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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인데도 주가폭등 ‘남북경협주 오버했네’
옥석고르기 필요…언제부터·얼마나 실적 나올까
2018-06-13 08:00:00 2018-06-13 08: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사상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남북경협주에 대한 관심도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실적의 뒷받침 없이 급등한 종목이 많아 이를 감안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 7일 한국거래소는 올해 들어 5월15일까지 남북경협 테마주들의 주가흐름을 분석한 결과 시장평균보다 못한 실적에도 2배가 넘는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남북경협 테마주 63종목의 주가변동률은 2배가 넘는 110.6%를 기록한 반면, 2017년 결산기준 평균 영업이익은 98억원, 순이익은 138억원 적자에 머물렀다.
 
특히 남북경협주 투자비중의 89%는 개인투자자인 것으로 나타나 다른 테마주 사례에서처럼 쏠림현상이 사라진 뒤에는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도 대선 테마주 등 실적에 기초하지 않은 테마주들의 주가는 급등 전으로 돌아왔다.
 
북한이 개방정책으로 돌아설 경우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북 리스크 완화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를 의미한다. 하지만 남북경협의 직간접 영향으로 개별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얼마나 증가할 것인가는 별개로 따져야 할 문제다.
 
언제부터 좋아질지 시간표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다. 남북경협이 이뤄지는 순서에 따라 업종별로 온기가 퍼지는 것도 다를 수밖에 없다. 급한 것과 나중에 관심 가져도 되는 것들이 있다. 또한 주가(시가총액)가 얼마인지도 중요하다. 남북경협 테마를 탄 기업의 주가는 하나같이 폭등했다. 미래의 실적 증가를 선반영한 것이다. 지금 주가가 오른 만큼 나중에 실적이 뒷받침해 주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다면 당장 팔아야 한다.
 
 
“북미대화의 수혜주는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혜주가 아닌 것이 없다. 하지만 정도와 시차를 두고 따진다면 증시에서도 가장 먼저 반응한 ▲건설 ▲철도 ▲전력이 직접적이고 일차적인 수혜주다. 길이 뚫려야 사람과 물자가 오갈 수 있기 때문. 독일에서도 통일 이후 철도와 도로 중심으로 인프라 확충에 노력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2017년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서 가스, 전력, 조선, 북극항로, 철도, 항만, 일자리, 농업, 수산업 등 9개 분야에서 한국-러시아 협력을 강화하는 ‘9개다리 정책’을 밝혔다.
 
한반도와 대륙으로 잇는 철도 건설은 북한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가 모두 바라는 일이기도 하다. 전력은 철도는 물론 공단 조성 등에도 필수적이다. 도로와 철도가 놓이면 러시아에서 북한지역을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으로 천연가스(PNG)를 수입하는 것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이 업종만 골라도 관련주가 상당히 많다. 건설업을 담당하는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건설, GS건설, 태영건설, 유진기업, SK D&D 등을 추천했고, 조선·기계업종의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로템, 현대엘리베이터, LS산전, 현대일렉트릭, 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기계 등을 관련주로 꼽았다.
북한에 공장을 설립할 경우 설계업자 전문배상책임보험, 건설 시 기술보험, 자재운반 시 해상·적하보험, 완공 후 재물보험 및 배상책임보험 등 각 단계마다 보험이 필요하다며 코리안리도 추천됐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독일에서도 통일 전후 재보험사인 뮌헨리의 주가가 1990년 이후 3년간 인덱스 대비 50%p 초과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업에게는 직간접적으로 새로운 매출원이 생기는 것이므로 호재인 것은 분명하나 주가가 이를 앞질러 ‘오버’했다는 게 문제다.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는 현대로템은 지난해 474억원의 적자를 냈으나 올해 주가 상승률은 105%에 이른다. 300억원 넘는 적자에도 주가가 네 배나 오른 동양철관도 있다. 남북경협을 상징하는 현대건설도 주가는 100% 가까이 올랐지만 지난해 실적 대비 시가총액이 40배라는 사실이 양호해 보일 정도다.
 
물론 지난해 실적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고 올해 그리고 경협이 본격화된 이후 실적이 개선된다면 지금의 주가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수혜가 돌아올지는 아직 누구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남북경협이라는 호재는 기존 사업에 ‘+α’로 더해야 할 것이지 경협 때문에 실적이 2배, 3배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무리가 있다. 주가가 이미 그만큼 올랐다면 심각하게 매도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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