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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일 않는 국회에 민심은 등돌린다
2018-06-26 17:10:34 2018-06-26 18:32:05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대통령이 왜 등골 서늘해지는 두려움 든다고 했는지 이해가 가.”
 
며칠 전 여당의 중진 의원이 한 말이다. 정치권이 6·13 지방선거를 통해 수도 없이 많은 개혁과제를 받아들고도 이를 이행하기는커녕 한 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어 자칫 민심이 무섭게 돌아설까 우려된다고 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선거 이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높은 지지는 한편으로 굉장히 두려운 것이다. 어깨가 무거워진 정도가 아니라…”고 말한 이유다. 정부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역대 최대의 압승을 거뒀다. 광역단체장 17곳 가운데 14곳을 점유했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12곳 중 11곳을 차지하며 거의 싹쓸이했다. 그는 선거에서 민심이 “더불어민주당이 예뻐서 찍어준 건 아니다” 했다. 대통령의 높은 인기와 지리멸렬한 보수야당의 반사이익이 컸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고 하면서다.
 
틀린 말이 없다. 민심은 냉정하다. 국회의원이 본분을 다하지 않는다면  어김없이 심판의 채찍을 휘두른다. 후반기 원 구성 협상도 못하고 있는 20대 국회와 상황을 반추해 보니 괜한 자기 반성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국회가 한 달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는 동안 쌓인 입법과제만 곧 1만건에 달한다. 그러는 사이 경제 위기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민생분야는 빨간불이 켜졌다. 국회로 공이 넘어온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안과 민갑용 경찰청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등 쌓인 일이 산더미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추진했던 판문점선언 지지 결의안도 있다. 내달 17일 제70주년 제헌절 경축식을 국회의장 공석 상태로 치를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악의 경우 9월 정기국회까지 입법부 수장 공백 장기화가 이어질 것으로도 관측됐다.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악의 궤멸적 참패를 당한 보수 진영이 내부 전열을 다시 가다듬기 전까지 국회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란 어두운 전망만 쏟아졌다.
 
그러던 국회가 27일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기 위한 원 구성 협상에 돌입한다. 늦어도 한참이나 늦었다. 벌써부터 적잖은 난항이 감지되는 것이 사실이다.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 상임위 배분 등을 놓고 여야 간 셈법이 제각각이라 협상 타결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진통이 예고되지 않는 것이 없어서다. 하지만 여야가 또 다시 정국 주도권을 놓고 기 싸움만 벌인다면 ‘국회 무용론’은 다시 확산할 수밖에 없다. 여야는 방치됐던 국회를 바로 세우고 시급한 경제 민생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각한 만큼 이제부터라도 밤을 새우고 주말과 휴일까지 반납하겠다는 자세로 일해야 한다. 국회의사당을 떠받치는 24개의 기둥은 하루 24시간, 1년 24절기 내내 국정에 진력하라는 의미다. 24개의 기둥 위에 얹힌 원형 돔 지붕은 각기 다른 의견들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 원과 같이 하나의 결론으로 통합된다는 의회정치의 본질을 상징한다. 정확히 365개인 본회의장 천장 조명은 연중 쉬지 않고 일하라는 뜻이다. 국회의원이 돼 국민과 국가를 위해 성실히 일하겠다고 선서한 그 약속도 잊어선 안 된다. 일하지 않는 국회에 민심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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