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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데뷔 30주년' 김현철 "13년 간 음악 '안식기', '시티팝' 사탕 이름인 줄"
13년 만에 새 앨범 '10th-Preview' 발매 기념 인터뷰①
'시티팝' 열풍에 데뷔 스타일로 선회…"후배들 치고 올라오도록 돕는 게 내 역할"
2019-05-17 19:05:16 2019-05-17 19:05:16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음악은 삶의 전부였고, 이유였다. 청춘의 꿈을 불사를 듯 달려들었다. 포크 선배들은 '자기를 담은 음악을 하라' 했다. 그 말을 생의 철학처럼 여겼다.
 
17년 뒤, 시간은 많은 것들을 바꿔놓고 말았다. 음악은 더 이상 삶의 전부도, 이유도 아니었다. 재미가 없어졌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악기를 처분하고 모든 걸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분신이던 기타까지 싹 다 팔았다. 그렇게 가수 생활 절반 정도에 달하는 꼬박 13년이 흘러 버렸다.
 
지난 16일 이태원에 위치한 카페 남산케미스트리에서 이 '창작 무(無)의 세계'에서 이제 막 탈출한 가수 김현철을 만났다. 그는 오는 23일 신보 '10th - preview' 발매를 앞두고 있다. 올 가을 발표 예정인 정규 10집에 앞서 선공개 하는 미니 앨범으로, 지난 2006년 정규 9집 '토크 어바웃 러브(Talk about Love)' 이후 약 13년 만의 신보다.
 
세월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해사한 소년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음악을 들려줄 땐 한없이 쑥스러워했고, 창작인으로서의 솔직, 담백한 감정도 털어놨다. 30년의 음악세월을 별스럽지 않게 대할 땐 소탈함도 엿보였다.
 
"안녕하세요. 가수 김현철입니다. 13년 만에 낸 앨범에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얘기부터 시작을 할지…. 일단 음악부터 들려드릴게요."
 
가수 김현철. 사진/FE엔터테인먼트
 
'10th - preview'의 첫 곡 '드라이브(Drive)'를 틀자 데뷔 초 그의 감성이 아른거렸다. 도시와 불빛, 바람을 노래하던 자유와 낭만의 청년이 서 있었다. 비슷한 음색의 후배가수 죠지가 함께 목소리를 얹어 완성됐다. 미디엄 템포와 미니멀한 가사는 최근 들어 다시 유행하는 시티 팝 열풍과도 닿아 있다.
 
"제작년 쯤 '시티팝'이라는 용어를 처음 알게 됐습니다. 미국에서 유행하던 퓨전 재즈를 일본에서 새롭게 해석한 것 같은데, 이미 예전부터 저나 봄여름가을겨울 같은 가수들이 우리 식대로 하고 있던 음악들을 지칭해서 부르는 용어더라고요. 사실 '시티팝'이란 걸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사탕 이름인 줄 알았어요."
 
과거 음악에 향수를 느끼는 요즘의 분위기가 그를 점차 변화시켰다. '시티 팝' 열풍이 불면서 그의 1집 곡들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네이버 라이브 무대 온스테이지에는 그의 곡 '오랜만에'를 새롭게 해석한 죠지와 합동 무대도 꾸몄다.
 
"그때 오랜 만에 다시 1집 같은 음반을 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난해 5월부터 다시 악기를 사기 시작했네요. 컴퓨터도 사고요. 지난해 10월엔 라디오DJ도 그만뒀고요. 곡을 쓰기 시작했어요."
 
가수 김현철. 사진/FE엔터테인먼트
 
이유없이 떠났던 재미가 이유없이 돌아왔다. '이렇게 에너지가 있었나' 스스로도 놀랄 정도다. '못다 한 숙제'를 하듯 곡은 산더미처럼 쌓여 이제 18곡에 이른다. 여름에 들어볼 만한 곡을 5곡 추려 이번 앨범에 담았고, 나머지는 가을에 발표할 계획이다. 기획 단계 때부터 LP 발매 계획을 염두에 뒀다. 곡량이 많아 더블 앨범으로 나눠낼 예정이다. "음악이 지겨웠다고 하셨는데 많이 준비하셨네요" 묻자 "지겨웠을 때 안했기 때문에 이렇게 할 수 있다"고 답한다.
 
"정말 저 조차도 이런 에너지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어요. 꾸역꾸역 했었으면 지금도 '아우 지겨워' 하면서 음악을 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안식년'이 있었기에 이렇게 재미있게 할 수 있는게 아닐까요? 크레이티브한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은 한 번쯤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뭐든지 재밌어야 되는 것 같아요."
 
매달 음원을 발표하는 가수 윤종신을 두고는 "대단하다"고 치켜세웠다. "항상 '억지로라도 하면 나온다' 하시는데, 저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한달에 한번 내는 건 진짜 대단한 거예요."
 
죠지 외에도 이번 앨범에는 많은 후배 가수들이 '김현철'이라는 플랫폼 위에 오르내린다. 인디 뮤지션부터 아이돌까지 다양한 후배 가수들과 세월, 장르의 허들을 함께 넘는다. 'Drive'를 비롯, 마마무의 화사와 휘인이 부른 '한사람을 사랑하고 있어(Prod. 김현철)', '투나잇 이즈 더 나잇(feat. SOLE)', '열심', '웨딩왈츠(feat. 옥상달빛)' 총 5곡이 수록됐다. 
 
그는 "최근 시티팝 장르의 음악이나 오버핏 패션을 보면 30년 전 감성이 그대로 재현되는 것 같아 반갑다"며 "세대와 세대 간의 차이는 있지만 그걸 넘어보자는 의미로 이번 앨범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후배가수들이 열심히 치고 올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지금의 제 역할인 것 같아요. 아이돌 음악 위주로 비춰지는 시점에서 싱어송라이터 친구들이 치고 나오는 게 반갑더라고요. 이 뮤지션들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음악적 균형'이 맞춰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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