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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올해는 K-OTC시장 활성화 원년…대표지수 만들어 도약"
(피플)한재영 금투협 K-OTC 부장
IR·로드쇼 통해 기업 유치…일반투자자 대상 종목정보 발간 계획
2018-12-18 06:00:00 2018-12-18 06: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금융투자협회에서 만든 장외주식거래시장인 'K-OTC'가 도약하고 있다. 프리보드가 전신이었던 K-OTC는 올해 초 양도세가 면제되면서 변화를 맞고 있다. 2017년에 비해 약 3배가량 거래대금이 증가했고, 등록기업도 늘어나 125개에 달한다.
 
2019년부터는 ▲K-OTC 지수 산출 및 관련 상품 개발 ▲일반투자자 위한 시장 대외 홍보 ▲K-OTC 종목정보 리포트 발간 ▲현장 설명회 및 로드쇼 개최 통한 기업 유치 활동 등에 힘쓸 계획이다. 금융투자협회의 K-OTC 시장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재영 부장을 만나 이 시장의 성과와 내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금투협은 지난 9월 자본시장을 통한 혁신성장 자금공급 생태계 기반 마련을 위해 전라북도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진 왼쪽부터 한재영 K-OTC 부장, 이창화 금투협 증권파생상품서비스본부장,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송하진 전북도지사, 나석훈 전북도청 국장, 차주하 전북도청 과장, 양선화 전라북도 사무관. 사진/금융투자협회

K-OTC가 변화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일평균 거래대금이 약 6억원, 2017년 10억8500만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약 27억6000만원으로 늘었다. 주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롭게 K-OTC에 등록된 기업도 지난해에 비해 약 세 배 늘었다. 2017년 12월 소득세법이 개정되면서 소액주주의 중소중견기업 주식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K-OTC 시장을 통한 주식 양도분부터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면서 K-OTC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세에 접어들었다.
 
2016년부터 K-OTC를 책임지고 있는 한재영 금융투자협회 K-OTC 부장은 "올해가 K-OTC시장 활성화의 원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 부장은 2000년 금융투자협회에 입사해 조사연구실, 증권지원부, 금융개혁TF, 기획조사실 등을 거쳐 2016년부터 K-OTC시장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양도세 면제라는 제도적 변화가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면서 “투자자와 신규기업이 늘어나면서 거래대금이 증가하는 등 선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K-OTC는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가 비상장주식 매매를 위해 개설한 제도권 비상장주식 유통시장이다. 금투협은 2005년 7월부터 K-OTC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프리보드' 시장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주식거래 대상기업이 소수의 중소기업 위주로 한정돼 시장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2013년 7월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KONEX)시장'이 개설되면서 그 역할마저 모호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금투협은 중소벤처기업의 직접금융 활성화에 중점을 두던 시장 운영 방식을 개선해 중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비상장법인의 주식을 투명하고 원활하게 거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장을 제공하는 K-OTC시장을 개설했다.
 
K-OTC는 코스닥과 매매방식만 다를 뿐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K-OTC는 상대거래, 코스닥은 경쟁매매방식으로 거래한다.
 
K-OTC시장은 셋으로 구분돼 있다. 먼저 K-OTC 시장이라고 흔히들 일컫는 K-OTC마켓은 일반투자자들이 '최소진입요건을 충족한 비상장기업'의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주식유통시장이다. 두 번째, K-OTC PRO는 전문투자자와 비상장기업 등 플랫폼 회원간 비상장주식 거래 및 자금조달이 이뤄지는 회원제 장외거래 플랫폼이다. 세 번째로, K-OTC BB는 비상장주식 거래 호가게시판이다. 
 
K-OTC에는 '최소진입요건'만 갖추면 어떠한 기업이든 등록할 수 있다. ▲전액자본잠식 상태가 아닐 것 ▲예탁원이 정한 통일규격증권을 발행증권으로 사용할 것 ▲명의개서 대행회사와 명의개서 대행 계약을 체결할 것 ▲매출액 5억원 이상일 것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 적정을 받을 것 ▲정관 등에 주식양도 제한이 없을 것 등 최소요건만 갖추면 된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7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비상장 혁신형 기업의 기술분석 지원 및 자본시장을 통한 투자 활성화 지원 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진/금융투자협회
 
올해는 국내 각 기관(▲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엔젤투자협회 ▲한국산업단지공단 등)과 MOU를 추진했다. 대표적으로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협력해 '투자용 기술분석보고서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5개 기업에 대한 K-OTC 기업 기술분석 보고서가 발간됐다. 한 부장은 "영문으로 번역해 투자유치에 사용하겠다는 기업이 있을 정도로 양질의 보고서가 나왔다"며 “내년부터 기술분석 보고서 발간을 지원하는 등 보고서 숫자를 꾸준히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에는 'K-OTC지수'를 만들어 한단계 도약할 계획이다. 한 부장은 "시장을 대표하는 가칭 K-OTC 30 인덱스를 개발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이 시장지수를 기반으로 한 상품개발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종목에 따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표종목을 선정해 지수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한 부장은 "기술적으로 어렵지는 않지만 종목의 등록과 퇴출 등에 대해 여러가지 고려할 것이 많다"며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컨설팅을 거쳐 일관성 있고 신뢰도 있는 지수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수가 산출되고 알려지면 KOTC 시장의 퍼포먼스를 알리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로 인해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KOTC 관련 파생상품 출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도 시장을 알리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심 중이다. 특히 투자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포털사이트에 종목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 부장은 "K-OTC는 공매도가 없는, 개인들이 편하게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이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도 K-OTC 등록기업임을 알 수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포털사이트에서 기업명을 검색하면 기업정보를 통해 상장유무(유가증권시장·코스닥·코넥스)를 알 수 있는 것처럼,  K-OTC 등록기업과 주가시세가 노출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일반투자자들에게 K-OTC기업 정보를 알리기 위해 기술분석보고서와 종목분석 보고서도 늘려갈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기업 유치를 위해 직접 발로 뛸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양도세 면제 등 제도개선에 집중했다면 내년에는 직접 기업과 접촉하고 K-OTC를 홍보해 기업을 유치할 예정이다. 그는 "정부 공공기관 산하 기관들의 K-OTC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며 "IR(기업설명회)과 로드쇼 등 기업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K-OTC에 대해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전문투자자들을 위한 K-OTC PRO 를활성화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벤처캐피털이 클럽딜 위주로 거래하는 관행이 있지만 플랫폼을 통한 거래도 활성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K-OTC PRO가 출범한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2000년대 금융위기 이후부터 공모 및 거래소 중심의 단층적 구조에서 사모 자본시장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중층구조로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사모 유통시장은 비상장증권의 발행과 유통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OTC Markets'나 'Second Market' 같은 다양한 비공개주식 유통플랫폼이 운영되고 있다.
 
그는 "처음 K-OTC를 맡았을 때는 시장에서 인지도가 낮은 상황이었다"며 "K-OTC 등록을 희망하고 먼저 요청하거나, KOTC 등록기업인 사실을 홍보하는 기업이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K-OTC 시장에 대한 인지도와 접근성을 높여 국민들이 안전하고, 손쉽게 비상장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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