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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변희재 '종북·주사파' 표현, 명예훼손 아냐"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 승소 판결한 원심 파기환송
2018-10-30 16:28:31 2018-10-30 16:28:45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대법원이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부부를 '종북'·'주사파'라고 표현한 보수논객 변희재씨 행위는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이 전 대표와 남편 심재환 변호사가 변씨·조선일보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관 8명은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모욕은 허용되지 않지만, 명예훼손·모욕에 대한 과도한 책임 추궁이 정치적 의견 표명이나 자유로운 토론을 막는 수단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며 "정치적 표현에 대해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거나 경계가 모호해지면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공허하고 불안한 기본권이 될 수밖에 없다. 타인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언론에서 공직자 등에 대해 비판하거나 정치적 반대의견을 표명하면서 사실의 적시가 일부 포함된 경우에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정치적·이념적 논쟁 과정에서 통상 있을 수 있는 수사학적인 과장이나 비유적인 표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금기시하고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종북', '주사파' 등의 용어가 사용됐으나 표현행위의 의미를 객관적으로 확정할 경우 사실 적시가 아니라 의견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변씨의 말은 의견표명이나 구체적인 정황 제시가 있는 의혹 제기에 불과해 불법행위가 되지 않거나 원고들이 공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위법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법관 5명은 "우리 사회에서 '종북', '주사파',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용어는 그러한 입장으로 규정된 사람들을 민주적 토론의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돼 온 측면도 있다"며 "변씨 등이 주사파라는 표현을 사용한 맥락과 글 전체의 취지를 보면, 원고들이 주사파 또는 종북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경기동부연합에 속해 있음으로써 북한 정권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세력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변씨는 2012년 3월 자신의 트위터에 이 전 대표와 심씨에 대해 '종북'·'주사파', '종북파의 성골쯤 되는 인물', '경기동부연합의 브레인이자 이데올로그' 등의 표현이 담긴 글을 작성·게시했다. 이후 조선일보·조선닷컴·뉴데일리는 변씨의 트위터 게시글을 인용하는 내용의 기사를 게시·보도했다. 이 전 대표는 변씨를 비롯해 해당 언론사와 기사를 작성·게시한 기자들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 시작 후 '종북', '주사파', '경기동부연합' 등의 표현행위가 위법행위에 해당하는지와 '종북'이라는 표현과 '주사파'라는 표현을 달리 봐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종북세력이라는 말은 국가와 사회에 위험한 세력이라고 인식돼 원고들의 명성과 평판을 하향시킬 우려가 있다. 증거 없이 종북이나 주사파라고 단정하는 것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며 변씨 등이 이 전 대표에게 각각 500~1500만원을 배상하고 정정보도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미디어워치 대표고문인 변희재씨가 지난 5월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에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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