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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 "비재무적 데이터로 기업부실징후 찾는다"
"AI 머신러닝 기술 통해 뉴스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 준수 여부 파악"
"제조·건설·도소매 등 선명한 예측률 보여…기업들 부실위험 선제 대응 가능"
2019-08-22 06:00:00 2019-08-22 09:45:07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베트남 협력사의 사고나 파업이 국내기업 경영에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을 평가하는 보고서에는 관련 내용이 빠질 수 있거나, 작성이 강제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로컬컨디션(지역상황)이라는 기준이 적용돼 문제를 지적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미국의 환경규제 준수 여부가 인도 기준에선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연구원 출신인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는 이 점을 주목해 창업에까지 나섰다. 뉴스, 공개된 경영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준수 여부를 인공지능(AI)으로 파악해 시장에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런 비재무적 데이터의 분석으로 기업 부실징후까지 파악하는 기업여신평가 모델도 제시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소는 이같은 혁신을 인정받아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되기도 했다. 윤 대표는 “제조, 건설, 도소매업 등에선 충분한 데이터 표본을 확보해 이미 선명한 예측률을 보였다”며 “기업들도 이런 분석을 참고해 부실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는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를 만나 ESG경영 정보를 기반한 차별화된 기업평가모델 도입 배경과 그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 사진/지속가능발전소
 
ESG 기업평가에 대해 낯설다. 설명을 부탁드린다.
 
기업의 지배구조와 리더십, 노사관계, 업무문화, 환경보존 기여도 등 비재무적 요소를 종합해 기업을 평가하는 모델이다. 우리나라에서 ESG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2016년 'ESG 경영'을 언급하며 주목도가 커졌다. 이미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등 주요 해외기관들은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도 공시에서 유가증권 상장사의 ESG 등급을 공개하고 있다.
 
해당 영역으로 창업까지 결심하게 된 과정을 알려달라.  
 
2010년 3개의 국내 기업이 ESG 컨설팅 업체의 도움만으로 DJSI 월드 섹터 리더에 선정됐다. LG환경연구원에 있다가 그 업력에 대한 동경으로 이직을 결심했다. 운 좋게 관련 기업으로 이직을 했지만 ESG 컨설팅의 문제점을 접하게 돼 한 달 만에 그만 뒀다. 기관들이 ‘오염된 데이터 소스’로 평가를 한다고 판단이 들어서다.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ESG리서치 회사와 이를 전문적으로 컨설팅하는 자문사가 있는데, 자문사가 리서치 회사에 제출할 모범답안지를 고객사에 주고 있다. 이걸 믿고 투자하는 사람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또 GRI(지속가능성 보고 가이드라인·Global Reporting Initiative)를 통해 자사가 ESG 실천여부를 보고하도록 되어 있으나 의무사항이 없다. 화성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2013년 불산 유출사고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났지만 해당 내용은 ‘사고가 잘 수습 됐다’는 식으로 보고된 게 끝이다.   
 
그래서 해결책으로 접근한 것이 뉴스인가.
 
경영관계, 노사관계, 지역 환경관계 등 뉴스 자료에는 해당 경영의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내용들이 계속해 언급된다. 문제는 이를 정형화 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AI(인공지능) 머신러닝에 주목하고 이를 위한 알고리즘 구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기획 단계에서 모델 제시 정도는 할 수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2014년 말 데이터 분석 자격증을 따고 개발에 들어갔다. 
 
분석 기준으로는 LG환경연구원에서 다뤘던 리스크 평가 방법론을 삼았다. 머신러닝에 리스크평가 방법론을 적용하면 사람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국제금융공사(IFC) 기준에 따라 국가별, 지역별 상황에 구애 받지 않는 글로벌 평가 모델을 만들었다. 
 
이제 이것을 누가,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해 졌는데 정부 과제를 신청해도 계속 떨어졌다. 시장이 없다라는 이야기였다. ‘위험의 외주화’ 즉, 공급망 리스크에서 답을 찾았다. 협력업체의 리스크가 곧 자사의 리스크로 이어진다는 관점으로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AI시스템이 구축되고 머신러닝을 시현할 수 있게 되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이번 혁신금융서비스 선정된 부분은 여신심사체계 개편서비스로 알고 있다.
 
ESG경영을 달성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기여하는 지속가능금융에는 투자와 뱅킹(Banking)으로 구분되어 있다. 먼저 기획된 건 기업평가(투자)부분이고, 이번에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된 부분은 뱅킹 내용이다. 기술도, 대출 이력도 없는 기업이지만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고 있다면 돈을 빌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진행했다. 지난해 참가하게 된 신한 퓨처스랩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신한은행이 2010년부터 2018년 5월까지 취급한 여신기업 5만7000여개 중 부도기업을 추렸다. 부도 날짜를 기점으로 2년간 어떤 뉴스의 패턴이 부도 기업에서 나오는 지 학습했다. 그리고 정상 차주에 대해서도 학습했다. 
 
이후 이 모델로 지난해 말 신한은행의 1400여개 차주 리스트 중 10개의 부도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뽑아보기로 했다. 모든 기업에서 데이터가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4개 기업의 신용등급이 지난 5월 일제히 하락했다. 저희는 연말의 재무정보가 그제야 신용등급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봤다. 과거 부도난 회사의 데이터를 더 모아 따라간다면 정확도는 더 높아지겠지만, 현재까진 문제가 있는 기업에 대해서 바로바로 평가가 가능한 점이 드러났다고 본다. 은행의 대출심사시스템을 전면 혁신하겠다는 혁신금융의 방향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으로 규제샌드박스가 적용돼 4년간 신용조회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사업모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신용평가사에서 연락이 온다. 3대 국가신용등급 평가사인 피치가 연초에 ESG를 도입해 신용평가를 발표하는 상황이라 기존 신용평가사들의 관심이 많다. 함께하게 된다면 파트너사로 협업하는 형태로 자리 잡지 않을까 싶다. 
 
사실 그것보다 저희 스스로를 증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실 데이터 취합을 위해 은행법에 적용이 예외 되고 싶어 혁신금융서비스 신청했다. 양질의 데이터를 모아 평가모델의 정확도를 높이고 싶어서다. 하지만 은행의 신용정보는 현행법상 제한이 있다. 
 
저희가 대상 기업은 2년 내 부도가능성이 적다고 인정만 해주면, 은행이 대출 가능하다고 판단이 서는 수준까지 올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데이터와 시간이 필요하다. 금융위에서 준 유예기간 내에 기존 신평사 수준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여신이란 성과를 내고 회수율도 나와야 한다. 스스로 시장 내에서 플레이어로 자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규제샌드박스 적용 외에도 어려움으로 다가오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고용노동부와 공공데이터 공개를 두고 타투고 있다. 공공데이터 중 산업재해데이터를 몇 년 전 공개 요청했는데 거부를 해서 분쟁조정위원회 요청을 했다. 두 차례 다 우리의 손을 들어줬으나 고용노동부는여전히 반응이 없다. 미국은 회사에 사고가 나면 그 내용과 피해 정도, 배상 규모에 대해 상세하게 공개된다. 기업의 경영환경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비재무적 요소 중 하나인데 이런 부분이 제약으로 다가온다. 
 
유럽은 지난해부터 대기업의 비재무 정보를 홈페이지 등에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그 대상이 협력사도 미치고 있어 원·하청 구조개선 등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예컨대 이제는 일정 수준 이상의 CEO 연봉도 공시되고 있지 않나. 공개되는 평가 잣대가 다양해질수록 기업평가의 정확도는 물론 더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지속가능발전소는 인도, 러시아, 프랑스 키르키즈스탄,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임직원들과 함께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긍정적 사회 변화를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 앞줄 가운데)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 사진/지속가능발전소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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