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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금융혁신법'부터 매듭지어야
2019-08-14 08:00:00 2019-08-14 08:00:00
이종용 금융팀장
"금융혁신에 속도를 내야 한다."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은성수 내정자는 지난 9일 내정자 발표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혁신을 통해 금융 시스템도 안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혁신에 방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새 금융당국 수장의 '금융혁신' 일성에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결국 또 혁신 얘기인가'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정부가 바라는 '혁신'이 무엇인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다는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금융혁신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당국의 규제 완화 기조는 계속되고 있지만, 제도적 근거가 되는 금융혁신법이 국회에 막혀 있어서다.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이후 지금까지 법안소위에 계류 중인 ''금융혁신법' 이야기다.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법(신용정보법), 자본시장법, P2P(개인간 거래) 대출 관련 법안,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4개 법안이 꼽힌다.
 
특히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문재인정부의 초대 금융위원장인 최종구 위원장이 데이터 경제 활성화라는 목표를 걸고 야심차게 추진해온 법안이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비식별정보를 상업적 목적의 통계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반으로, 본인 신용정보 통합조회서비스인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 데이터 전문기관을 통한 이종 산업간 데이터 결합 등을 활성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금융위는 이미 신용정보법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마이데이터산업 도입과 신용정보원의 빅데이터 인프라, 데이터 거래소 등의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 한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핀테크 기업들은 여전히 금융정보를 이용하기 위해 '을'의 위치에서 금융사와 계약을 맺고 있고, 기존 금융사들도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직격탄을 맞은 카드업계의 경우 경쟁력 강화 방안이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달려있다.
 
금융혁신법이 국회에 계속 묵혀있게 되면 금융권에서는 '말로만 혁신'으로 인한 피로감이 가중될 것이다. 사업 준비를 끝마치고 영업 허가만 기다리고 있는 금융혁신 '유니콘'들도 제대로 날개를 펴지 못하고 묻힐지 모른다.
 
지난 몇 년여간 금융위원회가 보여준 금융혁신의 성과는 인정한다. 개인정보 주권을 개인에게 돌려주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비롯해 인터넷은행에 대한 인가에 의지를 보여 주는 등 꾸준히 혁신을 위한 정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왔다.
 
다만 현장 규제의 빗장을 푸는 방식만으로는 반쪽자리 금융혁신에 그칠 수밖에 없다. 성공적 금융혁신을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이 뛸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법 근거를 마련해 금융플레이어들이 느끼는 혁신 부담감을 제거해줘야 한다.
 
이달 14일에 국회 정무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가 재개된다고 한다. 선거법 처리 등으로 파행을 거듭한지 5개월만이다. 정부 발의 형태든 의원 발의든 금융혁신법은 마련돼 있다. 시장의 요구가 큰 사안이지만, 여야 이견이 크고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 한발짝 못나가고 있을 뿐이다.
 
은성수 내정자의 역할이 필요한 지점이다. 은 내정자가 국회와 얼마나 적극적으로 사전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주요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가 갈리는 상황이다. 문재인정부 들어서 심혈을 기울인 혁신금융의 가시적인 성과가 금융혁신법 통과에 달려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종용 금융팀장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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