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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서민경제의 보루’ 소상공인을 지켜야
2018-07-31 08:00:00 2018-07-31 08:00:00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에 사흘 밤낮으로 큰 눈이 내렸다. 경공은 따뜻한 방에서 여우 털옷을 입고 설경에 취해 있었다. 그때 재상인 안영이 다가와 함께 창문 밖 쌓인 눈을 바라보았다. 경공은 “사흘 눈이 내렸건만 조금도 춥지 않아"라고 말했다. 안영은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현명한 군주는 배부르면 누군가 굶지 않을까 생각하고, 따뜻한 옷을 입으면 누군가 얼어 죽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경공께서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군요." 안영의 이 말에 경공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배고픈 자를 챙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국가는 물론 사회각계가 나서야 하는 일이다. 요즘 우리사회의 가장 큰 이슈인 최저임금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근로자의 기본생활을 보장해주기 위해 임금을 조금씩 올리겠다는 정책이다. 그런데 이것이 암초에 걸려있다. 내년도 최저시급이 8350원으로 결정되자 최저임금 근로자들을 주로 고용하는 소상공인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소상공인은 ‘소기업 및 소상공인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제2조’에 의해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서비스업의 경우 상시근로자 5인 미만, 광업, 제조업, 건설업 및 운수업의 경우는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자를 말한다. 이들이 규모는 작고 영세하지만 우리나라 기업 360만개의 85.6%인 308만개에 달하고, 683만명이 종사하여 고용의 28%를 차지한다. 소상공인은 서민경제의 중심에 있다. 풀뿌리경제의 근간으로써 헌법 제 123조 제3항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여야 한다.’라는 조항과 ‘소상공인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보호와 지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민경제와 중산층의 유지·복원을 위해 소상공인의 존재가 그만큼 중요하다. 소상공인은 흔히 '서민경제의 보루(堡壘)'라고 불리지만 사업자임에도 일반 근로자 못지않게 어렵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고 회복되면 가장 늦게 온기를 느낀다. 
 
이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난감해하는 이유는 바로 최저임금 실행의 취약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의 근로자는 최저임금 적용범위를 벗어나 있지만 상당수의 소상공인·소기업은 과도한 경쟁과 영세적인 거래구조로 인해 형편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소상공인의 업체당 영업이익은 5인 이상 사업체근로자의 평균임금보다 낮다. 가장 많은 소상공인이 몰려있는 도소매업 사업자의 평균임금이
2500만원으로 근로자 평균임금 3200만원에 못 미친다. 특히 교육서비스업의 경우는 1600만원으로 근로자 3700만원에 절반에도 못 미친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이 시급 8350원이 되면 사업자의 인건비도 못 벌게 된다며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소상공인들은 5인 미만 영세 자영업자는 차등 적용해서 시행기간을 유예하든지 최저임금수준을 50%선에서 인정하고 점차 액수를 높이자고 주장한다. 정부는 일단 시행하되 문제점을 최소화하면서 소상공인에 대한 과감한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 거래상의 불공정 관행 개선, 상가임대차보호법이나 하도급법의 개정을 통한 부담완화와 경영안정은 물론 단가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 요건 마련, 기술유용, 하도급대금 부당 결정·감액 등에 적용되던 3배 손해배상제 적용 대상에 ‘보복행위’도 추가했다. 또한 매출부진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범사회적인 구매운동도 고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상공인 분야에서 벌어지는 과도한 창업이나 낮은 생존율 등 근본적인 부분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을 하지만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렇듯 최저임금 문제는 명분과 이해관계가 걸린 예민한 이슈이므로 주장이나 결정의 ‘옳고 그름’을 논할 사항이 아니라고 본다. 정부나 소상공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배부른 사람은 남의배고픔을 모른다.'는 추기급인(推己及人)의 자세를 보이지 않도록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는 정부뿐만 아니라 대기업이나 사회지도층이 함께 인식하고 동참해야 한다.
 
최저임금제는 그야말로 국민의 안정된 삶을 위해 임금을 적정 수준으로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그 취지에 누가 반대를 하겠는가? 하지만 대기업이나 고임금자들에게는 남의 일인양 강 건너 불이 되고, 양보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당사자들 간에는 제로섬(zero-sum)게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기업 소매점의 골목상권 진출과 대형쇼핑몰의 출현, ICT형 유통확대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소상공인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서민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이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이의준 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경영학박사(yesnf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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