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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태양광업계, 또다시 '풍요 속 빈곤'
2018-10-16 17:08:21 2018-10-16 17:08:21
오는 11월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나서는 A사는 요즘 고민이 많다. 최근 태양광 모듈 물량을 미리 선점하려는 고객사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마냥 반길 처지가 아니다. 모듈 가격이 연초보다 40%가량 떨어져 기업 규모에 따라 많이 팔아도 수익이 거의 없거나 일부 업체들은 팔수록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
 
지난 2005년 이후 첫 역성장이 예상됐던 글로벌 태양광 시장이 올해 가까스로 전년 수준의 설치량을 기록하며 현상유지를 할 것으로 점쳐진다. 내년 설치량은 올해보다 20% 증가한 120기가와트(GW) 달성이 무난하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업계의 속내는 복잡하다. 시장은 매년 커지는데 비해 업계가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의 증가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시황이 그나마 괜찮았던 지난해와 올 상반기 성적표를 보면 수긍이 간다. 세계 1위 모듈 제조사 중국 징코솔라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2%, 올 상반기는 2.3%에 그쳤다. 세계 1위 태양전지 제조사인 한화큐셀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0.3%, 올 상반기 3.9%를 기록했다. 올 하반기는 태양광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의 가격 약세 여파로 이마저도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태양광발전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지금 같은 시기가 구매 적기다. 기존보다 설치단가를 약 20% 줄일 수 있어 태양광발전소 개발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내년 물량을 확보하려는 해외 업체들의 구매 문의가 늘고 있다"며 "신규 태양광발전소 프로젝트에 대한 공급이 늘어 전체 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커지지만 실익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업계가 향후 2~3년 간 '풍요 속 빈곤'에 놓일 것으로 예상했다. 태양광 제품 값이 떨어지면서 수요가 늘고 있지만, 과잉설비로 인해 큰 폭의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특히 제품 가격이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중소형 태양광 제조사는 물론, 대형 기업들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전문가는 "단기간에 30% 이상 가격이 급락하면 업계가 받는 충격파가 상당하다"며 "기술혁신이나 원가절감 외에 마땅히 손 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태양광 업계 내 옥석 가리기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 및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의 퇴출이 줄을 이으며 향후 3년 내 대형 기업들을 중심으로 세계 태양광산업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개별 기업 스스로 '독자생존' 능력을 갖췄는지 점검하고, 미비한 점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양지윤 산업1부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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