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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금융권 압박이 경제살리기 능사인가
2018-11-02 08:00:00 2018-11-02 08:44:44
고재인 금융부장
최근 금융위원회는 금융자원의 지역균형 배분을 유도하기 위해 은행과 대형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지역재투자 결과를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 접근성이 낮은 서민과 중소기업에 금융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우수 기관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당근책도 있지만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평가 내용은 예금 대비 지역 중소기업이나 저신용자 대출실적, 지역 내 지점 및 ATM 등 인프라 투자 수준을 따지기로 했다. 비대면, AI 상담, 바이오 인증, 빅데이터 활용 등 핀테크 활용을 높여 금융시장 변화와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기관’에나 요구할 수준의 공공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4대 시중은행들에게는 자동차 부품사가 위험하니 40조원 규모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감수하고 회수를 자제하라고 엄포를 놨다. 물론 산업성장에 독이 될 수 있는 성급한 자금회수는 자제돼야 하지만 부실 가능성이 큰 기업까지 대출 만기를 연장해줘야 하는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요즘 금융권 임직원들은 하나같이 ‘수익 내기 힘들다’며 한숨 섞인 얘기를 하는 배경이다.
 
정부의 금융권 압박은 비단 은행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카드사에게는 중소 및 영세가맹점들을 위한 수수료 1조원 축소를 예고했다. 당국은 더욱이 마케팅비를 줄여 수수료 원가를 낮추라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마케팅비로 들어가는 부가서비스 혜택을 축소하는 약관변경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저축은행 또한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해 11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기존 대출도 자동적으로 인하된 금리가 적용되도록 대출약관을 변경했다.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해 당연히 좋은 소식이지만 수익악화가 예상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역의무대출 비율이나 인수합병(M&A) 규제완화 등 수익성 악화를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했지만 이는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최근 금융권 채용비리 혐의에 첫 판결까지 관련자들은 모두 집행유예 등 유죄를 받으면서 금융권 분위기는 암울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금융권에 있는 것만으로도 죄인이 된 듯 한 느낌이 들 정도라는 하소연도 하고 있다.
 
서민, 중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의 금융지원은 당연히 필요하고 반드시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자율성을 배제하고 규제 일변도로 이뤄지는 금융지원은 ‘돈맥경화’에 빠질 수밖에 없고 시장도 후퇴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기업에도 돈이 흐르지 않게 되는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
 
당연히, 경제 위기 해결을 위해 금융권을 압박하는 극약처방도 방법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한다.
 
경제성장의 혈맥인 금융시장이 다양한 기업에게 투자를 하고 수익을 내면 자연스럽게 돈이 돌게 되고 경제는 정부가 관여하지 않아도 살아날 것이다.
 
서민과 취약계층을 챙기고 중소·벤처기업 부문에 집중적 지원으로 성장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에너지 등의 산업부문 등의 돈이 될 만한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을 만들어줘야 한국경제도 희망이 보일 것이다.
 
고재인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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