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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혁신 아이콘의 구태 마케팅
2019-07-24 08:00:00 2019-07-24 08:00:00
이종용 금융팀장
며칠전 국내 포털사이트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카카오뱅크 5%'가 올랐다. 카카오뱅크가 계좌 개설 고객 1000만 명 돌파를 기념해 5% 예금 상품을 100억원 한도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해당 특판은 출시 1분이 안돼 한도가 소진되고 말았다.
 
현재 시중은행 예금의 경우 우대 금리를 제외한 기본 금리가 연 2%를 밑돌고 저축은행도 높아야 2%대 후반에 불과하다. 금융사가 일반보다 두배 이상 많은 이자를 내주는 역마진을 감수하면서 특판 상품을 내놓는 것은 신규 고객 유치나 인지도 제고 등 마케팅 목적이 크다.
 
그러나 새로운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일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카카오뱅크의 특판 마케팅을 보는 기분은 씁쓸하다.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배점표에서 혁신성은 핵심 잣대다. 1000점 만점에 350점을 차지한다. 6개 중점 평가 항목가운데 가장 많은 점수다. 인터넷은행의 혁신성이란 차별화된 금융기법, 새로운 핀테크 기술 등이다.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키움뱅크'가 예비인가를 받지 못하고 고배를 마신 이유도 혁신성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을 기반으로 혁신적이고 간편한 서비스가 호응을 받으면서 서비스 개시 만 2년 만에 1000만 고객을 달성했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한국판 인터넷은행'의 성공모델로 꼽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출범 초기 보여줬던 혁신성과 폭발력이 많이 사그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대면 계좌개설, 간편로그인, 간편결제 등 초기 기술들은 이제 새로운 게 아니다. 초대 인터넷은행들은 인터넷은행들은 이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내놓아야 하는 시점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본지에서는 '금융패러다임 바뀐다'는 기획 기사가 나갔다. 신생 핀테크 기업과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기존 금융사와 가격경쟁이 벌어졌고, 그 결과 대형은행의 수수료 수입이 1년새 크게 줄었다는 수치를 근거로 시작했다. 하반기에는 오픈뱅킹 도입과 혁신금융서비스의 출현으로 수수료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핀테크 기업의 장밋빛 전망을 얘기할 때, 인터넷은행의 구태적인 마케팅을 지적한 사람도 있다. 그는 "혁신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보다는 은행 라이선스를 취득해 은행계좌를 보유하겠다는 욕구가 더 커 보인다. 기존 은행과 똑같은 서비스로 출혈경쟁만 부추기기고 있다"고 일갈했다.
 
혁신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카카오뱅크의 역마진 이벤트를 두고 하는 말이다. 당장 소비자에게 이득인 것처럼 보이지만, 지속 가능한 금융서비스라고 할 수 있을까. 이번 고금리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고객은 카카오뱅크 고객(1000만명)의 0.01%에 불과하다. 
 
인터넷은행의 단기 마케팅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제3인터넷은행 선정 작업이 곧 진행된다. 이번에도 예비인가의 핵심 평가 항목은 혁신성이다. 비대면 계좌 개설은 기본이고,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준비 중인 후보군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자체만으로 혁신의 존재로 추앙받던 과거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이종용 금융팀장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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