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서준식 신한BNP파리바운용 부사장 "가치투자 대표펀드들 분석해보니…"
100% 주식형으론 안돼, 혼합형 자산 필수…채권형 주식, 가치투자 시작
풀죽은 펀드시장, 활성화에 사명감 느껴…'스타매니저' 육성도 힘쓸 것
입력 : 2019-02-13 00:00:00 수정 : 2019-02-13 00:00:00
[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 고수로 통하는 가치투자 전도사가 있다. 서준식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기관 투자가에는 채권펀드 매니저로, 개인들에게는 가치투자자이자 '채권형 주식'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서 부사장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국내운용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은 지 꼭 1년이 지났다. 최근엔 자신의 채권형 주식투자 철학을 녹인 '스노우볼인컴펀드'를 출시했다. 12일 여의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난 서준식 부사장은 "국내에도 긴 호흡으로 가치투자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그동안의 가치투자 철학을 많은 스타매니저 후배들과 공유해 더 많은 개인들이 가치투자를 믿고 실행하는 투자자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12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난 서준식 부사장(국내운용부문 CIO)이 채권형 주식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김보선 기자
 
-신한BNP파리바운용 국내운용부문 CIO로 1년, 어떻게 보냈나. 
 
CIO를 맡은 후 주식형 펀드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지난해 제일 먼저 닥친 이슈가 '코스닥벤처펀드'였다. 시장의 핫이슈였던 만큼 신한운용도 출시를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CIO를 맡고나서 코스닥벤처펀드에 어떤 종목들이 들어가는 지 확인해 봤더니 대부분 밸류에이션이 높았다. 편입 종목이 다른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도 비쌌지만, 당시 주가 자체도 높았다. 비싼 자산을 담은 펀드를 판매할 수는 없다는 결단으로 코스닥벤처펀드 출시를 과감히 포기했다. 가격이 싼 종목을 담은 펀드를 만든다는 원칙을 지킨 거다.
 
지금 펀드 시장은 마치 '이만기 없는 씨름장사'처럼 패시브(특정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로만 돈이 몰린다. 현재 총 36조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런 내가 1%만 수익을 더 내도 국내 채권,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유출하는 돈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명감 같은 걸 느끼게 된다. 외국인 파워에 흔들리지 않는 시장이 되려면 가치투자 펀드가 많아야 하고, 가치투자를 하는 개인들이 더 많아야 한다. 
 
-고민 끝에 나온 펀드가 '스노우볼인컴펀드'인가.
 
그렇다. 주식 비중은 50% 이하인데, 평균 35% 정도라고 보면 된다. 또한 채권에 분산투자해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위험을 낮추고 장기 투자에 따른 복리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구한다. 그동안 롱런하는 국내 가치투자 대표 펀드들을 스터디하면서 가치투자 펀드는 100% 주식형이어선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식은 싸면 사고 비싸면 안 사야 하는데, 100%를 주식으로 채우면 돈이 들어오면 매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노우볼인컴펀드'는 주식 외에 국내채권, 하이브리드증권, 리츠(REITs) 등으로 종합적인 자산배분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지난 연말엔 베스트셀러 개정판도 냈다. 
 
10년 전 '왜 채권쟁이들이 주식으로 돈을 잘 벌까?'를 출간했다. 당시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버핏의 채권형 주식을 이해하고나서 쓴 책인데 절판 이후에도 찾는 수요가 많아 중고가도 많이 올랐다. 이번에 책을 출판한 회사에서 지난해 여름 개최한 강연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10년 전 책을 들고 사인을 받으러 온 참석자들이 많았는데 한 젊은 여학생이 "책을 못구해서 제본을 가져왔어요"라고 하더라. 곧 출판사와 얘기해 개정판 작업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내용도 그대로 하려고 했는데 10년 전 책을 보니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이 보이더라. 또 그 사이 달라진 시장상황들도 반영해 6개월 뒤에 책을 출간했다. 
 
-'채권형 주식' 투자법을 강조하고 있다. 채권형 주식을 고르는 체크리스트는.
 
국내 코스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종목이 1500여개다. 채권형 주식의 정의는 '계산 가능한 주식'이다. 주식도 채권처럼 '몇 퍼센트짜리'인가를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채권이자가 예상수익률이라면, 주식은 기대수익률로 표현하는 게 좋겠다. 
 
우선은 경기를 타지 않는 종목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조선업, 건설업, 해운업 등은 경기에 민감한데, 이런 종목들은 우선 배제한다. 또 기업을 영위하는 데 지속적으로 개발비와 시설비가 들어가는 업종도 어울리지 않는다. 바이오 등 미래가치가 불확실한 업종도 마찬가지다. 
 
다음으로 투자자가 잘 이해하는 기업이라야 한다. 중요한 건 여기서 가격평가를 하는 것이다. 기업의 미래가치를 예측하려면 회사의 과거를 살펴봐야 하는데, 특히 과거 자기자본이익률(ROE) 추이를 보면 미래의 ROE 추이를 추정할 수 있다. 나는 기대수익률이 14% 이상 되는 종목들을 투자대상으로 삼는다. 1500개 종목 중 채권형 주식으로 구분된 종목이 약 300종목, 이중 최종 선별된 종목은 50종목 정도다. 
 
-매수 가능한 주가를 어떻게 계산하면 되나. 
 
먼저 채권형 주식의 현재 순자산가치를 확인한다. 예를 들어 현재 3만원이라고 하자. 다음으로 이 종목의 과거 ROE을 통해 미래 10년간의 평균 ROE를 추정한다. 이 평균 ROE를 8%로 예상했다고 하자. 여기에 해당하는 10년 승수를 곱하면 '현재 순자산가치x미래 ROE 10년 승수=10년 후 예상 순자산가치'라는 계산법이 완성된다.
 
예를 들면 3만원x 2.16(10년, 8%에 해당하는 ROE 승수)=6만4800원이 도출된다. 이 예상 순자산가치를 목표수익률의 10년 승수로 나누면 매수 가능한 주가가 된다. 예컨대 목표수익률이 15%일 경우 6.48만원 나누기 4.05(10년, 15%에 해당하는 승수)를 한 값 1만6000원보다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에 매수하면 되는 것이다. 책에 실어 놓은 '연복리 승수 조견표'만 보면 일반인들도 할 수 있는 간단한 방식이다. 나는 목표수익률을 14% 수준으로 잡고 있다. 
 
-가치투자의 방식대로라면 시장의 변수들이 큰 의미는 없다고 보인다. 맞나. 
 
시장이 흔들릴 때면 나 역시 가치투자 대가들의 이야기를 되뇌인다. '유럽의 워런버핏'으로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그리스 위기가 발발했을 때 "그리스 모라토리움(국가채무상환 유예)은 호들갑"이라고 말했다. 이벤트나 뉴스는 주식의 실질가치에 비해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데, 금융위기 이후 과거 10년간만 해도 그리스에서 시작된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재정위기) 사태, 미국 재정절벽 등 많은 변수들이 있었지만 돈을 번 기업들은 여전히 돈을 벌었다.    
 
채권형 주식에 투자하는 것 외에도 반드시 주식과 채권을 함께 분산투하라고 권하고 싶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좋지 않아 채권형펀드가 선방했다. 통상 주가가 하락하면 채권은 강세다. 가치투자를 하면 주가가 떨어질 때 값이 비싸진 채권을 팔아서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신한BNP파리바운용 CIO로서 올해 계획은.
 
가치투자를 실행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스노우볼인컴펀드'에 주력할 거다. 조직 내에서는 스타 매니저들을 양성하고 싶다. 매니저들에게 가치투자 철학을 잘 전할 수 있도록 지식을 공유하고 싶다. 인컴펀드 이후에는 좀 더 공격적인 유형의 '주식혼합형 펀드'를 계획하고 있다. 스노우볼인컴펀드와 기본적인 투자 방향은 비슷하지만 주식 비중을 더 높일 생각이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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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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