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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자급제 논쟁)휴대폰 판매점이 사라진다…사지 몰린 유통인
생존권 위협에 "우린 비용이 아냐"…SKT "유통망 업종 전환 위해 투자"
2018-11-01 07:00:00 2018-11-01 07:00:00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휴대폰 대리점과 판매점들은 단말기완전자급제(이하 자급제)로 인한 유통 생태계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휴대폰 유통점의 매출은 가입자를 유치하고 이동통신사들로부터 받는 판매장려금 비중이 가장 크다. 하지만 자급제로 단말기와 통신서비스 판매가 분리되면 유통점이 판매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줄어든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에 따르면 현재 약 6만명의 종사자들이 2만여곳의 유통점에 몸 담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유통점은 약 40%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자급제가 본격 추진되면서 유통망에서는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 관계자는 "단통법 이후 평균 30% 매출이 줄었는데 자급제 마저 시행되면 중소 유통점 도산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 유통점들은 가족 단위로 운영되는 곳도 많다"며 "생계권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유통점들은 자급제가 시행되더라도 통신비 인하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소 유통점을 대체할 새로운 유통망을 구축·유지하는데 비용이 발생할 것이고, 오히려 단말 유통과 통신서비스 유통으로 이분화돼 전체 유통망 유지 비용은 늘어난다는 논리다. 특히 좋은 상권에 위치한 자본 여력이 있는 직영점과 대형유통점만 살아남아 이들이 이윤을 독식하는 구조로 재편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잘 팔리는 모델은 직영점이나 대형 유통점에 우선 배정되는 등 공정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인데, 단말기 판매 권한마저 없어진다면 존재의 이유가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시스 
 
유통점들은 자신들을 비용으로 보고 걷어내려 하기 이전에 이통사들이 주기적으로 통신비 원가를 산정할 수 있는 요금제별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통사들의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줄 수 있는 제도적 고민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통사들이 3세대(3G)에서 롱텀에볼루션(LTE)으로의 전환때 세제지원을 받았고, 5세대(5G)로 전환 시에도 세제지원이 예상되는 만큼 혜택을 소비자와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의 필요성도 거론된다. 유통협회 관계자는 "이통사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세제혜택으로 보는 만큼 이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통신비 인하로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급제 도입만 저지된다면 경쟁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급제 스마트폰 활성화로 시장은 변화 중이지만 여전히 단말기 판매는 가능하다. 대형 판매점과 규모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어도 고사 직전은 아니다. 기존 단말기 판매뿐만 아니라 스마트기기 교육·유심칩 교체·간단한 제품 수리 등 소비자 민원 해결 업무를 강화해 이를 유인책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서비스 마인드를 강화해 자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얘기다. 다른 대리점 직원은 "유통점들은 최전방에서 소비자들의 불편한점을 해결해 주는 순기능도 있다"며 "더구나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IT 기기에 대해 서비스해줄 수 있는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더불어 "공정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환경만 조성된다면 자생력으로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고 덧붙였다.
 
1위 사업자 SK텔레콤은 자급제 도입을 강력 반발하는 유통점 직원들에 대해 경력전환 등 새로운 직무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26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전국 곳곳에 있는 유통점 직원들이 단순히 휴대폰 판매만 하는게 아니라 앞으로는 동네 '디지털전도사'가 될 수 있다"며 "유통채널에 투자하고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2·3위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자급제 도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라 아직 유통점에 대한 지원책은 없는 상황이다. 
 
25년째 판매점을 운영 중인 한 판매점주는 "스마트폰이 빠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판매를 장려했고, 우리의 노력이 있었기에 이통사도 성장할 수 있었다"며 "이제와서 쓸모없는 취급을 하고, 생업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통사와) 동반자라 생각하고 일선에서 최선을 다했다"며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교육적 지원은 환영하지만 업종을 뒤흔드는 지원은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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