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라이프)로봇이 서빙하는 식당, '메리고키친'…앱으로 주문하고 로봇이 서빙하고
벽면엔 모노레일 위 소형 로봇·홀엔 사람 앉은 키 높이의 서빙로봇
신기·불안 공존…자연스레 찾게 되는 종업원
입력 : 2019-08-08 06:00:00 수정 : 2019-08-08 06:00:00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어휴, 깜짝이야. 소리 없이 너무 조용히 온다."
 
자율주행 서빙로봇을 처음 마주하고 내뱉은 한마디다. 음식 주문을 위해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던 차에 자율주행 로봇이 조용히 다가와 물병과 물컵, 포크 같은 기본 식기류를 전달했다. 기자는 멀뚱히 기계를 바라보다 로봇이 가져다준 식기류를 식탁 위로 옮겼다.
 
기자가 앉은 테이블로 음식을 가져다 준 '메리고키친'의 서빙로봇. 사진/김동현 기자
 
우아한형제들이 지난달 23일 서울시 송파구 이탈리안 퓨전 레스토랑 '메리고키친'에서 자율주행 서빙로봇을 배치했다. '배민스마트오더'로 음식을 주문하고 로봇이 서빙한 음식을 이용자가 식탁에 옮기는 서비스다. 국내에선 아직 상용화하지 않은 로봇 서빙을 체험하기 위해 지난 3일 메리고키친을 찾았다.
 
메리고키친은 식당 인테리어나 메뉴 구성면에서 일반적인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이점이라 한다면 식탁마다 배치된 주문 안내서, 식당 홀을 돌아다니는 로봇 등이다. 기자는 입구 쪽 식탁에 자리를 잡고 '배달의민족' 앱을 열었다. 안내서는 배달의민족 앱에서 안내서 상단에 있는 QR코드를 인식해 원하는 메뉴를 선택해 음식을 주문·결제하도록 소개하고 있다. 자리에 앉은 손님에게 다가와 음식을 소개하는 종업원은 없었다.
 
'배달의민족' 앱의 '배민스마트오더'로 QR코드를 인식하면 메리고키친 메뉴를 선택해 주문할 수 있다. 사진/앱 캡처
 
QR코드를 인식한 후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메뉴를 정독하던 기자에게 서빙로봇이 인기척 없이 다가왔다. 총 4칸으로 구성된 서빙로봇의 맨 위 칸에 접시와 같은 기본 식기류가 올려져 있었다. 식기류를 직접 옮기고 체크 버튼을 누르면 화면에 '웃음 표정'을 띄우고 원래 있던 주방 앞 제자리로 돌아갔다.
 
주문 안내서 QR코드를 인식하면 바로 '어서오세요 메리고키친입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메뉴판이 앱 화면에 등장했다. 메뉴판에는 음식 이름과 음식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적혀 있는데, 고르려는 메뉴에 대한 추가 설명이 필요하면 자연스레 종업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과일주스'는 '매일 매일 신선한 과일로 갈아만든 주스'라는 설명으로 끝나 어떤 과일이 들어갔나 알 수 없었다. 추가 설명이 있나 확인하기 위해 메뉴 오른쪽 아래의 '+'를 누르면 자동으로 장바구니에 담겼다. 어쩔 수 없이 계산대에 있는 종업원에게서 오늘과일주스가 토마토 주스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모노레일을 따라 있는 벽 쪽 식탁도 서빙로봇이 음식 전달을 담당한다.
 
메뉴 선정이 끝나면 앱 안에서 결제까지 완료하면 된다. 매장에선 테이블 번호와 접수 메뉴를 확인해 조리를 시작한다. 이용자는 앱과 푸시 알림 등을 통해 조리 시간, 조리 완료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결제까지 마치고 음식을 기다리다 보면 테이블 곳곳을 누비는 서빙 로봇을 볼 수 있다. 매장 안을 돌아다니는 자율주행 서빙로봇은 한 번에 최대 4개 테이블에 음식을 나를 수 있다. 매장 직원이 음식 쟁반을 서빙 로봇에 담아 테이블 번호를 입력하면 로봇이 주문자 식탁으로 향한다. 벽 쪽에는 모노레일을 타고 움직이는 로봇도 있다. 이 모노레일은 식당 안에 있는 방까지 연결돼 방에 있는 이용자의 식탁까지도 로봇이 서빙을 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벽 쪽에 앉은 손님이 없어 모노레일 로봇을 구경할 수 없었다.
 
서빙로봇은 조리가 완료된 음식을 기자가 앉은 테이블 바로 앞까지 가져다줬다. 앉아서 뜨거운 접시를 직접 옮기기는 부담이 돼 자리에서 일어나 접시를 옮겼다. 음식을 옮기고 화면의 체크 버튼을 누르면 이번에도 역시 웃음 표정을 띠고 주방 앞으로 돌아갔다.
 
주방 앞에 대기 중인 자율주행 서빙로봇. 사진/김동현 기자
 
사람이 아닌 로봇이 서빙한다는 점에서 신기했지만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기대하는 '대접'은 받지 못한다는 생각도 일부 들었다. 음식을 직접 옮기다 이용자 부주의로 인한 안전사고도 걱정됐다. 로봇이 가져다준 뜨거운 음식 접시 앞에는 '뜨거우니 조심하세요!'라는 안내문이 같이 있었다.
 
우아한형제들은 로봇 기술 개발을 통해 음식점 운영 효율성을 높이려 한다. 그러나 이용자 관점에서 사람을 찾는 것이 빠를 때도 있었다. 물이나 냅킨을 채우려면 앱으로 다시 추가하면 되는 걸까 찾아봤지만 앱 안에는 그런 기능은 없었다. 역시 종업원을 찾는 것이 빨랐다. 식당 곳곳에 두명의 종업원이 식탁을 치우기 위해 돌아다녀 로봇과 사람의 공존을 직접 관찰할 수 있었다.
 
메리고키친 운영은 배달의민족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일반 외식업주가 맡는다. 메뉴 구성, 요리, 직원 관리 등 운영 전반을 점주가 책임진다. 우아한형제들은 이곳에 외식업 관련 기술을 구현·관리하는 것으로 역할을 구분했다. 회사는 최근 요리 로봇 개발에도 착수해 담당 로봇이 음식점이나 일반 개인의 음식 조리를 책임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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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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