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갈등을 넘어 역동적 혁신경제를 기대하며
입력 : 2019-01-08 07:00:00 수정 : 2019-01-08 07:00:00
지난해 말 카카오T의 카풀(승차공유) 앱 서비스로 촉발된 택시업계의 총파업은 한국 사회가 신기술의 수용과 관련한 사회적 갈등에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주었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나라가 신기술 수용에 적극적인 나라로 생각해 왔다. 높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은 대표적인 증거로 거론되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는 신기술의 개인적인 수용을 사회경제적인 수용으로 착각해 왔다. 융합적인 서비스와 제품은 규제와 혁신의 이슈로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카풀 서비스는 신기술 벤처 기업과 전통 산업과의 갈등, 규제와 혁신의 갈등, 소비자와 공급자의 갈등에 정치권의 갈등까지 더해지며 풀기 어려운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사실 카풀 서비스는 기존에도 있던 서비스였다. 알음알음 직장이나 주거지가 비슷한 사람들이 자가용을 같이 타고 출퇴근하는 카풀은 아주 작은 시장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가입자가 2000만명에 이르는 카카오T가 카풀 시장에 진출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포화상태에 이른 기존 택시 시장에 공급자가 늘어나면 그렇지 않아도 저임금의 택시 운전자들의 소득은 더 줄어들고 영세한 택시업계가 고사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소비자는 출퇴근 시간에 택시 잡기 어려운데, 기존 자가용 운행자의 차량을 같이 이용하면 편리할 것이라고 반기고 있다. 
 
이번 택시업계의 갈등은 정치권의 대립으로 비화되면서 신기술, 신산업, 혁신경제에 대해 우리 정치권의 무개념, 무대책을 보여주고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2015년 카풀 서비스를 허용하는 법안을 주도적으로 통과시켰던 당시의 집권당은 야당이 된 지금에 와서는 카풀을 반대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30만 명에 달하는 영세한 처지에 놓여 있는 택시업계 종사자수들의 생계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택시업계는 구조적인 취약성을 갖고 있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택시가 고급 승차 서비스로, 허가 차량도 상대적으로 적고 운임도 우리나라보다 몇 배 비싼 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택시는 대중교통 수단으로 허가 차량도 많고 낮은 운임으로 운행되고 있다. 그 동안 정부가 택시업계의 구조조정과 서비스 향상을 유도해왔지만,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정체된 시장으로 머물러 있다.  
 
2009년 미국에서 탄생한 자가용 차량과 승객을 연결시켜주는 우버 서비스가 2013년에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2015년 법원으로부터 불법 판단을 받아 퇴출되면서 카카오택시만이 택시 호출서비스로 자리를 잡았다. 필자는 지난해 여름에 미국에서 우버 서비스를 이용해 본 적이 있다. 시골 지역이라 밤에 버스로 도착하여 택시도 없었지만 지인이 불러준 우버를 타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다. 이후에도 몇 시에 어디서 무슨 자동차를 타서 어디서 내릴 수 있게 예약을 해주면 요금도 등록된 계정에서 빠져 나가기 때문에 편리하게 뉴욕 시내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우버 서비스를 경험해본 입장에서 외국인도 우리나라에서 우버와 같은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사실 혁신적인 편리한 서비스나 제품의 등장은 기존의 서비스나 제품의 경쟁력 상실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 기업이나 산업의 위축과 관련 종사자들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기존 기업들은 신기술을 도입하려고 하고, 신생기업들은 신기술로 기존 시장에 파고들려고 한다.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혁신경쟁이 일어나고 소비자의 편익이 증진되는 것이 혁신경제이며 경제성장이다. 어떤 산업이나 시장이든지 과하게 보호되거나 규제되면 그 산업은 기득권화되고 개선과 혁신의 노력을 게을리 하면서 소비자 편익은 외면되고 시장은 정체하게 된다. 외국에서는 가능한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서비스나 제품이 많이 있다면 기존 산업이 과보호 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카풀 앱의 등장은 택시업계에 위협과 동시에 자극제가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새해가 시작되면서 대립해 오던 카카오T와 기존 택시업계가 공동으로 택시 서비스 선진화를 위한 사업을 추진하기로 협약을 맺었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카카오T는 플랫폼 노하우와 모빌리티 기술을 지원해 택시의 효율적 배차를 지원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4개 택시단체들도 공동 출자하여 호출 서비스 스타트업을 설립한다고 한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인력거가 택시로 전환되었듯이 앞으로 택시업계는 무인자율 택시의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승부는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택시업계만이 아니라 의료, 교육, 법률 등 인허가라는 규제 속에 기득권화되고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벤처와 기존 기업, 신기술과 전통 산업이 경쟁하고 협력하는 역동적인 경제활동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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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준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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