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규제 발등의 불 현대차그룹…지배구조 '고민'
글로비스·이노션 총수일가 지분율 요건 더 낮추려면 매각 필요
입력 : 2018-07-30 11:26:55 수정 : 2018-07-30 11:26:55
[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정부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키로 하면서 현대자동차차그룹은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천억원의 비용 부담을 안게 됐다.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한 지배구조 개편도 고민이 깊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음달 내놓을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계열사의 총수일가 지분율 요건을 현행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서 상장·비상장사 모두 20%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와 정성이 고문이 최대주주인 이노션이 타깃이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사진/뉴시스
 
정의선 부회장은 글로비스 지분 23.39%(873만2290주)를, 정성이 고문은 이노션 지분 27.99%(559만9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또 정몽구 회장이 글로비스 지분 6.71%(251만7701주), 정의선 부회장이 이노션 지분 2%(40만주)를 갖고 있다. 규제에서 벗어나려면 정의선 부회장은 글로비스 지분 3.4%~10.11%를, 정 고문은 이노션 지분 8~10%를 각 사 또는 다른 계열사에 처분해야 한다. 지난 27일 종가 기준 해당 지분 가치는 정 부회장 1772억~5720억원, 정 고문 894억~1118억원이다.
 
글로비스와 이노션의 보유 현금성자산은 1분기말 현재 5293억원, 3288억원이다. 총수일가 보유 지분을 매입하기에 이노션은 다소 여유가 있으나 글로비스는 빠듯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같은 방법을 사용해 규제에서 벗어날 경우 '꼼수'라는 비판에 다시 직면할 수 있다. 과거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자 글로비스는 52.17%였던 총수 일가 지분율을 29.9%%로 낮춰 법망을 피해 갔다. 이노션 역시 100%에서 29.9%로 줄여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글로비스의 경우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있는 핵심 계열사여서 총수 일가 지분을 함부로 건드리기도 쉽지 않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안은 총수 일가 보유 글로비스 지분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여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이었다. 지배구조 개편 수정안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줄'을 건드리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는 수정안에서도 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비스 등 사업부문을 보유한 회사를 지배구조의 정점에 둘 경우 글로비스 지분을 활용하는 방안이 다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기존안대로 모비스를 최정점에 올리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재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디테일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배구조 개편은 공정거래법 개정과 맞물려 있는데 법 개정이 먼저 될지, 어떻게 될지, 지배구조 개편이 언제 이뤄질지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과거와 달리 글로비스와 이노션의 총수 일가 지분을 재단(현대차정몽구재단)에 출연해 규제를 벗어나는 방법도 쉽지 않다. 또 다시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데다, 총수 일가의 지배력만 약화될 수 있어서다. 공정위는 개정안에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담을 방침이다. 정몽구재단은 현재 글로비스 지분 4.46%와 이노션 지분 9%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이들 계열사에 대한 일감을 줄이는 방안도 어렵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내부거래 비중은 현대글로비스 70.74%, 이노션 57.1%에 달한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대주주의 지분 추가 매각 여부나 의중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다"고 밝혔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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