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급공사, 고무줄 공기…시공사에 비용폭탄
입력 : 2019-01-23 20:00:00 수정 : 2019-01-23 20:00:00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공사 기간(공기)이 빈번하게 늘어나 건설업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업계의 묵은 현안이지만 개선 논의는 공회전만 해왔다. 공기 지연에 따른 간접비 부담은 오롯이 시공사에 전가되는 실정이지만 관할 관청은 문제 해결에 미온적이다.
 
정부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지하철, 도로, 다리 등 비용이 많이 드는 공공공사를 진행할 때 시공사와 1년 예산 기준으로 계약하는 장기계속공사계약을 맺는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국도사업 165건 중 80%인 132건이 장기계속계약으로 진행되는 등 대부분의 공사가 이런 형태다.
 
그런데 장기계속공사로 진행되는 사업은 정부 예산 편성에 따라 실제 완공일이 달라지는 경우가 잦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1월 2015년~2017년에 공공공사를 수주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 65개 건설사 중 18개 기업이 정부 예산에 따른 공기 부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계약기간 24개월 이상 사업 10건의 평균 계약 공기는 48.7개월이며, 실제 소요 공기는 60.4개월로 약 11.7개월의 추가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가 늘어날 경우 발주사와 시공사간 계약협상을 통해 공사비를 재산정토록 규정돼 있지만 업계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토로한다. 일감을 얻기 위해 발주사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된 법정 분쟁에서도 발주사에 유리한 법령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공사기간 지연에 따른 간접비 청구 상고심에서 발주사인 정부기관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정부가 장기계속공사계약 최초에 약속한 총괄계약(총사업계약)의 계약금액과 기간은 잠정적 기준이지 강제성은 없다’고 판결했다. 즉, 매년 발생한 추가 간접비는 연차별계약에서 청구 가능한데, 시공사가 이러한 방법을 취하지 못한 데는 발주사의 책임이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현실을 외면한 판결이라며 불만을 표한다. 업계 관계자는 “추가 간접비가 발생하면 발주기관이 기획재정부에 총사업비 조정요구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발주기관이 이를 껄끄러워 한다”라며 “정부는 개선하겠다고 하지만 소송가액이 1조원이나 되는 법정분쟁이 얽혀 있어 적극적인 행동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달 발표한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계약제도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업계는 회의적이다. 정부는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2019년 제1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간접비 지급 기준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 방안에는 불가항력 공기 연장, 하도급자 간접비 지급 대상 명문화, 원·하도급 계약 정보 공개 확대 등이 담겼다. 업계는 이에 대해 극히 제한적인 범위에만 적용되는 소극적 대안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4일 발표한 정부 개선방안은 국가계약법에 따른 공기연장 이슈와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며 “업계에서는 공기 연장에 따른 간접비 문제에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매년 예산에 따라 관급공사 공기가 늘어나 시공사에 부담을 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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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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