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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배달원이 폭염수당 100원을 요구한 까닭은?
위험업무에 대한 최소한의 대가이자 노동에 대한 존중의 의미
"최저임금은 금액 아닌 생태계 문제...사업주·알바노동자가 연대해야"
2018-08-08 12:00:00 2018-08-08 13:20:14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전국이 펄펄 끓고 있다. 섭씨 35도를 넘는 폭염에 에어컨 실외기와 아스팔트 열기가 더해져 도로와 주택가는 가마솥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에 따르면 올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으로 숨진 사람이 39명이다. 냉방은 복지의 영역이 된 지 오래다. 폭염은 시민의 일상까지 바꾸고 있다. 시민들이 바깥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운동도 실내 스포츠가 인기다. 백화점 매출이 급증하고 재래시장과 고깃집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배달음식 주문도 크게 늘었다.
 
맥도날드 라이더(배달원) 박정훈(34)씨는 폭염인 날에는 건당 100원의 수당을 추가로 지급해달라고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악천후에 배달할 경우 위험수당 명목으로 100원을 지급한다. 폭염인 날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라는 게 라이더들의 주장이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박씨를 만났다. 박 씨는 "폭염수당 100원은 위험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대가이자 라이더에 대한 존중"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알바 노동자이자 활동가다. 2013년 알바노조 설립을 계기로 아르바이트 노동운동에 뛰어든 그는 생계도 아르바이트로 꾸린다. 현재는 맥도날드, KFC, 배민라이더스 등 프렌차이즈 업체의 라이더를 모아 '라이더 유니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박씨는 지난 6일 폭염수당을 달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맥도날드 서울 본사를 직접 찾았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우편으로 보내라며, 면담을 거절했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정오 무렵, 그는 뙤약볕에서 본사 직원을 기다리다 결국 발길을 돌렸다. 5년차 알바 노동자인 그에게 올해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하다.    
 
폭염 날씨에 배달하는 고충이 클것 같다.
보통 한 번 나가면 두 집 정도 들리는데, 매장에 돌아올 때까지 뜨거운 햇볕에 그대로 노출된다. 헬멧과 마스크를 쓰고 30분 가까이 땡볕 아래 서있는다고 생각해보라. 기온이 섭씨 30도가 넘으면 아스팔트 도로 온도는 벌써 50도를 넘는다. 뜨거운 열기 뿐인가.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들이 사방에 있다. 버스가 옆에 있으면 그 열기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다. 교차로에서 버스가 있으면 그래서 신호 위반을 한다. 버스 뒤에서 신호 바뀔 때까지 있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 칼치기를 하고 빠져나가는 거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아이스 스카프를 쓰는데, 배달 한번 갔다오면 다 녹아버린다.
 
회사에 폭염수당 100원을 요구했다. 왜 하필 100원인가. 
맥도날드는 눈오고 비올 때 배달수당에 100원을 더 얹어 준다. 하지만 폭염 때는 별도 수당이 없다. 무더운 날에 배달하고 나면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다. 폭염 속에 일하다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위험수당이 필요하다. 단, 폭염수당 액수가 너무 높아선 안 된다. 위험수당이 높으면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일하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험업무를 하는 최소한의 수당이자 노동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100원을 요구했다. 폭염수당에 그쳐서는 안 된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먼지수당, 기온이 영하인 날에는 영하수당도 도입해야 한다. 
 
맥도날드 라이더 박정훈씨가 7일 매장 앞에서 폭염수당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라이더를 보호할 폭염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  
맥도날드는 눈과 비가 많이 오면 배달을 제한한다. 매니저가 라이더들의 의견을 물어 배달을 중지한다. 라이더의 안전을 위해 작업을 중지하는 셈이다. 그런데 폭염에는 별도의 대책이 없다. 폭염도 눈이나 비처럼 노동자에게 위험한 상황이다. 섭씨 35도가 넘으면 가까운 거리만 배달하게 해야 한다. 오토바이도 지붕이 있는 모델로 바꿔야 한다. 자외선과 눈, 비를 막으려면 지붕이 필요하다.  
  
올 여름 폭염으로 배달음식 수요가 늘었다고 한다. 맥도날드도 그런가. 
사실 폭염인데, 햄버거를 얼마나 시켜먹을까 생각했다. 대학생과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에서 일하는데, 하루 종일 배달 주문이 들어온다. 오전에는 육아하는 분들이 주로 시키고, 오후에는 대학생과 집에 있는 분들이 주문한다. 오후 3시부터 인근의 식당들이 브레이크 타임에 들어가는데, 그때는 식당 분들이 배달을 시킨다. 배달구역에 다세대 주택이 많아 5층까지 걸어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한번은 5층에 배달가는데, 배달 요구사항에 '엘리베이트가 없으니 마음의 준비를 해주세요. 감사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더라. 힘들지만, 이런 메시지를 받으면 힘이 난다. 
 
배달하다 다친 경험은 없나. 
배달하다 넘어지는 사고는 빈번하다. 빗길에도 넘어지고, 빙판길에서도 넘어진다. 한번은 오토바이가 넘어져 발가락을 다쳤다. 물론 대부분 사업주가 치료비를 준다. 산재 처리가 아닌 공상처리를 한다. 한번은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 이후에 동료 라이더가 산재 신청을 하는 방법을 내게 묻더라. 이후 두 건의 산재 신청이 더 있었던 걸로 안다. 시민단체, 알바노조가 몇 년 동안 꾸준히 배달노동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덕분인지 사업주와 소비자의 인식이 변했다. 빨리 배달하달라는 얘기는 요즘엔 손님들도 잘 안 한다. 사업주도 크게 압박하지 않는다.  
 
여러가지 일자리 중 라이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라이더들과 함께 노조를 만들고 싶어 시작했다. 청년유니온 같은 라이더 유니온을 추진 중이다. 라이더의 연령대가 정말 다양하다. 20대도 있고 50대도 있다. 배달업종에서 이 매장 저 매장 옮겨다니며 순환근무를 하는 셈이다. 라이더들과 얘기하면 배달을 한다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래서 라이더를 조직하기 위해 함께 공을 찬다. 'FC 알바'라는 모임도 있다. 라이더는 조직화가 어려우니 서로 부대껴 끈끈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 내 주 수입원은 맥도날드 라이더다. 4대 보험이 되는 일은 맥도날드 아르바이트다. 일주일에 3일, 하루에 7.5시간씩 일한다. 수입은 들쭉날쭉한 편이다. 알바를 안 할 때는 '알바상담소'에서 자원활동을 한다. 매장을 돌아다니며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근무실태를 조사한다. 공모전에도 참여한다. 
 
라이더유니온 준비모임 등 노동단체가 6일 오전 맥도날드 앞에서 폭염수당 지급을 요구했다. 사진/구태우 뉴스토마토 기자
 
라이더 유니온 활동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기업노조를 만들면 사회적 지지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기업 안에서만 싸우다 보니 고립되고, 사회적 영향도 기업 안에서 끝난다. 유니온 운동은 그렇지 않다. 노조 형태로 사용자와 교섭을 할 수 없다 보니 기업노조보다는 힘이 약하다. 반면 유니온 운동은 기업 한 곳만 바꾸는 게 아니라 전체 기업의 근무실태를 바꿀 수 있다. 미국의 국제서비스종업원노조가 맥도날드에 최저시급 15달러을 요구해 주목받았다. '15달러 쟁취 투쟁(Fight for $15)'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맥도날드에서 시작돼 지금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됐다. 월마트 등 프렌차이즈도 시급 인상을 약속하는 성과를 냈다. 이 투쟁은 캠페인 형태로 진행되면서 사회적 지지를 얻었다. 

최저임금이 내년에는 8350원이 된다. 만족스러운 금액인가. 
820원이라도 올랐으니 긍정적이다. 최저임금법 개정에 따른 후폭풍이 걱정된다. 국회가 상여금과 수당을 최저임금에 넣었는데, 필요하면 최저임금을 깎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결국 최저임금이 깎이는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로 분리됐다. 앞으로 최저임금 투쟁은 단순히 금액을 올리는 걸 넘어 어떻게 하면 최저임금을 안 깎을 수 있는지를 얻어내는 투쟁으로 바뀌었다. 소상공인들은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취약한 점을 이용해 식대도 최저임금에 넣을 것이다. 지금도 최저임금을 안 지키고 주휴수당을 안 주는 곳이 태반인데, 법이 개정된 걸 이용하는 사업주도 생길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이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노동단체와 시민단체가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했을 때는 시급 1만원을 지급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자는 취지도 있었다. 최저임금 1만원 요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카드수수료와 임대료 문제가 불거진다. 모든 국민이 신용카드로 결제한다. 카드 회사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카드 수수료로 배를 불린다. 당장 손봐야 할 문제 아닌가. 정부는 이런 생태계를 얘기하지 않고 금액만 얘기한다. 그러다 보니 사업주와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싸움이 벌어진다. 아르바이트 노동자와 사업주가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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