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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은 빈부격차 해결하는 영역…직원 주거 안정화가 꿈"
(사회적기업가를말하다)윤기상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 대표
장애인생산품우선구매제도 덕분에 복사용지·화장지 등 전국 공공기관 납품
장애인 7명과 시작한 사회적기업…매출 160억·직원 85명 규모로 성장
1년에 2회 국내외 여행 등 문화복지 강조…"직원 주거복지 혜택 늘리고파"
"50대 그룹서 일하다 IMF 후 장애인단체와 인연…인연 맺은 직원들과 힘닿을 때까지 동행하고 싶어"
2019-05-08 06:00:00 2019-05-08 10:24:49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소득격차는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소득수준으로 전체 가구를 5단계로 나눴을 때 최상위 20%가 월 932만원가량을 벌었지만 최하위 20%는 약 123만원을 손에 쥐는 데 그쳤다.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해 처음으로 3만달러를 돌파했지만 양극화는 더욱 심해진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의 윤기상 대표는 사회적기업이 이 같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사회적기업이 빈부격차 등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영역"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윤 대표를 만나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 사회적기업의 역할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를 설명하면.
 
2010년 4월 설립 인가를 받은 사회적기업이다. 처음 장애인 근로자 7명과 시작해 현재 전체 직원은 85명으로 늘었다. 중증장애인이 대다수로 60%가량이다. 정신·지체장애인 등 다양한 분들이 일하고 있다. 노인인력, 경력단절, 다문화, 청년실업 인력 등을 포함하면 90% 이상 사회취약계층으로 이뤄져 있다. 현장은 중증장애인 위주로 구성돼 있고, 사무직이나 관리직은 비장애인이 일한다.
 
현장의 경우 요소요소에 65세 이상의 노인인력이 배치돼 있다. 중증장애인은 신체 활동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 생산라인은 라인밸런스(LOB·Line of Balance)가 굉장히 중요한데, 첫 번째 공정부터 마지막 공정까지 밸런스가 맞아야 가장 좋은 라인이라고 한다. 아주 뛰어난 실력을 갖춘 비장애인이 투입될 필요는 없지만 중증장애인과 밸런스를 맞추려면 노인분들이 필요하다. 신체 능력은 조금 떨어져도 정신적 능력은 여전히 훌륭하시다. 다른 중증장애인생산시설과 비교해보면 노동생산성이 굉장히 높은 걸로 나온다. 그만큼 팀워크가 좋고, 라인밸런스가 잘 맞는다.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에서 일하는 중증장애인의 급여수준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중증장애인 평균급여는 30만원밖에 안 된다. 우리는 모두 180만원 이상 지급하고 있다. 평균으로 보면 200만원가량이다. 중증장애인들에게 최저임금 이상 수준의 급여를 주는 것은 보통의 기업이라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우리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장애인생산품우선구매제도라는 아주 강력한 국가 혜택 덕분이다. 단순 경제지원보다 더 큰 혜택이다. 일반기업이라면 영업사원을 채용해서 영업활동을 하겠지만 사회적기업은 우선구매제도로 특별한 영업활동을 하지 않아도 매출이 증대된다. 교육기관, 관공서 등 공공기관을 상대로 매출이 발생한다.
 
사회적기업은 직원 급여를 단지 노동생산성만으로 책정하지 않는다. 장애인, 사회취약계층 근로자들을 고용해서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기업이 됐고, 덕분에 회사 전체가 우선구매 혜택을 보는 셈이다. 급여는 노동생산성과 우선구매제도 혜택에서 생기는 이득을 합쳐 지급하게 된다. 회사가 할 일은 함께 일해서 나오는 수익을 배분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배분의 원칙을 더 공정하게 유지해 회사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인천 서구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 공장에서 직원들이 점보롤 화장지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이우찬 기자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는 복사용지, 화장지, 특수용지 등을 생산한다. 국방부, 법무부 등 전국 공공기관에 납품된다. 사진=이우찬 기자
 
수익사업을 설명하면.
 
처음 복사용지 납품으로 시작해 기반을 다졌고, 인쇄업에도 진출했다. 인천 본사에서는 복사용지를 제조한다. 1200평(3967제곱미터) 규모로 이 업종에서는 전국에서 최대 규모에 속한다. 단순 제조·포장업으로, 하루에 복사용지 2500박스(박스당 2500장)를 생산한다. 
 
인쇄의 경우 독일제 10도기 인쇄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한 번 인쇄기가 지나가면 10가지 색깔을 인쇄할 수 있다. 양면으로는 5색, 5색 합쳐서 한꺼번에 인쇄가 가능한 시설이다. 새 기계는 30억원이 넘는데, 우리는 독일에서 2012년 중고로 7억원에 들여왔다.
 
10도기 인쇄시설은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을 만큼 몇 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통 장애인복지단체라고 하면 시설 없이 영업만 하는 데가 많은데 우리는 직접 제조를 하는데 의미가 있다. 복사용지, 인쇄용지 이외에 두루마리 화장지, 점보롤 화장지, 핸드타월도 직접 시설을 갖추고 생산해 판매한다. 
 
쇼핑몰의 경우 수익사업이면서 동시에 사회서비스사업이다. 우리들이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아서 성장했기 때문에 사회환원을 해야된다는 생각으로 운영하는 사업이다. 우리 쇼핑몰에 다른 사회적기업이 무상 입점해 수수료 없이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도 운영하는데, 기업에서 발생한 수익을 재활시설에 보내 장애인 교육 사업을 지원한다. 
 
성과를 소개하면.
 
비영리단체 최초로 조달청 마스계약(다수공급자계약·Multiple Award Schedule)을 따낸 곳이 우리다. 대전조달청에 입점해 쇼핑몰에서 직접 우리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매출이 발생한다.
 
우선구매제품들은 전국 곳곳에 납품된다. 전국물류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수도권 물류센터가 있는 인천에서는 매일 트럭 15대가 나간다. 양산, 전주, 대전 등 지역마다 물류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수도권에서 생산된 제품이 전국으로 배송된다. 면대면으로 납품 시스템을 갖추려고 굉장히 노력을 많이한다. 한 박스 배송도 한다. 대부분 충성 고객분들로, 재구매확률이 80%가 넘는다.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잘 끊어지지 않는다. 특히 우리 직원들이 상냥하게 응대를 잘한다. 운이 좋게 좋은 직원들을 만났다. 모든 직원들이 정말 회사를 사랑하는데, 직원들 덕분에 회사가 날로 번창하고 있다. 
 
복지제도로는 어떤 것이 있나.
 
단순 포장업이라 수익률이 썩 좋지는 않고, 다른 중소기업에 비해 급여가 굉장히 센 것도 아니다. 하지만 급여대비 근로시간은 괜찮은 편이다. 현장은 하루 7시간 주 5일을 일하고, 관리자는 8시간 일한다. 주말 휴일, 대체휴가, 공휴일 다 쉰다. 
 
급여보다 더 중요한 게 문화복지라고 생각한다. 장애인들과 취약계층 근로자들이 근무하다보니 문화혜택을 받아본 경험들이 적은 편이다. 그래서 매년 2회 정도 국내외 문화체험을 다녀온다. 올해 초에는 제주도 1박2일로 전 사원이 다녀왔다. 작년에는 대마도에, 그 전년에는 오사카에 다녀왔다. 지난달에는 에버랜드에 다녀왔다. 오사카의 경우를 보면 1인당 120만원 전액 회사가 부담해서 갔다 왔다. 
 
행사를 할 때 좋은 곳에서 하려고 한다. 숙박의 경우 5성급 호텔에서만 한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데서 잠을 못 자봤는데, 우리 직원들도 대부분 그런 경험이 적다. 체험, 경험한다는 취지에서 그런 장소를 섭외한다. 1년에 2번 정도 회사 교육도 호텔을 얻어서 한다. 
 
문화복지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다. 물론 급여로 줄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문화체험 쪽으로 사용을 잘 안 한다. 특히 장애인들은 월급을 부모들이 관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혜택이 장애인 직원에게 잘 돌아가지 않는 것 같다. 장애인가정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장애인직원이 거둔 수입은 가정의 생활비로 많이 쓰인다. 그래서 회사가 팔을 걷고 문화복지에 나서고 있다.
 
비장애인 직원들도 급여로 주면 문화복지에 쓰는 게 쉽지 않아 처음부터 문화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장애인 직원들의 경우 주거 문제 어려움 겪는 분이 있다. 전 직원 혜택은 못주지만 지금까지 5명 정도 주거 혜택을 제공했다. 전세금 지원, 월세 지원이다.
 
지난 2월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 '가족의 밤' 행사가 진행됐다. 사진=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반도체 가공 쪽에서 엔지니어 생산관리를 평생 업으로 삼았었다. 한때 50대그룹에 속했던 기업이었는데 IMF 때 회사가 어려워졌고 그만두게 됐다. 다른 직업을 찾다가 우연히 장애인단체를 알게 됐고 그곳에서 사업총괄을 하게 됐다.
 
그런데 이 단체가 어그러졌다. 개인적으로도 3억8000만원의 손실을 봤다. 더 큰 문제는 인연을 맺었던 장애인직원들과의 관계였다. 3년가량 인연을 맺었는데, 인연을 끊는다는 게 쉽지 않더라. 어떻게 인연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법인 설립을 직접해보자 결심하고 제가 그분들을 끌어안았다. 당시 7명의 직원분들은 지금도 있다. 그게 인연인 것 같다. 인연을 유지시키려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윤기상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 대표. 사진=이우찬 기자
 
사회적기업의 가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먼저 사회적기업은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도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사회에 이로운 일도 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너무 빠르게 산업화되면서 경제양극화 등 사회문제가 발생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섹터가 바로 사회적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기업은 소득격차 등 사회의 괴리를 메울 수 있는 섹터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경제양극화 등 많은 사회문제는 배분에서 발생한다. 배분을 공정하게 하는 게 사회적경제의 영역이 아닐까 한다. 사회적기업이 올바로 성장하면 우리 사회가 더 살기 좋고 편안해질 것으로 확신한다.
 
사회적기업이 '기업'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업의 궁극의 목표는 기업활동이다. 사회적기업 하는 분들이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사회적기업 하면 당연히 국가가 도와줘야 되는 거 아니냐라는 안일한 생각이다. 그건 아니라고 본다.  
 
사회공헌활동도 한다고 알고 있는데.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는 후원사업을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기업의 수익, 사회적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더 어려운 곳에 있는 분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우리가 국가 혜택을 받아서 지금까지 왔기 때문이다.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지역 노인정에서 김장봉사도 하고, 노인정 3곳 정도에 매년 여행 차량비용을 지원한다. 관내 독거노인도 후원한다. 우리 직원들 또한 사회적 취약계층인데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하는 일이다. 우리가 열심히 벌어서 얻은 수익을 사회를 위해 공헌할 수 있다는 자긍심이다.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함께 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우선 우리 조직에 있는 직원들의 주거복지를 안정화하는 사업을 하고 싶다. 경제문제에서 벌어지는 많은 어려움이 주거의 불안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노력해보겠다. 꼭 성공시키고 싶은 열망이 있다. 주거안정은 임금이 높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힘이 된다. 가장 중요한 일은 함께 직원들과 동행하는 것이다. 인연 맺은 직원들과 제 힘이 닿을 때까지 동행할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다.
 
지난 1월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 전 직원들이 제주도 워크숍에 갔다. 회사는 1년 2회 정도 문화복지 차원에서 직원들과 국내외 여행을 간다. 사진=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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