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대통령은 외롭다
입력 : 2018-11-28 11:30:00 수정 : 2018-11-28 14:03:21
"하얗게 쌓인 눈을 보면서 엉뚱하게 만주와 대륙을 떠올렸습니다."
 
그랬다. 엉뚱했다. 지난 25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평양선언에 담긴 남북 철도 연결에 대한 부푼 기대를 표현했지만, 글의 시점이 적절치 않았다. 앞서 이틀 전 김종천 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되는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 그는 임 실장의 한양대 1년 후배로 학생운동을 함께 한 동지이자, 측근이다. 비서실장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하다 지난 6월 의전비서관으로 승진했고, 그 배경에 임 실장이 있음은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그렇다면 모두가 보는 페이스북에 이에 대한 유감부터 표명했어야 옳다. 굳이 측근이 아니더라도 비서실 직원이 빚은 물의에 대해 그 장은 사과를 해야 마땅했다.
 
또 첫 눈을 보며 한반도와 대륙을 횡단하는 열차를 떠올리기보다, 추운 겨울의 시작과 함께 연탄 값 등 겨울나기를 걱정해야 할 빈곤층에게 눈을 돌려야 했다. 불행히도 김 비서관의 음주운전 하루 전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저소득층의 소득만 줄어 소득 양극화가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수준까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실패를 의미할 수도 있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했지만, 임 실장 말은 분명 아픔보다는 낭만에 가까웠다.
 
비판받을 이는 임 실장만이 아니다. 조국 민정수석은 숱한 여권의 종용에도 끝내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다음 총선에서도 출마할 일은 없을 것이란 게 주변의 얘기다. 비정한 정치판에 투신하기보다 따뜻한 학교로 돌아가면 된다는 생각 같다. 자신을 중용해준 대통령에 대한 보은과 둑이 무너진 지역주의를 확실하게 끝장내겠다는 신념 같은 것은 없는 듯하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조만간 학교로 돌아갈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사사건건 충돌하는 한편 김수현 현 정책실장에 대한 견제로 불협화음을 냈던 것 치고는 무척이나 평안한 복귀다. 다들 제 갈 곳 챙겨둔 채 청와대에 몸을 담았다는 느낌을 안 받을 수 없다.
 
사실 이들을 비롯해 청와대 참모진 모두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필사적인 노력에 얹혀서 호사를 누렸다. 한때 80%를 넘나드는 높은 국정운영 지지도에 취해 경제든, 민생이든 살피지 못했다. 와이셔츠를 걷어붙이고 아메리카노 한 잔 든 채 호탕하게 웃으며 겉멋만 부렸을 뿐이다. 대통령은 일자리 상황판을 들여다보며 한숨을 내쉬는데 누구 하나 그 한숨을 덜어줄 생각도 못했다. 그저 제 자리 걱정하며 숨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이 제기돼도 무리가 아니다. 오히려 한 물 갔다고 평가된 정의용 안보실장만이 동분서주하며 제 역할을 해냈다. 이대로라면 또 다시 '진보는 무능하다'는 틀에 갇히지 않을 수 없다.
 
목숨 걸고 일을 하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청와대를 떠나야 한다. 대통령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 없이 대통령 참모라는 명함을 함부로 내밀어선 안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복심이었던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수년간 병치레를 하며 온 몸으로 그를 애도했다. 이는 고사하고, 퇴임 후 노 전 대통령을 따라 나섰던 것처럼 경남 양산에서 문 대통령을 보좌할 이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SNS나 언론을 통해 입으로만 퇴임한 대통령을 옹호하고 방어하는 선에서 그칠 이들만 가득하다. '대통령 사람은 입술이 부르트도록 밤을 새며 일하는 탁현민 하나'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외로워 보인다. 남은 임기 3년은 대통령이 외롭지 않게, 참모들이 제대로 일을 하는 청와대였으면 한다. 일을 해야 실패를 해도 후회가 없는 법이다.
 
김기성 산업1부장 kisung01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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