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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식량지원 공식화…비핵화협상 지렛대 될까
청와대 "검토 들어선 단계"…예방한 비건과도 의논한 듯
2019-05-08 21:00:00 2019-05-08 21:00:00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을 공식화했다. 청와대가 8일 "검토 단계"라고 밝힌 데 이어 통일부도 국제사회와 협력해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노이 북미협상 결렬' 이후 멈춰선 한반도 비핵화 대화가 인도적 식량지원을 계기로 다시 움직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전날 전화통화에서 논의한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이제 검토에 들어가는 단계"라고 확인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한미 정상은 통화에서 유엔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북한 식량 실태 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보고서에는 지난해 북한의 곡물 총생산량이 490만톤으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약 40% 가량(1000만여명)의 북한 주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긴급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통일부도 이날 브리핑에서 "국제사회와 긴밀히 정부가 협력을 하면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미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며 지지의사를 밝힌 바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어떤 종류의 품목으로, 어떤 방법으로, 얼만큼 지원할지에 대해서는 논의 단계에 들어가는 것이라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국제적 기구를 통해서 하느냐, 아니면 직접 지원을 하느냐까지 포함해서 이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 등을 만나고 청와대를 예방해 관련 내용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식량지원을 계기로 막혀있는 남북미 비핵화 협상의 물줄기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현재 북한은 '제2의 고난의 행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식량상황이 극도로 악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추세였지만, 지난해는 이상 고온현상과 대북제재 등이 겹치면서 생산량이 급감했다.
 
지난 달 진행된 WFP와 FAO의 현지조사도 북한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자존심 강한 북한 당국이 자신들의 약한 부분을 국제기구를 통해 국제사회에 알릴 수밖에 없을 만큼 상황이 절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 4일 북한이 동해상에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 올린 것도 한미 양국에 대화 재개를 압박하는 일종의 시위성 메시지라는 이야기도 있다. 한미가 인도적 식량지원을 매개로 북한을 협상장으로 다시 이끌어낼 수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인도적 식량지원이 진행된다면 국제기구를 통한 방식이 유력하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79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통해 유니세프(UNICEF, 유엔아동기금)와 WFP에 남북협력기금 800만달러를 공여하기로 의결했지만, 대북제재 와해를 우려한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최종 무산된 바 있다 
 
지난 3월22일 북한 평양의 한 식품 공장에서 작업자가 '만리마 속도'라고 쓰인 생산 독려 구호 앞 음료 제조 공정에서 근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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