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 전 대통령 징역 25년·최순실 20년"…"민주주의 훼손"(종합)
1심 달리 영재센터 지원금도 뇌물 인정…삼성 뇌물액 약 14억 증가
입력 : 2018-08-24 14:58:03 수정 : 2018-08-24 14:58:03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공모해 대기업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징역 1년이 늘어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고 최씨는 1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삼성 관련 뇌물수수액은 1심보다 약 14억원 더 늘었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는 24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등 총 1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실형과 함께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또 함께 기소된 최씨에게 실형과 더불어 벌금 200억원과 추징금 70억5281만원을 선고했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징역 5년에 벌금 6000만원, 핸드백 2개 몰수 및 추징금 199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고 최씨에게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과 추징금 72억여원을 선고했다. 또 안 전 수석에게는 징역 6년에 벌금 1억원, 핸드백 두 점 몰수와 추징금 4290만원을 선고했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자신과 오랜 사적 친분을 유지해 온 최씨와 공모해 기업들에 각 재단에 대한 출연을 요구하고, 최씨가 설립·운영을 주도하거나 최씨와 친분 관계가 있는 회사 등에 대한 광고 발주·금전 지원·계약 체결 등을 요구했다"며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과 단독 면담이라는 은밀한 방법을 통해 삼성그룹과 롯데그룹으로부터 합계 150억원이 넘는 뇌물을 수수했고 SK(003600)그룹에 대해서는 89억원을 뇌물로 요구했다. 요구형 뇌물의 경우 특히 공무원의 요구가 직무상 권한을 배경으로 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행위를 동반하는 때에는 공무원인 피고인에 대한 비난이 공여자에 비해 훨씬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피고인은 뇌물과 관련해 대기업 총수들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기도 했다. 이와 같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부도덕한 거래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시키는 것으로 이를 바라보는 국민에게 심각한 상실감과 함께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은 불신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은 부속실비서관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공무상 비밀로 누설돼서는 안 되는 대통령의 일정·외교·인사·정책 등에 관한 청와대 문건 등을 최씨에게 전달해 직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며 "합당한 이유 없이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함으로써 헌법이 규정한 직업공무원제도의 근간을 훼손했다.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이 다르거나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정부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조직적으로 문화예술계 개인 및 단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 등의 지원배제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으로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 결정으로 인한 대통령 파면'이라는 사태를 맞이하게 됐고, 국민과 우리 사회 전체가 입은 고통의 크기는 헤아리기 어렵다. 피고인은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최씨에게 속았다거나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비서실장이나 수석비서관 등이 행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그 책임을 주변에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피고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법정 출석을 거부함으로써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실체적 진실이 낱낱이 밝혀지기를 기대하는 국민의 마지막 여망마저 철저히 외면했다. 제반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인에 대한 엄정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관심을 모았던 삼성 관련 뇌물수수 혐의 관련해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미르·K스포츠재단 204억원 출연(제3자 뇌물수수) 행위는 무죄로 판단했으나 1심이 무죄로 봤던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2800만원 지원(제3자 뇌물수수)은 유죄로 판단했다. 따라서 72억9427만원만 뇌물로 인정한 1심과 달리 삼성 뇌물액수가 86억8081만원으로 늘었다. 재판부는 제3자 뇌물수수죄 성립을 위해 필요했던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존재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이 부회장을 위한 승계작업이 존재했다. 삼성그룹의 지배권을 승계하는 이 부회장으로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상속 과정에서 대주주 일가의 지배권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향후 경제적·사회적·제도적·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른 지배권 약화의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계열사들을 통할하면서 지배권을 최대한 강화할 필요성이 있었다"며 "삼성SDS 및 제일모직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 엘리엇 등 외국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 추진, 삼성생명(032830)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에 대한 금융위원회 승인 추진 등은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현안들로서 승계작업을 구성하는 개별 현안들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승계작업과 관련해 묵시적 청탁이 인정된다. 지난 2015년 7월25일 이 부회장 면담 당시 피고인은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 삼성물산(000830)·제일모직 합병에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고 앞으로의 승계작업에도 피고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피고인에게 애로 및 건의사항을 이야기할 기회를 제공받은 이 부회장은 단독 면담 자리에서 삼성그룹이 총력을 기울인 현안으로서 경영권 승계작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강조했다. 1심이 "개별적 현안에 대해 명시·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데 포괄적 현안에 대해서 명시·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과 다르다.
 
삼성 관련 단순 뇌물액수도 약간 바뀌었다. 1심은 72억9427만원으로 판단했던 삼성의 최씨 딸 정유라씨 관련 승마지원 및 지원 약속액 213억원(약속액 135억265만원·실제 수수액 77억9735만원) 중 항소심 재판부는 70억5281만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정씨 관련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3484만원은 1심과 같이 전부 유죄 판단했으나 말 3마리(살시도·비타나·라우징) 구입비와 말 보험료를 모두 유죄로 본 1심과 달리 말 구입비 34억1797만원은 일부 유죄, 말 보험료 2억4146만원은 일부 이유무죄로 판단했다. 차량 4대 이용 관련해 구입비는 무죄, 가액 불상의 사용이익은 유죄로 판단한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선고 직후 검찰은 "최종적으로 법과 상식에 맞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최씨 측은 "정의롭고 용기 있는 역사적 판결을 기대했지만 기대에 그쳤다. 재판부의 판단과 변호인의 주장은 사법역사에서 두고두고 재평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항소심 선고 공판은 박 전 대통령 등이 동의하지 않고 있는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중계되지 않았다. 반면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생중계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공공의 이익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중계방송을 허가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 등과 공모해 삼성그룹으로부터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 지원을 요구하고 미르·K스포츠재단 및 영재센터 지원 명목으로 298억여원(약속금액 포함 433억원)의 뇌물을 받는 혐의(뇌물수수) 등 18개 혐의로 지난해 4월17일 구속기소 됐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총선 당시 이른바 친박 인사를 공천·당선시키기 위해 약 120회에 달하는 불법 여론조사를 진행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재직 시절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30억원이 넘는 국정원 특활비를 뇌물로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법 위반) 등으로 추가기소 됐다. 특활비 수수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징역 6년에 추징금 33억원을 선고받았고 불법 공천 개입 혐의에 대해서는 1심에서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도 딸 정씨 이화여대 입시·학사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돼 별도로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구속 연장 후 처음으로 열린 8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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