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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박해식 북한금융연구센터장 “북한, 광물자원 많아 대규모 금융지원도 필요”
광물자원·농업·철도 등 정책금융 필요성 높아…리스크 보장 장치 마련해야
국제 기구와 합작 필요…"부동산 개발신탁·인프라 펀드로 자금 회수 가능"
2018-06-08 08:00:00 2018-06-08 08: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오는 12일 북미정상회담까지 현실화되면서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반도 평화 모드가 조성됨에 따라 남북 경협주가 급등하는가 하면 남한과 북한 간 경제 협력(이하 경협)을 기반으로 한 ‘통일 금융’ 또한 화두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통일금융 시대에 대비한 올바른 접근 방안은 무엇일까.
 
한국금융연구원의 북한금융 관련 싱크탱크인 ‘북한금융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 박해식 북한금융연구센터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방지하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인프라 확대와 민관협력(PPP), 사회간접자본(SOC·Social Overhead Capital)사업 관련 금융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일은 금융부문에서도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는 만큼, 이에 대한 다각도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박해식 북한금융연구센터장은 통일 금융 시대에 대비한 다각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백아란 기자
 
“북한엔 광물 자원이 많고, 개성공단이나 나선 등 경제특구와 경제개발구도 22개에 달하기 때문에 경제 개방 시 인프라 개발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여기에 대한 대규모의 금융지원도 필요해질 것입니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북한금융연구 센터장은 최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통일시대’에 대비한 다각도의 금융 지원 방안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달 3일 신설된 ‘북한금융연구센터’는 금융연구원이 남북 간 경제 협력 활성화에 대비해 마련한 조직으로 북한의 금융과 경제 현황을 진단하고 대응방안을 찾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 선봉에 선 박 센터장은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 박사로, 1997년부터 금융연구원에서 국제금융분야 등을 연구하는 한편 한국은행과 외교통상부, 기획재정부 등 주요 기관에서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한 경제 전문가다. 박 센터장이 북한금융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다. 통일비용을 줄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농협은행 등 진출이 북한 금융시스템에 새로운 기회
 
박 센터장은 “북한 경제 상황에 대한 정보는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정치적 이슈에 따라 민감하게 변할 수 있다”면서도 “(남북 관계가) 잘 진행되든 안 되든 남북 간 경제협력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문은 북한 금융 체제다. 사회간접자본 등 인프라 개발에 상당한 자금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농협은행이나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의 진출이 북한 금융 시스템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남북 간 경제협력이 활성화되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종목으로는 ▲광물자원과 ▲농업 ▲철도 ▲건설 등 인프라를 지목하며 “이를 지원할 정책금융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인프라 설치 등을 위해 대규모 여신투자가 필요한 만큼 경협이 금융권에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북한 내 인프라 개발에 총 150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추정했으며, 교보증권은 남북 간 경제협력을 전제로 북한 경제특구 개발과 에너지·교통 등 인프라 사업, 한반도 개발 협력 등 인프라 투자에 연평균 27조원, 10년간 총 270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북한 주요 광물자원의 잠재가치를 3조9000억달러(약 4170조원)가량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지원이 ‘밑빠진 독에 물 붓기’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북한에는 광물과 천연자원 등이 풍부하고 인프라 개발 등에 대한 대규모의 금융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북한이 국가경제발전 계획을 발표하는 등 경제 개방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잠재 자원이나 저렴한 노동력 등은 기업 입장에서도 매력요소가 될 것”이라고 꼽았다. 지난 2013년 북한은 황금평, 나선, 개성공단 등 22곳의 지역을 경제특구 및 경제개발구로 지정했으며 2016년에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발표하며 경제 개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인터뷰 당시에도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현장에 한국 취재단의 합류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으며, 북미정상회담 역시 한차례 취소됐다가 다시 추진되는 상황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개성공단이 폐쇄된 전례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박 센터장 또한 “북한에 대한 투자나 진출에는 기회와 위험요인이 공존하기 때문에 더욱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북한의 경제 협력과 금융 지원방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한, 사금융 커진 상황…민관협력(PPP)·국제 공조 필요
 
일원적인 형태의 북한 금융 또한 금융 회사 진출 시 고려해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박 센터장은 “북한의 경우, 일원적인 은행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통화신용정책 업무뿐만 아니라 상업은행 역할까지 함께 수행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중앙은행 통제권 밖으로 이탈하는 유휴 화폐자금과 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한 사금융이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상업은행이 있긴 하지만 외화 송금 등 일부 제한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면서 “경협이 실현되면 국내 은행들이 북한에 진출해 자금조달과 은행에 대한 신뢰 회복을 이끄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도 강조됐다.
 
박 센터장은 “북한 진출 시 리스크를 보장할 장치가 필요하다”며 “정책금융 기관이 들어간 다음 민간 은행이나 금융회사가 따라 들어가는 형식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또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세계은행(WB) 등 국제 금융 기구와 협업하거나 합작형태로 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대북제재 해제와 CVID(완전한 비핵화)를 바탕으로 국제기구와의 협업이나 협조 융자 등 민관합작투자사업(PPP·public-private partnership)과 같은 형식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게 박 센터장의 생각이다.
 
최저 50조원에서 최대 500조원까지 천차만별로 추산되는 통일 비용에 대해선 “자금 조달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회수 가능성이 없는 ‘비용’과 직·간접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투자적인 성격의 비용을 나눠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센터장은 “현재까지 조성·운용되고 있는 통일재원은 정부기금인 ‘남북협력기금’ 뿐으로, 민간부문의 통일재원 조성은 전무한 상태”라며 “통일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인프라 펀드나 달러표시 채권 발행, 부동산 개발 신탁 등을 통해 투자비 회수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모든 것을 정부 재정만으로 해결하기엔 어렵다는 점에서 자금 회수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예컨대 서울에서 평양까지 가는 철도를 만든다면 이에 대한 개발권이나 이용권을 북한으로부터 빌려서 이익을 나누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며 “여기에 미국이나 중국 등을 포함한 외국의 민간 자본이 함께 투입되면 위험에 대한 우려도 완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센터장은 “장기적으로 통일이 된다는 전제로 생각하면 통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특히 현재의 상태로 통일이 된다면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 격차를 줄이고 통일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달부터 국내 금융회사, 금융공기업, 학계 등과 포럼을 열고 남북경협에 필요한 금융조달과 지원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올해 하반기 중으로 구체적인 연구 결과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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