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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칼럼)분양가 하락 효과 높이려면
2019-03-21 12:29:35 2019-03-21 12:29:35
최용민 산업2부 기자
정부의 집값 안정화 대책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시장 분위기로 봐서는 일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집값 하락세보다 거래건수 하락이 더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고가 주택에선 급매물도 나오는데 일반 아파트는 여전히 매물이 부족하다. 최근 발표한 공공주택 공시가격 발표 이후 매물 잠김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공공택지 분양가 공시항목 확대’ 정책이 분양가 하락과 집값 하락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공공택지 내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 공시항목을 62개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21일부터 시행됐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택지공급가격, 기간이자, 그 밖의 비용으로 돼 있던 ‘택지비’가 택지공급가격, 기간이자, 필요적 경비, 그 밖의 비용으로 나눠 공개해야 한다. 토목, 건축, 기계설비, 그 밖의 공종, 그 밖의 공사비 등 5개로만 돼 있던 ‘공사비’도 앞으로는 토목 13개, 건축 23개, 기계설비 9개, 전기설비공사 등 그 밖의 공종 4개, 일반관리비 등 그 밖의 공사비 2개로 공개해야 한다.
 
정부는 분양가 공시항목 세분화를 통해 분양가 하락을 기대하고 있다. 건축비 거품을 제거해 적정한 분양가격 형성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높은 분양가로 인해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사실 공시항목을 대폭 늘리면 아파트 짓는데 어디에 얼마나 돈이 들어가는지 좀 더 쉽게 알 수 있다. 같은 규모의 비슷한 공정을 하는데 개별 건설사가 비용을 얼마나 쓰는지 대략 비교도 가능하다. 자재를 다른 건설사에 비해 얼마나 비싸게, 혹은 싸게 납품 받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전에는 그 밖의 공사비로 합쳐져 있던 내역을 일반관리비와 이윤으로 나눠서 공개해야 한다. 건설사가 시행사일 경우 이윤도 대략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양가 공시항목을 세분화한다고 해서 분양가가 혁신적으로 낮아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윤 항목이 공개되면서 시행사가 폭리를 취할 수는 없겠지만, 분양가 공시항목을 세분화한다고 실제 공사에 필요한 공사비 자체를 낮추기는 힘들다. 사실 항목을 공개하는 것도 총 사업비를 예측해 모집자 공고 시 공개하는 것으로 실제 공사에서 비용이 더 들어갈 수도 있다. 특히 도급 공사일 경우 시행사가 가져가는 이윤 항목을 제외하고, 실제 책정된 공사비에서 건설사가 얼마나 이윤을 가져가는지 확인하기도 힘들다. 즉, 실 공사비 원가를 확인하기 어려워 분양가 인하 실효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분양가 하락이라면 분양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택지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 따르면 2017년 수도권의 분양가 대비 택지비는 52%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공공택지 분양 아파트만 분양가 공시항목을 세분화한다고 시장의 전반적인 분양가가 낮아지기 힘들다. 민간택지에서 분양하는 민간 아파트 분양가에 대한 정부 규제는 느슨하다. 사실상 전체적인 분양가를 높이는 것은 민간 아파트고,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재건축 단지들의 분양가가 상상을 초월한다. 분양가 하락을 통한 집값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뜻이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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