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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섭 집꾸미기 COO "매거진·외주광고업·시공까지…리빙 밸류체인 완성할 것"
"소비자 요구에 착안해 '큐레이팅' 서비스 시작…구매처·SNS 등 통해 입소문 확대"
"시공 중개·일반 커머스 등과 차별화에 방점…창업 성공하려면 업무 성향 맞는 동업자 찾기가 중요"
2018-12-11 06:00:00 2018-12-11 09:34:44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올해 가구·인테리어업계는 신세계그룹의 까사미아 인수로 시작해 현대백화점그룹의 한화L&C 인수로 마무리됐다. 2020년 인테리어 시장규모가 4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대형 유통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태세를 갖춘 셈이다. 중소업체가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현재 구조의 재편 가능성 또한 자연스레 커졌다.
 
이처럼 경쟁이 한껏 치열해지고 있는 중에도 주목받는 중소업체가 있다. 종합 인테리어 리빙 플랫폼을 지향하며 소비자 간 정보 공유를 서비스로 내건 '집꾸미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집꾸미기는 매거진으로 시작해 주요 가구업체의 광고제작사업까지 리빙 카테고리 내 밸류체인을 형성하는 식으로 성장해왔다. 이같은 사업 포트폴리오는 업계 성장을 저해해온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에 집중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공격적인 대기업 진출에도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기존에 없던 사업모델을 만들고 있는 집꾸미기의 코파운더(공동 설립자) 신영섭 COO(최고운용책임자)를 만나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2012년 회사를 창업하고 리빙분야에 뛰어든 이유는?
 
처음에는 창업을 해야겠다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아이템도 없이 회사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음악, 스포츠, 음식, 코미디 등 페이지 25개를 만들어 관련 콘텐츠를 올리고 반응을 살폈는데 인테리어 페이지에 독보적으로 반응이 왔다. 리빙분야에 대한 사람들 관심이 높다는 걸 확인한 이후 시장조사를 해보니 대기업이 힘을 못쓰고 영세업체가 난립해 정보가 파편화돼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기존 리빙 매거진의 경우 현실과 맞지 않게 예쁜 화면만 보여주는 게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우리는 이 비어 있는 지점을 파고들어 옆집인데 나보다 좀 더 센스있게 꾸민 집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당시 인테리어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네이버카페 레몬테라스를 살펴봤는데, 집주인이 집을 올리면 많게는 3000~4000개 댓글 가운데 99%가 어디 제품인인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처음에는 레몬테라스에 글쓴 사람에게 쪽지를 보내 섭외했다. 집을 잘꾸미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데 방법을 알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공감하는 사람들로부터 이미지를 제공받고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케아 진출 등 시장 상황과 맞물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을 활용하다보니 온라인 바이럴(viral·입소문)이 잘 발생하게 됐고, 1년 정도 운영한 뒤에는 100만명 넘는 팔로워가 생겼다.
 
신영섭 집꾸미기 COO. 사진/집꾸미기
 
매거진으로 시작해 스토어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2년이 걸렸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팔로워들이 구매처 정보를 원하는 데서 나아가 어떤 제품이 좋은지 문의하기 시작했다. 사용자 액션의 리액션으로 사업을 진행해온 만큼 단기적으로 이 지점을 반드시 풀어야 했는데, 답은 직접 써보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제품 소개 페이지는 좋은 내용만 나오기 때문에 가격 대비 좋은 제품인지 직접 판단해보기로 했다. 태그 반응도순으로 정렬한 다음 1위 제품부터 영업을 시도했는데, 1~3위인 이케아 제품은 영업하기가 너무 어렵더라. 4위 제품인 암막커튼 제조업체에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우리가 제품을 판매해보겠다고 했다. 제품 반응이 왜 좋은지 실제로 제품을 뜯어보고 문의한 내용을 콘텐츠화했다.
 
리빙분야는 큐레이팅되지 않은 너무 많은 정보가 너무 많은 영세 브랜드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소비자 요구가 숨어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매트리스를 3년은 써봐야 알듯 리빙은 소비자가 알기 힘든 부분이 곳곳에 숨어있는데, 이를 검증해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유통망도 갖추게 됐다. 많은 업체들 가운데 정말 괜찮은 브랜드는 뜰 가치가 있고 떠야만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다른 커머스업체와 달리 소비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콘텐츠와 함께 소개하는 방향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한건씩 소화하는 데 집중했다.
 
유사한 서비스로 '오늘의집'이 거론된다. 차이점이 무엇인지.
 
시공 중개 플랫폼인 버킷플레이스로 시작한 오늘의집은 우리가 구매처 정보를 담은 매거진 서비스를 시작하고 6개월 뒤에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경쟁을 해왔다. 올해 초, 작년부터 오늘의집이 여러 제품을 입점시키고 소비자가 알아서 판단하는 일반 커머스사 전략을 따라가면서 우리와 방향성이 조금 달라졌다. 실제로 집꾸미기 스토어의 입점상품 수는 오늘의집의 6분의1에 불과하다. 우리는 좋은 제품을 소개하는 데에 중점을 두다보니 전체 인원 중 콘텐츠 제작자가 많다. 반면 오픈마켓 전략을 세운 오늘의집은 MD 직군이 많다.
 
리빙분야 관련 제품 영상제작을 많이 하다보니 주요 가구, 전자제품 브랜드의 외주광고업까지 하게 됐다. 처음에 요청이 들어왔을 때는 그럴 여력이 없다고 판단해 거절했는데 해당 브랜드 제품이 우리 서비스에 입점하면서 자연스럽게 콘텐츠 제작까지 연결됐다. 홈쇼핑 시작 영상이나 브랜드 영상 등 외주 광고 매출이 전체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현재는 리빙쪽에서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브랜드가 광고주가 됐고, 원래 입점 브랜드 제품만 다루던 콘텐츠제작팀이 자연스럽게 두 팀으로 나눠졌다.
 
올해부터 스타일링과 시공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했는데.
 
집꾸미기 팔로워가 350만을 기록하는 시점에 '우리집 좀 꾸며달라'는 문의를 많이 받았다. 당시 마침 우리가 좋다고 소개하는 8000~1만개 제품만으로 집을 스타일링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기도 했다. 이를 절충해 신사업으로 기획한 것이 스타일링 시공서비스다. 시공 중개 플랫폼을 장착한 오늘의집과도 다른 부분이다. 내년에는 스타일링을 한 이후 우리가 유통하는 제품으로 집을 꾸미고 시공하는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숙박 중개 플랫폼 '야놀자'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야놀자의 5만개 숙박업소 중 리모델링이 필요한 건물 단위로 전 객실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 공유오피스와도 관련 협업을 준비 중이다. 현재 스타일리스트가 부족해 시공팀을 내재화시키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여러 업체를 입점시켜 소비자가 선택하게 하는 시공 중개 플랫폼의 경우 한계가 있다고 본다. 한 번 큐레이팅을 거쳤다 해도 고객 입장에서는 어느 업체가 좋은지 모르기 때문에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를 선택하게 되고, 자연히 시공 결과도 좋지 않을 확률이 높다. 커머스 분야를 두고 했던 고민과 비슷하게 결론이 났고, 결과적으로 우리는 국내에서 제일 잘하는 시공업체가 스스로 되기로 했다. 스토어에서 제품 환불률 3% 유지를 목표로 하는데, 중개 플랫폼이 됐을 때 인테리어 분야 환불률을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있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미국에서 음악을 하다가 집꾸미기 설립자로 참여했다. 창업에 대해 조언한다면.
 
고등학교때부터 음악을 하다가 대학은 가야할 것 같아 입학을 다른 과로 했는데 이틀 만에 그만두고 미국으로 갔다. 음악을 하고 싶어서 처음에는 길바닥 생활을 하며 곡을 팔러 다니다 우연히 빌보드 차트 1위를 했던 아티스트의 할머니 집에 얹혀 살면서 곡을 만들게 됐고 반응이 좋아 매니지먼트 프로듀서로 취직하게 됐다. 한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 왔다가 현재 집꾸미기의 CEO인 노대영을 만나 프로젝트를 했는데 업무방식이 잘 맞았다. 노 대표는 여러 분야에 흥미를 잘 느끼고 하나에 꽂히면 끝을 보는 성향인데 (저는) 이를 시스템화하는 걸 잘 한다. 미국에서 일을 할 때도 영업이나 프로듀싱, 사업적인 측면에서 인정받아 자리잡았던 경험이 있다. 음악이 아니더라도 좀 더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일하고 싶어 한국에 정착하게 됐다.
 
창업할 때 사적으로 친하지 않아 괴리감 느끼는 경우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것보다 공적으로 잘 맞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 대표하고도 개인적으로 친한 관계는 아닌데 업무적으로는 밤새도록 전화할 만큼 친하다. 단순히 얘기가 잘 통하는 것 외에 서로 제일 못하는 걸 잘 하는 사람인지를 보는 게 중요하다. 현재 창업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는데 바람직하다고 본다. 전에는 창업하면 집안이 망하기 십상이라는 분위기였다면 본인이 하고싶은 걸 할 수 있는 분위기는 형성됐다고 본다. 리스크를 줄여가면서 사업을 준비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본다. 
 
신영섭 집꾸미기 COO가 지난달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집꾸미기 서비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집꾸미기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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