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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리모델링, 국가적 공익사업으로 생각해야”
차정윤 한국리모델링협회 부회장 "리모델링 곤란한 경우에만 재건축 허용해야"
"리모델링 사업으로 재난 안전성 확보, 친환경 에너지 절감 정책 전개해야"
2018-09-17 14:13:36 2018-09-17 14:16:43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문재인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각종 규제를 쏟아내며 서울 및 강남 집값 잡기에 정권의 명운을 건 모습이다. 그 중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재건축 문제다. 현 정부는 강남 집값이 서울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보고, 그 중심에 재건축이 있다고 판단한다. 이 때문에 재건축을 규제하고 도시재생에 방점을 찍고 있다. 특히 리모델링 산업은 도시재생과 맥을 같이하면서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새로운 시작점에 서 있다.
 
차정윤 부회장은 지난 15년간 리모델링협회를 이끌어 온 산 증인이다. 차 부회장은 문재인정부 들어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리모델링 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는 특히 환경 문제뿐 아니라 자원 재활용 문제와 건물 노후화에 따른 안전 문제까지 해결하는 데 리모델링의 장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리모델링을 민간기업의 단순한 영리추구 사업이 아닌 국가적인 공익사업으로 봐야한다는 차 부회장을 만나봤다.
 
차정윤 한국리모델링협회 부회장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리모델링의 장점과 단점을 쉽게 설명한다면.
리모델링은 자원 낭비를 줄이고 재활용을 극대화한 친환경사업이자, 최고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재건축을 하면 폐기물 처리 문제가 심각하다. 재건축은 리모델링에 비해 폐기물이 10배 정도 많이 나온다.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저감 건축물 정책 추진에 부합하고 있는 리모델링 사업은 리모델링산업 발전은 물론 건설 산업 활성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 리모델링 준공 단지는 17개에 불과해 아직까지 일반화됐다고 볼 수는 없다. 준공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리모델링 사업영역 진출에 대해 주저하고 있는 건설사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주택 관련 리모델링 현황은 어떤가.
1985년 이전 준공된 저층 아파트 단지의 경우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재건축 개선사업이 시행되고 있으나, 1990년 이후 대량 공급된 고밀도의 노후 공동주택의 경우 여러 사회·경제적 이유로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이 주거환경 개선의 실효성이 높다. 그러나 경기 침체, 법적 규제 등의 이유로 사업 추진이 어려워 낡고 위험한 집을 방치하다시피 살고 있다. 더구나 지방의 경우에는 재건축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조건이 만족되는 상황이 줄어들고 있어 더 이상 재건축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 이에 정부는 반드시 노후 공동주택의 슬럼화에 대비한 주거환경 개선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를 위해 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나.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정부의 규제가 덜하지만, 기존 구조물을 근간으로 평면을 재구성하기 때문에 그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전문기술을 요구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존 건물을 재사용하는 리모델링 사업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여기저기 산재돼 있는 신축 중심의 제도 및 법령, 정보 부족으로 사업 추진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 이제는 기존 노후건물 관리에 대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리모델링 특별법을 제정 시행하고 리모델링 전담 부서를 설치하는 등 성공적인 사업추진 단지들이 계속해서 나올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리모델링이 기술적으로 완벽하다고 평가할 수 있나.
리모델링은 신축에 비해 더 많은 전문기술을 요구하고 있어 많은 연구개발과 특허가 진행되고 있다. 위로 쌓는 수직증축은 아직 사업을 만들어가고 있는 단계지만 지하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기존 건물 밑을 파내어 SAP(지하주차장 뜬구조) 공법으로 지하를 1개 층 더 파내는 방법은 이미 실현한 단지도 있고, 특허도 출원됐다. 특허청에 주택 리모델링 관련 특허출원이 1997년부터 2016년까지 20년간 총 104건이 출원됐다. 기존 노후아파트에서 지진의 불안에 떨며 재건축을 기다리는 것보다 리모델링을 빨리 추진해 더 쾌적하고 안전한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문재인정부 들어 도시재생 사업이 뜨면서 리모델링 분야도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분위기는 어떤가.
많은 사람들이 새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과 맞물려 리모델링 사업이 지속적으로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시재생을 근간으로 하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리모델링 사업이 새로운 시작점에 서 있음은 분명하다. 도시재생 또한 정비사업의 한 방법으로 어떠한 형태로든지 개발 이슈가 발생하면 부동산 가격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장과열을 이유로 도시재생 사업을 우리 동네 살리기, 주거지지원형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건 명분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건설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중심시가지형, 도시경제기반형 사업에도 충분한 예산 배정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주거정비지원형 사업에서도 경주·포항 지진 사례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건물의 안전진단과 안전성검토 등 안전에 관한 비용도 지원해 안전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의식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리모델링 중에서 수직증축에 대한 관심이 높다.
수직증축에 대한 불안감도 주거용 건물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되면서 대두된 것 같다. 하지만 세대수가 증가하지 않는 수직증축은 이미 성공사례가 많다. 1층을 필로티 구조로 바꾸면 최상층에 수직증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용산구 이촌동 수정아파트 이후 준공된 사례는 다 수직증축에 성공했다. 많은 사람들이 ‘수직증축 리모델링’으로서 인식하고 있는 ‘세대수를 증가하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현재진행형이다. 세대수 증가에 대한 부분은 기존 세대수의 10% 증가를 허용하는 것으로 2012년 처음 관련법이 생겼고, 2014년에 15%로 그 범위가 확대돼 아직 이 법이 적용돼 준공된 사례는 없다. 사업단계를 차분히 밟아가는 단지들이 있어 세대수가 증가된 수직증축 리모델링 성공사례도 곧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재건축·재개발과 리모델링은 대립되는 개념인가.
아파트의 수명연장을 위한 유지관리를 위해서는 리모델링과 재건축이 보완관계를 이뤄야 하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처음 리모델링 정책을 도입할 때 ‘무분별한 재건축을 방지하고 리모델링을 활성화한다’라고 홍보했기 때문에 재건축과 대립관계가 형성된 것 같다. 그러나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경쟁관계가 아니다. ‘신축 이후 리모델링, 그리고 재건축’의 순서가 바람직한 건축물 수명주기다.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둘 다 양질의 공급을 확보하는 도시재생의 주요 수단이다. 기존 건축물의 리모델링 사전검토를 의무화해 리모델링이 곤란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재건축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는 주의할 점이 무엇인가.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리모델링에 대한 인식은 다소 낮은 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리모델링 선호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전국 아파트 중에서 재건축 대상은 10%도 안 되며 나머지 90% 이상은 리모델링 대상이다. 재건축으로 인한 집값 상승폭이 큰 경우는 서울 강남권이라는 극히 일부 지역이다. 국민들도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자산 증식의 측면보다도 주거환경 개선의 측면에서 접근해 줬으면 좋겠다. 아울러 리모델링 사업 추진 주민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은 전문성 부족과 자금조달 능력이다. 이에 서울시와 성남시 등 몇몇 지자체에서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에 대해 조합설립 시까지 관련 업무를 직접 지원해 리모델링 사업 추진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노후 건물들을 한꺼번에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가적으로 노후 건축물들을 개보수해 장수명화시키는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지진 등에 대한 재난 안전성을 확보하고, 친환경 에너지 절감 정책도 함께 전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리모델링 사업은 민간기업의 단순한 영리추구가 아닌 국가적인 공익사업으로 보아야 한다. 정부 정책 당국자들도 이러한 면에서 리모델링 시범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보다 유연한 법규제도 운용을 통해 리모델링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SH공사 별관에서 열린 '제10회 리모델링의 날 총회' 행사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국리모델링협회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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