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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학 2심, 사형이냐 감형이냐"
재판부 한차례 선고 연기 '신중'…법조계 "범행 치밀, 심신미약 주장 받아들일지 의문"
2018-09-03 15:13:48 2018-09-03 15:13:48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여중생 딸 친구를 추행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이번 주 항소심 선고 결과를 받아든다. 재판부의 신중한 분위기 속에 감형되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김우수)는 6일 이영학과 이영학의 딸 이모양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연다. 재판부는 애초 지난달 23일 선고하기로 했었지만, 선고 하루 전날 공판을 연기했다. 이례적으로 불과 하루 전에 공판을 연기한 것을 두고 재판부가 신중한 판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 사형 선고 경험이 있는 한 고위급 판사는 "흉악 사건은 재판 분위기 자체가 어둡다. 선고할 때 개인적 판단도 중요하나 사명감을 생각한다"며 "판사 입장에서 흉악범이라도 개인의 목숨을 거두는 사형을 선고한다는 것은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긴장과 신중함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현재 이영학 항소심 재판부도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보통 1~2주 전이 아니라 며칠 전이나 당일에 선고를 연기하기도 한다. 하루 전에 연기했다고 특별하지는 않다"며 "연기 사유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체로 기록 검토가 이유일 때가 많다. 이번에는 선고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심 사형 선고 이후 이영학 국선변호인은 항소심에서 이영학의 지능 및 성격적인 결함으로 범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치밀하고도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반박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부분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형량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성폭행 사건에 밝은 한 중견 변호사는 "의사의 정신감정 결과 지능 및 성격적인 결함이 있었다고 해도 이를 받아들일지는 재판부에 달려 있다"며 "이미 결론이 나와 있는데 하는 변론이라고 생각한다. 심신미약이 감경 사유이기는 하지만 이번처럼 잔인하고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보이는 사건까지 적용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형사사건에 조예가 깊은 다른 한 변호사도 "이영학은 범행 당시 굉장히 계획적이었고 많은 사기 혐의에 연루됐는데 재판부가 과연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며 "다만 재판부의 사형제도 자체에 대한 고민으로 무기징역 등으로 감형될 수는 있어도 정신이나 지능적인 문제를 이유로 감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이영학은 지난해 9월30일 딸 이양과 공모해 A양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수면제가 든 음료를 먹여 추행한 뒤 이튿날 A양을 목 졸라 살해하고 딸과 함께 강원 영월군 한 야산에 A양 시신을 유기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영학에게 "피해자 및 피해자 유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과 충격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다. 피고인은 엽기적이고 잔혹한 범행을 저지르고도 가증스럽게 '어금니 아빠'라는 명칭 아래 사치스럽게 생활하는 등 사회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불신과 사회 정서적 피해를 야기했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지난 2016년 2월 강원도 고성군 22사단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5명을 살해한 임모 병장 이후 약 2년 만의 사형 선고였다. 딸 이양에게는 장기 6년에 단기 4년이 선고됐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지난 7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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