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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거리로 나선 택시업계, 싸움의 명분 고민해야
2018-12-24 06:00:00 2018-12-24 06:00:00
택시 잡기 어려운 연말이다. 망년회 약속이 즐비한 시기인 탓도 있지만 올해는 다른 이유가 또 있다. 바로 카풀 때문이다. 택시 기사들이 카풀업체들의 사업 개시를 저지하기 위해 추운 계절 연이어 거리로 나서고 있다. 총궐기를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택시가 잘 안 잡혀서가 아니다. 어쩐지 남 일 같지 않아서다. 기술의 진보란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생업을 위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입맛이 쓰다. 멀게만 느껴졌던 4차 산업혁명 물결은 이처럼 바야흐로 우리 일상으로 속속 침투 중이다.
 
낭만적인 감상일 수 있다는 점, 인정한다. 현실은 늘 냉혹하고, 벌어질 일은 늘 벌어지기 마련이다. 또 세상엔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게 있다. 인터넷이 그러했고, 인터넷 바람을 타고 온 공유경제도 아마 그러할 것으로 예측된다. 온라인의 오프라인 침투, 이게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들 하지 않나. 기존의 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언젠가는 적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
 
택시 파업을 바라보는 보통 시민의 눈은 아직까지는 이들이 딱하다는 쪽에 가까운 듯하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일반 시민들이 택시업계에 대해 안타깝게 느끼는 대목은 사납금을 맞추기 위해 화장실 갈 시간도 아껴가며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기사들의 상황, 딱 그 모습까지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공감능력이 뛰어나다 할지라도 승차 거부, 난폭 운전까지 감내해가며 택시기사들을 안타깝게 여길 고객은 없지 않을까. 택시업계가 근본적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서는 이 싸움이 지지받기 힘들 것이란 얘기다. 카풀 반대에 앞서 택시 산업의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번 택시 파업을 바라보며 한가지 의아한 점은 카풀업체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택시기사들이라는 점이다. 카풀업체와 싸우는 건데 선봉에 서야 할 사람은 사실 택시기사가 아니라 택시회사 사장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택시회사와 카풀업체가 싸운다면 거리가 아니라 테이블에서 서로 마주해야 하는 것 아닐까. 택시 기사들을 길거리에 병기처럼 내세운 모습이 씁쓸하다. '사납금'으로 상징되는 일종의 종속관계를 드러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만약에 택시 기사들이 싸우려면 카풀 드라이버들과 싸워야 한다. 수년전 우버 기사에 맞서 거리에 나섰던 영국 택시 블랙캡 기사들의 경우가 그랬는데, 그들에겐 명분이 있었다. 블랙캡 기사들은 거리에서 '블랙캡 자격증을 따기 위해선 수년동안 각고의 노력을 들이며 고생해야 하는데, 과연 우버 기사들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그 정도의 준비가 된 사람들인가'라는 의미있는 물음표를 던졌다. 블랙캡의 존재감을 높이는 방식이었고, 결국 블랙캡 기사도, 우버 기사도 현재 함께 존재한다. 각자 차별화된 가격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말이다.  
 
수년째 쉽지 않아 보였던 카풀 사업이 우리나라에 이제 발을 붙이려는 태세다. 이번에는 그냥 반대를 위한 반대로는 저지하기가 쉽지 않을 듯 싶다. 한편으론 해외에서 수년 전부터 예고된 바 있는 산업인데 왜 기존 업계는 늘 닥쳐서야 고민을 시작할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어쨌든 우기기로는 안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명분 있는 싸움을 고민해야 한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적어도 택시 기사 처우 개선이란 정부 카드에는 귀 기울여야 한다. 
 
김나볏 중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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