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결과만 요구하는 문화가 건설업 망쳐"
"꾸준한 자원과 역량 투입 필요"…"해외 수주도 시공능력과 낮은 가격만 내세워"
"건설업 위기론, 산업 내 양극화 크다는 의미"…"통합 발주 추세 맞춰 하이브리드형 인재 필요"
입력 : 2019-06-06 06:00:00 수정 : 2019-06-06 06:00:00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하도급 문제뿐 아니라 해외 수주 시장에서의 국내 건설사 경쟁력 강화 등 건설업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꾸준한 자원과 역량 투입을 경시하고, 당장의 결과만 요구하는 문화가 우리나라 건설업 자체를 망가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기반으로 세부 분야의 역량을 키워야 된다고 강조한다. 이 연구원은 그동안 건설정책 수립의 기반이 되는 현장실태 등의 자료를 분석하고, 다수의 공공기관과 지방자체단체의 정책 및 사업심의 등에 참여했다. 여기에 서울시 명예 하도급 호민관 활동 등을 통해 건설현장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이 연구원을 만나 우리나라 건설업의 근본적인 문제와 그 해결책을 들어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인터뷰를 끝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책 연구를 통해서 건설업의 많은 문제들을 직접 경험했을 것 같다. 근본적인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나.
 
무엇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이 부분은 비단 건설업만이 아니라 국내 전 산업이 공통적으로 가진 문제다. 그런데 막상 우리가 이걸 모르지 않는다.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거나 현장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식의 원론은 기꺼이 수용한다. 그러나 이를 실행단계에서 뒷받침하는 사회나 기업문화는 찾기 어렵다.
 
영업활동으로 설명하면 이해하기 쉽다. 지금도 건설관련 입찰공고가 뜨면 건설사들이 사업자 선정단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심의위원들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방문 목적이 명백하고 때로는 금품이 오가기도 한다. 해외건설시장에서도 다를 바 없다. 핵심적인 의사결정권자를 움직여야 한다면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 때로는 당사자의 가족, 친구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한 뒤 우회적으로 접근할 필요도 있다. 이때는 술이나 골프가 아닌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다른 방법이라 하면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가령 이들이 나가는 요리나 댄스강좌에서 자연스럽게 얼굴을 익히고 더 나아가 가족행사에 참석하는 수준까지 발전하면 좋다. 이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수치화하기 어려운 정성적인 접근법이지만 효과는 매우 크다. 또한 대상 집단의 관습이나 기호에 맞춰 자연스럽게 동화하는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국제 경영에서 말하는 현지화가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에게는 이것이 용납되지 않는다. 직접관계가 없어 보이는 A나 B를 기반으로 C에 접근한다는 개념이 없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당장 결과물만을 요구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하도급 문제 등도 이런 근본적인 이유 때문에 생기는 것인가.
 
동떨어져 보이지만 실상은 국내에서도 꾸준히 문제점이 제기되는 건설 하도급이나 불법 외국인 근로자 문제 등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당장의 결과물만 요구하기 때문이다. 건설공사를 수행하는 자사의 수행역량이나 산업차원에서의 건설기능인력 보유는 결국 현장 중심의 경영활동과 귀결되기에 정책적인 뒷받침까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눈앞의 단기이익이 최우선시 되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요원해진다.
 
건설업이 어렵다고 한다. 실제로 어렵다고 생각하나.
 
건설업 위기론은 지난 외환위기 이후로 항상 현재진행형이다. 역대급 수주 실적을 기록한 2016년과 주요 건설업체들이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보인 2018년도 그랬다. 이렇다 보니 건설업이 어렵다는 얘기는 건설 산업 내의 양극화가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적절하다. 국내 건설업체 수가 전국의 치킨집이나 편의점보다도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건설업의 위기 전망은 계속될 것이다.
 
해외시장에서 국내 건설사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하나.
 
여기서 짚어봐야 할 것은 지금까지 우리 건설업체들이 내세운 경쟁력이 무엇인지다. 제조업과 달리 건설업은 수주부터 시작하기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핵심은 결국 수주 경쟁력이다. 이때 경쟁력을 구성하는 요소는 기술 이외에도 다양하며 분야도 세분화된다. EPCI(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installation), PPP(public private partnership), PF(project financing)같은 용어들이 이를 보여준다. 그런데 지금 우리 업체들이 내세우는 강점은 시공능력과 낮은 가격이 사실상 전부다. 현재 건설업 추세가 기술력에 사업발굴과 자금조달, 유지관리까지 통합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해외시장에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돌파구를 어디서 찾아야 하나.
 
여기에 대응하는 방법은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기반으로 세부 분야의 역량을 키우면서 마치 지역 업체처럼 현지에 동화되는 것밖에 없다. 이는 전략의 수립이 아닌 실행 역량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는 꾸준한 자원과 역량의 투입을 경시하고 당장의 결과물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해외시장에서도 주로 입찰공고 이후에 수주활동이 시작되며, 사전적 정보수집과 현지 활동은 찾아보기 어렵다. 설령 있더라도 대개는 기관의 지원이 아닌 개인역량의 발현이기에 한계가 명확하다. 가령 재능 있는 직원이 인사발령에 따라 타 지역으로 전보되면 다시 제로베이스가 되는 식이다.
 
건설업 발전을 위해 꼭 바꿔야 되는 것이 있다면.
 
통섭 또는 하이브리드형 인재가 양성되는 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만약 불가능하다면 현실을 인정한 뒤 수준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고 욕심 없이 집중해야 한다. 건설업도 종전처럼 단순도급과 시공에만 주력하던 것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산업을 지향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가 취약한 부분도 많이 지적된다. 여기에 기술자들만으로 건설 산업을 발전시키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일본의 유명한 경영구루인 오마에 겐이치는 여러 분야에서 탁월한 업무능력을 가진 사람을 제너럴리스트로,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 그 자리에서 정해진 방법을 빠르고 정확하게 일처리 하는 사람을 스페셜리스트로 정의한다. 점차 사업발굴과 기획, 자본조달, 시공과 유지관리가 하나의 발주로 통합되는 현재 추세에서 제너럴리스트 수요가 커지게 된다.
 
제너럴리스트를 양성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런 필수인력의 양성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자원이 소요된다. 따라서 이를 감당할 수 없다면 애초부터 국지적인 시장에서 한정된 파이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굳이 억지로 입으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하이브리드형 인재를 양성하더라도, 창의력 등이 부족한 인재가 학교 성적을 기반으로 연차만을 쌓아 생성된 가짜 전문가와는 구별해야 한다. 스페셜리스트가 되지 못해 자칭 제너럴리스트로 칭하기도 하는, 생존에 특화된 이들의 특징인 사내정치와 속칭 빨대 꽂기 등은 오히려 기업과 산업의 발전에 역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한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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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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