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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장수명 국가교육회의 기획단장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중장기 국가 교육정책 필요"
"단기 교육정책 반복의 악순환…교육에 대한 국민의 불신 키워"
"미래교육체제, 사회적 합의 통해 최종결정…5·31 교육개혁 한계 극복해야"
2019-07-31 06:00:00 2019-07-31 06:00:00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흔히 교육정책을 '백년대계'라고 한다. 미래 인재들을 기르는 정책이기에 장기적으로 봐야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우리는 정권 교체에 맞춰 교육정책이 바뀌어온 모습을 목격해 왔다.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국가교육회의'는 교육혁신 및 중장기 교육정책을 논의하는 대통령직속 민관합동 자문기구다. 장수명 국가교육회의 기획단장은 29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중장기 국가교육 기본계획 수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 단장은 1960년 경북 상주 출생으로 상주고등학교와 충남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건 주립대에서 경제학(노동, 인적자본과 교육) 석·박사를 받았다. 한국교원대 정책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임 중이다.
 
장수명 국가교육회의 기획단장 사진/국가교육회의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 역점 사업은 무엇인가.
 
국가교육회의는 2017년 12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출범해 장기적인 교육개혁의 방향을 설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설치될 때까지 주요 교육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교육의 중장기 방향을 제시하고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어떤 일을 하게 되나.
 
한국사회는 서구가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룩한 근대화를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추진하면서 단기에 효과를 보려는 현안 중심의 사업 과제에 집중하는 정책 경향이 굳어졌다. 특히 5년 주기의 단임제 대통령제는 이러한 흐름을 강화시켰고, 양당제의 정치 대립과 정권 교체에 따라 일관되지 않는 단기적 처방 위주의 정책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겪었다. 그 결과 교육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졌다.
 
이에 국가교육위원회는 정권의 주기를 넘어서서 밑으로부터의 사회적 합의를 추구한다. 또한 10년 단위의 국가교육기본계획을 수립해 일관성 있고 지속가능한 교육정책으로 우리 교육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도 각 후보들의 공통 공약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다양한 공적 논의를 거쳐 올해 3월25일 국회에서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된 상태다.
 
국민들 가운데는 '이미 교육부가 있는데 왜 굳이 국가교육위원회가 필요한가'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꼭 필요한 이유가 있다면.
 
교육부는 행정부처의 특성상 5년마다 이루어지는 대통령 선거와 이후 구성되는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이런 체제에서는 중장기적 전망을 갖는 교육정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힘들다.
 
교육문제에 대한 인식이나 해결방안에 대한 단기적 견해 차는 크겠지만, 장기적인 방향과 방안은 합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교육선진국의 경우 국가교육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설치해 사회적 합의에 기반을 둔 미래교육의 기본방향을 수립하고 중장기적 교육 계획을 제시하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가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고자 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설립되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국가교육위원회가 설치되면 이러한 업무를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일관성 있고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특히 소수의 교육 전문가들이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교육 주체, 기관들 간의 네트워킹을 통한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해 이들의 참여와 숙의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방식으로 교육정책의 방향이 결정되고 실행되는 민주적 구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와 별도로 국가교육회의는 올 해 '2030 미래교육체제'수립을 준비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선진국의 교육개혁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학습자들은 배움의 결과뿐만 아니라 배우는 과정에서도 학습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행복하게 양질의 삶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에서 국가교육회의는 논의의 출발점에 있는 2030미래교육체제 수립의 화두로 3가지를 제안했다.
 
우선 첫 번째 화두는 학생 개개인에게 분화된 성장 경로를 보장하는 것이다. 모든 학생들이 자기실현의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자기성장의 경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화두는 학습자가 주도적으로 자신의 학습과 삶을 설계하고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미래교육체제에서는 아이들이 배움의 주체로서 능동성과 자기주도성을 발휘해 자기를 실현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특성과 자질, 통합적 사고력, 창조력이 발현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 세 번째 화두는 서로 돕고 함께 잘 살 수 있는 상생평화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고 상생의 관계를 맺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지능정보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넘어, 새롭게 형성해 나가야 할 사회적 관계가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관계 맺을 줄 알고 함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학습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 10월에 개최하는 '한·OECD 국제교육 컨퍼런스'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인가.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는 오는 10월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일산 킨덱스에서 '미래교육 2030, 더 나은 삶을 함께 만들어 갑니다'라는 주제로 개최된다. 대한민국 미래교육의 방향과 과제에 대해 글로벌 차원에서 논의하고 국내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컨퍼런스에서 OECD는 교육2030 학습틀로 한국교육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국가교육회의는 유초중등교육, 평생 직업교육, 고등교육 분야에서 대한민국 미래교육의 비전과 체제의 방향성을 제시할 예정이다. 컨퍼런스에서 발표되고 토론된 내용은 2030년 전후 10년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미래교육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취학정원이 감소하고 있어 대학 구조조정 등의 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했다. 수도권과 지역대학의 격차도 심화되는 상황이다. 한국 대학교육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 부탁드린다.
 
우리 교육은 학생들의 높은 학업성취도와 고등교육 취학률에도 불구하고 입시경쟁을 위한 교육, 장시간의 학습시간, 높은 사교육비, 부실한 대학교육, 서울중심의 대학서열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기존의 대학서열화에 학령인구 감소 문제가 중첩되면서 학생을 선발하는 상위권 명문 대학과 학생을 모집해야하는 대학으로 균열이 심화됐다.
 
이러한 고등교육의 문제를 고민하다보면 5·31 교육개혁과 만나게 된다. 25년 전 김영삼정부가 단행한 5·31 교육개혁은 민주화 이후 세계화에 대응해 교육을 변화시키려는 하나의 시도였고, 아직 그 부정·긍정의 영향력이 존재한다. 평생학습과 학교·대학의 자율화를 강조한 것은 지금도 유효하지만, 정부책임을 늘려야 할 시점에 교육의 사학의존도를 확대했으며 동시에 민주화 요구에도 중앙의 하향식 정책관행이 유지됐다.
 
따라서 미래의 대학교육체제는 5·31 교육개혁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대학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늘려 사학의존도를 낮추고,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확대하면서 대학이 지역 경제 및 삶과 관련성을 높이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국가교육회의에서도 이러한 방향에서 고민을 계속 해나가겠다.
장수명 국가교육회의 기획단장이 지난 6월27일 부산에서 열린 2030교육포럼에 참여해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가교육회의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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