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최저임금이 최근 악화된 모든 경제지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자영업자 폐업률이 90%에 이른다는 통계청 발표가 타깃이 된 데 이어 최저임금이 소득분배 악화를 야기했다는 비판까지 더해지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2분기 3분위 소득이 전년 동기보다 0.1% 감소함에 따라 중산층까지 흔들리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공격의 강도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이 고용한 저임금 일자리가 줄어드는 데 더해 급기야 폐업으로까지 이어진다며 최저임금을 비판하는 데 대해 정부는 현상 이면의 구조적인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고령화와 경기 악화로 인한 도소매·숙박업 노동자와 건설 일용직,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 감소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판을 누그러뜨리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으로부터 시작된 최저임금 인상 철회 요구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자체를 폐기하라는 주장으로 확대되며 정부를 더욱 압박하는 가운데, 24일 만난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모든 문제를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기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분야를 연구해온 이 교수로부터 소상공인 위기의 원인과 정부 역할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최저임금에 대한 소상공인 불만이 만만치 않다. 상당수 소상공인의 주장대로 이들의 어려움이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보는지.
경기 악화와 과밀한 소상공인업계 특성을 포함해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저임금도 물론 영향을 주고 있지만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고 보는 건 적절하지 않다. 소상공인 숫자가 너무 많다는 점이 근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과밀인구의 상당수가 노동시장에서 밀려온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이들을 다시 열악한 근로조건의 단순 노무자로 내몰 수 있나. 만약 이들이 어느 한쪽에서도 생산활동을 하지 않고 실업상태에 머무를 경우 그 비용을 정부가 전부 감당해야 한다. 구조조정이라는 말을 함부로 꺼낼 수 없는 이유다.
정부가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할까.
최저임금은 소득주도성장의 한 축이다. 근로자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임금 인상도 성실히 실행해나가야겠지만 영세 자본소득자인 소상공인의 소득을 높이는 것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해보인다. 근로자 임금이 오르면 일정부분 자영업자 소득이 증가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부분은 대자본가인 대기업으로 돌아가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정부가 복지와 근로소득 외에 자영업자를 위한 세제혜택 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장사가 잘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 달에 200만원 버는 분식집 세금이 줄어드는 것과 매출이 300만원으로 늘어나는 것은 비교할 수 없는 차이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을 적절하게 규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쟁력 강화도 병행돼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지만 좋은 사례들이 있다. 건대 앞 커먼그라운드나 순천 청춘창고 등이 대표적이다. 순천시가 비어 있는 창고에 공연장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을 선발해 저렴한 관리비로 가게를 운영하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공연으로 유동인구를 만들고 구경 온 사람들은 새로운 핫도그를 비롯한 아이디어 넘치는 제품을 기꺼이 소비한다. 아이디어 상품은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때문에 시장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고 지역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훈련을 거친 상인들은 경쟁력을 갖고 독립하게 만들어야 한다. 기존에 혁신 역량이 부족한 기존 상인들의 경우 말로만 변하라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주고 유도해야 한다. 좋은 모델을 발굴해 이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요인을 공유하고 확산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얼마 전에 시작한 백년가게 정책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소득주도성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정경제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한계소비성향(추가 소득이 소비로 지출되는 비율)이 높은 저소득층 소득이 늘어나면 수요가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뒷받침돼야 할 공정경제 노력이 한참 부족하는 게 문제다. 최저임금을 높인 만큼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이 확대돼야 하지만 여전히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갑을관계에서 이익의 과실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도 마찬가지다. 힘의 불균형 관계인 소상공인과 대기업이 시장에서 경쟁하게 만드는 환경에서 공정경제란 말은 구호에 불과하다. 일정한 규제와 함께 접근 편의성을 높이거나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현재로서는 최저임금이 자영업자 위기의 모든 원인이라고 지목하기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다.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게 부풀려지고 있는데 모두가 혼란스럽다. 최저임금이 어느정도 영향을 주고 있는지 정확한 조사가 선행된 뒤에 상인들이 요구하는 최저임금 차등화를 포함한 해결책이 논의돼야 한다. 정부가 관련 연구용역을 내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논의를 진전할 필요가 있다. 만약 정말로 최저임금이 소상공인 위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정부도 현 기조를 고집하기는 힘들 것이지만 지금 그런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22일 당정이 발표한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책을 평가해달라.
나올 만한 내용은 총망라된 것 같다. 문제제기를 강하게 했던 편의점이 혜택 받을 수 없는 내용도 있어 보완은 필요하겠지만 한 번에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정책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지역신용보증 규모 확대 같은 자금조달은 자영업자들이 위기에 내몰렸을 때 사금융시장에 손을 뻗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더 노력해야 한다. 건강보험도 준조세 성격이 있는데 부담을 좀 더 줄일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일자리 안정자금 같은 직접지원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소상공인 관련 연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최저임금이 소상공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정확하게 연구되지 않으니까 이렇게 논란이 커지지 않나. 얼마나 영향을 준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상공인과 소통하면서 대안을 찾아가야 한다. 대기업은 스스로뿐만 아니라 여러 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기관 등에서 연구 발주를 많이 하기 때문에 자기 방어 논리가 확실하다. 반면 소상공인은 스스로 발주할 수 없다. 당연히 연구된 것도 대기업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고 전문가도 많지 않다. 여러 각도에서 정부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의 위기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 "최저임금이 소상공인 문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연구가 선행돼야 정확한 진단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강명연 기자
경제학 전공자 중에 중소기업을 다루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독특한 이력인 것 같다.
유학 시절 응용경제학(경제 이론을 실제 경제현상과 정책에 적용하는 분야)을 전공하면서 농업이나 자원환경 분야에서 계량모델을 바탕으로 수요분석하는 연구를 했다. 우연히 유통쪽과 인연을 맺고 식품유통 연구에 집중하게 됐다. 소상공인이나 외식분야와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고, 중소기업이 포괄하는 분야기도 해서 중소기업학회장을 하게 됐다. 학회 구성원 대부분 경영학 전공자인데, 경영학은 대기업이 속한 산업분야에 집중돼있다 보니 전공자 자체도 많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할일도 많아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지난 5월 소상공인연합회 혁신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앞으로 소공연은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소공연 측에서 도와달라고 해서 맡게 됐는데 곧바로 최저임금 문제가 터지면서 활동할 상황이 안됐다.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법정단체인 만큼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건 당연하고 소상공인을 대변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다. 정부도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단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연합회가 언제까지 최저임금 관련 대모만 할 수는 없지 않나. 상인들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편안하게 앉아서 장사만 할 게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고민하고 찾아내야 하는데,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협회 차원의 지원 역량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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