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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학교급식도 교육, 10분만에 허겁지겁 먹여서야…”
점심시간 2시간은 돼야 교대급식하더라도 넉넉…GMO 식재료 써서는 안돼
“현재 무상급식, 돈만 주면 된다는 발상 식재료비 줄어들고 친환경 급식 어려워”
2019-05-09 06:00:00 2019-05-09 0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무상급식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이제 양보다 질 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학교와 농가가 직거래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농산물의 친환경 기준·범위를 확대해 먹거리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토마토>는 20년 가까이 급식운동을 해온 이빈파 ‘평등교육 실현 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평학)’ 대표를 만나 친환경 무상급식의 과제에 대해 물어봤다. 이 대표는 지난 2002년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를 발족해 급식 품질을 모니터링하다가 무상급식을 사회적 의제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친환경 급식과 예측가능한 농업 모델을 만드는데도 역할을 다하다가 올해 2월부터는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장을 맡 아 지역 내 농산물 생산·유통·소비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편집자주).
 
‘급식운동’은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
 
세 단계로 발전 중이다. 처음에는 선언적인 활동이었다. 아이들이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하니까, 관련 정책을 시행하라고 압박하는 수준이었다. 2001년에 죽을 위기를 넘긴 개인사가 있다. 덤으로 사는 인생을 열심히 살려고 했는데, 마침 아들이 다니는 학교 급식에 문제가 생겨 이쪽으로 발을 들여놓게 됐다.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발족해 직영·우리 농산물·무상급식의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우리 진영에서 일부가 정치권과 야합하는 바람에 원칙이 흐지부지된 채 2006년 학교급식법이 개정됐다. 위탁업체들이 제 자식까지 들먹이며 협박해도 물러서지 않았는데, 너무 허탈하고 지쳤다.
그래서 2008년 귀농을 시도했다. 아들이 고3이라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나중에 가려고 했는데 2달 만에 농민 개개인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을 알게 됐다. 정책적으로 친환경을 못하게 돼있다. 제 값 받아 농산물을 판매할수도 없고, 실질적인 우리 종자가 없으며 농업 중심으로 국가 경제 키우려는 기반 정책은 하나도 눈씻고 볼 수 없다. 젊은 사람이 오지 않아 농민은 고령화된다. 급식 위해 생산하라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후에는 급식 모델을 만드는 실천적인 활동을 했다. 지방과 서울 학교의 급식 직영 사례로 시작해, 성북구에서는 무상급식 모델을 만들었다. 직거래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학교 무상급식을 어린이집·관공서·군대·병원 등 공공급식으로 확장했다.
마지막 3번째 단계는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에서 농산물을 완벽하게 지역 내 선순환시키는 사례를 만들고 이를 전국화하는 것이다. 경기 화성은 인구 80만명 중 80%가 동쪽에 살고, 서쪽은 농산물 생산 지역으로,  한국의 먹고 사는 문제를 축약시켜놓은 곳이다.
 
지난 3월4일 대구 서구 비산동 서대구중학교 식생활관에서 학생들이 무상급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무상급식과 교육은 어떤 관계가 있나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것이 교육이라면, 밥 먹이는 것도 교육이다. 재료와 밥 먹는 방식이 교육적이어야 한다. 위탁은 아이에게 ‘쓰레기’를 먹이더라도 배불리 먹이면 된다는 발상이었고, 돈 안내면 지문 인식 시켜 굶겨 모멸 주기도 했는데 이것들은 교육이 아니다.
현재 무상급식은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아이가 사회에서 제대로 살아가게 한다는 발상에는 이르렀지만 돈만 주면 된다는 발상이기도 하다. 현재는 무상급식비에 식재료비, 인건비, 운영비가 모두 포함돼있기 때문에 식재료비의 상대적 비중이 줄어들고 친환경 급식이 어려워진다.
그러다보니 지금 운영되는 무상급식은 ‘친환경’이라는 수식어가 떨어진 무상급식이다. 어떤 농산물 먹여도, 농약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급식시간 2시간’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급식시간은 40~50분이지만 특히 식당있는 학교는 식사시간을 10분 넘기지 못한다. 수용 공간이 학생 수보다 적어 학년별로 교대 급식을 하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정책이지만, 교육에 효율이 어딨나.
급식시간이 2시간이 되면 교대 급식하더라도 넉넉히 시간을 안배하고 학생의 놀이·휴식 시간이 늘어난다.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이 줄어들 것이다. 강원 정선에 실제로 실천하는 학교가 있는데 아이들이 너무 온화하고 마음이 풍요롭더라.
하지만 학부모들이 시험 공부, 학원 시간을 이유로 반대한다. 결국 사교육과 맞닿는 문제다.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가 진짜 친환경 식재료를 취급하도록 할 계획이다. 경기도 무상급식 친환경 비중은 30%에 그치고 전국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친환경이 무엇인지에 대한 대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무농약, 장기적으로는 유기농업을 기조로 삼으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정부가 인정하는 우수농산물 관리 제도(GAP)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게 목표다. GAP는 농약과 제초제의 종류와 살포 시기를 정확하게 기록하면 우수한 식재료고 gmo 여부도 상관 없다는 건데, 말이 안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한계를 지적한 이유는. 
 
친환경 농산물에 찬성하는 단체들은 ‘얼굴 있는 농산물’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생산자가 소비자를 대면하면 함부로 생산할 가능성도 줄어들고 약도 잘 안치기 때문이다. 당연히 ‘얼굴 있는 소비자’와 대응하는 개념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학교 급식은 농산물에서 얼굴을 제거한다. 학교 급식은 대량 소비 개념이고, 대량 생산하려면 보통 소농이 대규모로 모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나쁜 농산물이 섞여도 우리는 모른다.
eaT는 얼굴 없는 농산물을 가속화한다. 공급업체의 압박을 줄이기 위해 전자 계약을 강제하고, 최저가가 아닌 적정가를 원칙으로 했다는 장점은 있지만, 대면이 아니라 전자라는 점이 단점이다. 전자 계약 안에 신뢰할 수 잇는 내용이 없다.
aT가 eaT로 챙기는 수수료는 1년에 60억원인데도 생산지를 찾아가거나 농약 살포 여부를 직접 살펴보는 등의 보완 조치가 없었다. 이같은 지적이 있자 올해부터 전수조사 방식으로 업체 관리, 농가 관리를 하게 됐다.
 
지금도 친환경급식인데 GMO 완전표시제까지 필요할까.
 
GMO는 유전자를 끊거나 바꾸거나 해서 만든 식품이나 농산물로, ‘프랑켄슈타인 음식’이라고도 부른다. 말하자면 괴물 음식이다. 세포 분열의 핵심인 유전자에 변형 물질이 들어갔다면, 그걸 먹는 아이도 어떻게 괴물로 바뀔지 모른다는 뜻이다. 아동의 ADHD, 아토피, 폭력성 증가와 관련 있다는 말도 있다.
국내법상 GMO를 표시해야 하는 식품은 단백질 유전자가 검출되는 식품에 한정한다. 유전자가 단백질이기 때문이다. 이는 식품의 원재료도 GMO를 표시하지 않고, 단백질이 없는 기름 등은 GMO를 표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난해 시민사회단체는 이에 대해 원재료도 GMO를 표시해야 한다는 완전표시제를 시행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을 제기해 20만명 동의를 얻어냈다. 청와대는 국내 유통 가공식품 90%가 수입품이라 일일이 원재료를 추적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표시 못하면 안 먹게 하면 된다. 우리 농산물 가지고만 가공하게 하면 농산물 산업이 발전하지 않겠는가
화성에 와보니 Non-GMO(비 GMO) 토종 작물이 403가지나 있더라. 발굴해 산업으로 키우는 것도 제가 할 일이다.
 
아동친화도시 인증과 푸드플랜은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에서 언급한 이래 푸드플랜은 유행어가 됐다. 푸드플랜은 지역 내에서 안전한 농산물·식품의 생산·유통·소비가 이뤄지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이를 안전한 교육, 안전한 식품사업, 사회 구조 문제 해결까지 확장하는 계획이다.
앞서 성북구는 학교 급식의 안전을 확장해 공공급식으로 풀어가고 생산, 소비 계획, 유통 구조 개선 등 계획을 세워간 바 있다. 아동친화도시도 성북구에서는 교육적 차원에서 안전한 농산물로 식단과 식재료 사용 원칙을 개선하는 내용이었다. 전국적으로도 푸드플랜과 아동친화도시를 직접적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
 
8일 오후 이반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대표가 경기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서 포즈를 잡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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