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장승국 비츠로셀 대표 "기업은 살아남는 것이 중요"
지난해 공장화재 후 1년만에 회복…올해 '트리플크라운' 달성 목표
2018-08-23 06:00:00 2018-08-23 06:00:00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비츠로셀은 지난 1987년 설립된 국내 1위 리튬일차전지 전문기업이다. 설립 후 꾸준히 성장하며 2006년부터는 12년 연속 매출·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해온 비츠로셀에 지난해 4월 갑자기 제동이 걸렸다. 전체 매출의 97%를 담당하는 충청남도 예산 공장이 불타버린 것이다. 다행히 인명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공장이 전소돼 손 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당시 화재로 인해 한국거래소에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라 주권매매거래도 정지됐다.
 
장승국 비츠로셀 대표는 화재 당시 불타버린 공장을 바라보며 한 가지 생각만 떠올렸다고 한다. ‘무조건 살려야 한다!’ 공장은 잃었지만 사람과 자금이 있으니 골든타임을 놓치기 전에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1년 뒤 비츠로셀은 충남 당진에 신공장인 ‘스마트캠퍼스’를 준공했다. 지난 6월에는 주식 거래도 재개됐다. 기업은 시작보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통해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장승국 대표를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비행기가 이륙 전 활주로를 달리며 날아 오르기 위한 추진력을 얻는 단계를 택싱(Taxing)이라고 한다. 추진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상태에서 갑자기 앞이 가로막힌다면 비행기는 그대로 고꾸라지고 말 것이다. 지난해 리튬일차전지 전문기업 비츠로셀의 상황이 그랬다.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공장 전소라는 악재를 맞았다.
 
장 대표는 “당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공장이라는 하드웨어일 뿐, 소프트웨어인 사람이 다치지 않았고 우리의 고객사, 투자자도 다 그대로이기 때문에 ‘회복을 위한 골든타임만 놓치면 안된다’라는 생각으로 4~6주 내 주요 시설을 복구하는 계획을 잡고 실행에 옮겼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비츠로셀은 전소 후 두 달 만에 평택 청북 공장을 매입, 면천과 오성 공장을 임대해 부분 생산에 들어갔다. 그리고 화재 1년 만인 지난 4월 충남 당진에 ‘스마트캠퍼스’를 준공했다.
 
정리해고·고객이탈·차입금 '무(無)' 
 
비츠로셀이 공장 전소상태에서 1년 만에 다시 일어선 것 만큼이나 놀라운 점은 정리해고, 고객이탈, 차입금 이 세 가지가 없었다는 점이다. 우선, 정리해고가 없었다. 사고 이전까지 비츠로셀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은 지난해부터 올해 스마트캠퍼스가 준공되는 과정에서 모두 회사로 복귀했다. 장 대표는 “직원들은 모두 10년에서 길게는 20년 넘게 근무한 숙련된 인력이고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큰 고마운 사람들”이라며 “앞으로 함께 가야하기 때문에 정리해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품질경영 측면에서도 고객들을 위해 기존 직원들과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공장이 아무리 완전자동화 체제로 돌아간다고 해도 마지막 단계는 사람의 손을 거치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당시 직원들에게 ‘당신들은 돌아올 일터가 있다’고 말하며 복구하면 돌아오라고 약속했고, 일부 퇴사자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회사로 복귀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회사는 통상임금 100%를 보장해 잔업수당만 빼고 다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직원들은 각자 미뤄둔 여행을 다녀오는 등 개인 시간을 보냈고 청북, 오성 등에서 부분 생산 시작과 함께 회사로 복귀했다. 직원들이 가장 오래 쉰 기간은 ‘네 달’이었다. 장 대표는 “직원들은 오성, 청북, 면천 등 거주지와 거리가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편도 한 시간 반이 넘는 거리를 오가는 등 열악한 환경임에도 고객에게 납품기한을 맞추기 위해 참고 버텨줬다”고 말했다.
 
고객이탈도 없었다. 전세계적으로 리튬 일차전지 제조기업이 많지 않기에 비츠로셀이 제공하던 물량이 중단되자 당시 업계에서도 난리가 났다. 산업적 특성과 함께 비츠로셀이 구축해 온 고객사와의 신뢰도 영향도 컸다. 장 대표는 “(리커버리 플랜을 짜서) 매월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고객들을 만나 계속해서 회사의 상황을 업데이트하고, 또 고객이 현장을 보기 위해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공장이 전소된 상황에서 차입금 한 푼 없이 다시 일어섰다는 점도 놀라운 부분이다. 이는 비츠로셀이 매년 사업계획에 5년의 중기계획을 잡고 250억~300억원의 현금을 유보해온 덕분이다. 장 대표는 “당진 스마트캠퍼스 준공 과정에서 투입된 900억원 중 절반은 보험금 450억원으로 충당했고, 회사가 보유 중이었던 금액과 당시 매출채권까지 더해져 차입금이 필요 없었다”며 “올해 연말쯤 되면 또 다시 150억~200억원의 유보금이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전세계 투자자들과 고객사들도 놀라워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장승국 비츠로셀 대표. 사진/비츠로셀
  
시작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경영
 
기업 경영에 있어 장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통해 살아남는 것’이다. 기업의 시작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경영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장 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Think different, Act different’다. 장 대표는 “나의 어제와 오늘이 달라야 하고, 또 나의 오늘과 내일이 달라야 한다”며 “스피드, 추진력 등 생각, 행동도 모두 달라야 하는데, 그래야 매력이 있고 상대방도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남들과 생각, 행동이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기업이 살아남아야 하는 것은 ‘명제’인데, 생각과 행동이 달라져야 지속가능한 경영을 해서 살아남고, 고용창출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기업이 지향해야 할 것은 ‘월드 넘버원’이라고 강조했다. 월드넘버원은 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결국 ‘온리원(The only one)’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남들과 다르고 유니크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을 하나씩 만들어 나가면서 ‘From World No.1, To the only one’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두 번째로는 비츠로셀의 기업이념이자 가치관인 ‘행복한 일터를 향하여’를 꼽았다. 일터에 있는 시간이 집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긴데 이 시간을 행복하게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행복한 일터는 모든 개인이 같이 만드는 것”이라며 “내가 행복해야 고객, 투자자 등 회사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회사가 리커버리 막바지 단계에 다다랐을 때 장 대표는 인도 푸네공항 안의 작은 서점에서 우연히 ‘What got you here, Won’t get you there’이라는 책을 보게 됐다. 그는 귀국길에서 이제까지 나를 여기에 오게 한 것 만으로는 저 앞까지 갈 수 없다는 의미의 문장을 보고 비츠로셀이 나아갈 방향을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남들이 기적이라고 할 만큼의 속도와 추진력으로 달려왔지만, 그 메시지를 보고 지금까지와 완전 다른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다짐했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또한 가족·사회·기업차원에서의 ‘나눔’을 강조했다. 그는 “나눔이라는 것은 개인의 삶, 가정, 기업, 국가 차원에서 꼭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위, 옆으로의 나눔보다 ‘다음세대’를 위한 나눔이 중요한데, 은퇴한 뒤에는 놀이방 같은 공간을 만들어서 후배들, 젊은 세대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그들이 부담없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리커버리 원년 = 트리플 크라운 달성의 해
 
비츠로셀의 당진 스마트캠퍼스는 기존 공장의 약 3배 규모로 설립됐다. 제품군, 공정별로 건물을 분리해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완전자동화는 물론 수직계열화 구조를 업그레이드 했다. 리튬일차전지는 형태에 따라 적용되는 산업군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제품을 만드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그동안에는 ‘셀’ 레벨의 사업이었다면 향후에는 ‘팩’ 단위로 제품을 만들어 대형사에도 보급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리커버리 원년과 동시에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장 대표는 “회사는 바쁘고 힘들지만 분위기도 좋고 직원들의 반응도 좋다”며 “당장 허리띠를 느슨하게 풀 수는 없지만 긴 터널의 끝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비츠로셀의 충남 당진 '스마트캠퍼스' 그랜드오프닝 현장에서 장승국 비츠로셀 대표가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비츠로셀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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