종 확정됐다. 지난 달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회담 취소 발표와 하루 만의 번복의사 표명, 북미 양 측 실무협상, 김영철 북 노동당 부위원장의 뉴욕·워싱턴 방문 등을 거친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차 방북 후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과 함께 귀국한 지난 달 10일(현지시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틀 뒤인 12일 북한은 자신들의 핵개발 상징인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쇄하겠다고 발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똑똑하고 정중한 몸짓”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이후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식 핵폐기’ 주장과 김계관 북 외무성 제1부상의 ‘정상회담 재고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대북 군사옵션 상존’ 발언 등이 오가며 분위기는 급변했다. 지난 달 24일 최선희 북 외무성 부상이 “펜스는 무분별한 협박성발언을 하기에 앞서 그 말이 불러올 무서운 후과(결과)에 대해 숙고했어야 했다”며 정상회담 재고려 문제를 지도부에 제기하겠다고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취소를 결정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는 당신(김정은)과 만나기를 고대한다”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주저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해달라”며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이 때부터 북미 양국은 공식·비공식 루트를 총동원해 활발히 움직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발표 9시간 후 김계관 북 외무성 제1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표명은 조선반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인류의 염원에 부합되지 않는 결정”이라며 달래기에 나섰다. 과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 강경대응에 나선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김 부상은 “우리는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김계관 제1부상 발언은) 따뜻하고 생산적인 담화”라며 “아주 좋은 뉴스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게될 지 곧 보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번영과 평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같은 날 기자들을 만나서는 “북미 정상회담이 내달 12일 열릴 수도 있다”며 “북한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공식 발표를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26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린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온 문 대통령의 노고에 사의를 표했다. 회담 성사를 위한 확고한 의지도 피력했다.
 
이어 북미 양측의 실무협상이 뒤따랐다.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 외무성 부상은 27일 판문점에서 정상회담 의제 관련 1차 협상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실을 확인하며 트위터에 “나는 북한이 눈부신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언젠가는 경제적이고 재정적으로 위대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는 글을 남겼다. 김창선 북 국무위 부장과 조지프 헤이긴 미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싱가포르에서 의전 관련 협상을 진행했다.
 
북미 간 의제·의전 실무협상이 진행 중이던 30일 오후엔 김영철 북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미국 뉴욕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뉴욕에서 김 부위원장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만찬을 진행하는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튿날 김 부위원장과의 회동 결과를 발표하며 “김 부위원장이 내일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신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북한주민은 협력과 우정을 위해 더 큰 미래를 꾸려나갈 것”이라며 “두려움과 위협이 아니라 번영과 평화를 누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음날(1일) 김 부위원장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회동 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우리(북미 정상)는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난다”며 길었던 정상회담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은 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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