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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국민연금은 국민의 이익에 절대복종하라
2019-01-25 00:00:00 2019-01-25 09:17:49
어제 날짜 <뉴스토마토> 신문에서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1면 톱기사의 제목은 “대기업 탈법 땐 스튜어드십코드 행사”였다. 그리고 같은 지면 맨 아래에는 “수탁자책임위, ‘한진’ 주주권행사 반대”라는 제목을 단 기사가 실려 있었다. 
 
톱기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을 옮긴 것이다. 대기업의 탈법행위에 대해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스튜어드십코드를 행사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틀린 것은 바로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수위 높게 발언했다.  
 
하지만 같은 날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에 모인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자위) 위원들의 생각은 대통령과 달랐던 모양이다. 9명 중 5명의 위원이 대한항공,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반대했다. 찬성은 2명뿐이었다. 나머지 2명은 대한항공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는 반대, 한진칼은 부분 참여만 찬성이었다. 
 
두 기사를 보고 지난주 이 내용을 취재하던 기자와 나눈 대화가 생각났다. “국민연금이 한진그룹 쪽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넣을 것 같다”는 기자의 보고에 “민간기업에 대한 관치 논란이 일 게 뻔한데 국민연금이 그런 부담을 떠안을 리 없다. 오히려 KCGI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면 국민연금이 밀어줄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후 정말로 KCGI가 2명의 사외이사를 넣겠다고 공식제안하기에 내가 생각해도 신통방통하다 자화자찬하던 터였다.
 
이 얘기를 하는 것은, 국민연금이 안고 있는 부담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어제 수탁자위가 내린 결정, 경영참여에 찬성한 2명을 제외한 7명의 위원들이 내린 결정에는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한진그룹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참여를 촉발시킨 장본인이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약속을 이끌어준 데 대해서만큼은 진심으로 고맙다. 덕분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의 첫 포문을 여나보다 했는데 저런 의견을 내놓을 줄은 미처 몰랐다. 하물며 대통령까지 나서서 저렇게 목소리를 높이는데. 
 
물론 대통령은 국민연금 수탁자위의 논의와 결정에 관여할 수 없다. 위원들의 고유권한이자 책임이다. 그런데 그들이 절대복종해야 할 제일의 가치에 따라 그런 의견을 냈는지는 의문이다. 
 
수탁자위는 국민연금 가입자 즉 국민들의 이익을 거스를 수 없다. 스튜어드십코드 취지에 따라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주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이 맞이한 지금 상황에서 무엇이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일까. 조양호 일가를 내모는 것? 그것까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기업의 이익, 절대다수 주주의 이익, 주주로 간접참여하고 있는 국민들의 이익을 훼손하는 일만큼은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 사외이사로 직접 참여하든 국민연금을 대신할 누군가를 밀어주든 의지를 드러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대주주의 이익이 곧 기업의 이익은 아니다. 이걸 혼동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대주주는 전체 주주의 일부일 뿐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부디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김창경 증권부장 /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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