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분양가 상한제는 건설사 폭리 막기 위한 것”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운동본부장 “집값 안정화해 젊은이들에게 희망 주는 나라 만들고 싶어”
“국가가 땅 팔지 않고 건물만 분양하면 집값 안정화 효과 클 것”
입력 : 2019-09-01 06:00:00 수정 : 2019-09-01 0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자 부동산 시장이 요동친다. 사유재산인 주택을 정부가 통제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부터 주택 공급이 부족해져 결국 집값이 오를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업계와 시장의 반발이 심한 가운데 이와는 다른 의미로 정부 규제를 비판하는 이가 있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운동본부장은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설사 폭리를 막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게 정부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는 2년 전 8·2대책 후속 조치로 분양가 상한제를 진작 도입했어야 했다는 지적했다. 김 본부장의 비판을 그저 규제론자의 주장으로 흘려들을 수만은 없다. 그는 20년 가까이 대형 건설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업계에서 종사한 경험을 토대로 나오는 비판이 날카롭게 들리는 까닭이다.
 
부동산건설개혁운동본부장을 맡으며 올해 초 경실련으로 복귀했다. 이유가 있나
 
집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 부동산을 안정화시킨 경험을 살려 집값을 낮추기 위해 돌아왔다. 한창 활동한 2000년대 노무현 정부 때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를 만났다. 그를 만나 후분양제,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오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고, 나와 약속한 세 가지를 지켰다. 그러자 노무현 전 대통령도 분양원가 공개를 추진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 전까진 노무현 정부는 규제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노 전 대통령 임기말에 겨우 관련법이 시행됐다. 부동산을 안정화하는 틀을 만드는 데 기여했고 어느 정도 집값이 안정화됐다고 생각해 당시 맡았던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집값이 오르니 이대로 가다간 큰 일 나겠다 싶었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운동본부장. 사진/뉴스토마토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한다고 하면서 강공 드라이브를 건다. 건설사나 시장에선 지나친 규제라고 한다
 
분양가 상한제는 시행하는 게 당연하다. 선분양제를 진행하는 국내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없으면 소비자를 보호할 수 없다. 일반 국민 개개인은 아파트를 얼마에 짓는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돈을 받기로 계약하면 물건, 즉 아파트를 제공하는 건설사는 이익 극대화를 위한 유혹에 빠질 위험이 크다. 건설사뿐 아니라 누구라도 그럴 거다. 가격에 걸맞는 좋은 집을 내놓지 않는다는 거다. 하자 투성이 아파트가 나온다는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잖은가. 분양가 상한제가 없으면 건설사들의 폭리만 부추기는 꼴이 된다. 정부가 나서서 건설사가 폭리 취하는 걸 막겠다는 게 분양가 상한제다. 선분양제에선 분양가 상한제가 따라오는 게 당연하다.
 
업계나 시장의 반응이 과도하다는 건가
 
분양가 통제는 정부의 당연한 역할이다. 가격의 적정선을 지켜 소비자를 보호하는 게 정부 역할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하지 않고 소비자 보호에 나서지 않는 건 국가가 주택 시장에 관여하지 않는 거나 다름 없다. 오히려 지금보다 분양가 상한제 내용을 강화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에만 한정할 게 아니다.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면 정비사업이 막혀 서울내 공급이 부족해질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거짓말이다. 얼마든지 반박할 수 있다. 현 정부가 3기 신도시를 비롯해 수도권 30만호 공급 대책을 내놓았다. 공공임대주택은 65만호를 내놓는다고 한다. 이렇게 공급이 나올 예정인데 집이 부족해질 거란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을 안 한다고 새 집이 아예 안 나오는 것도 아니다. 빌라, 다세대 주택은 계속 새로 짓는다. 이런 곳은 아파트와는 달리 비싸면 수요가 줄어든다. 그래서 집값을 끌어올릴 걱정도 덜한다. 공급이 부족해질 거란 주장은 노무현 정부 때도 똑같이 나왔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건가?
 
정비사업의 부작용을 볼 필요가 있다. 재건축·재개발을 진행하면 새로 지은 아파트가 고가에 공급된다. 집값을 자극하는 꼴이다. 오히려 정비사업을 안 하는 게 나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비사업 구역에서 전세 등 임대로 살고 있는 이들을 주목해야 한다. 임대로 살고 있는 이들 대부분은 정비사업이 진행되면 길바닥에 내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렇다고 국가가 이들을 도와주고 있는 것도 아니잖은가. 
 
분양가 상한제로 집값 잡을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아파트의 분양원가는 택지비에 건축비를 더한 값이다. 올해를 기준으로 정부가 고시한 기본형 건축비는 3.3㎡당 약 645만원이다. 여기에 땅값을 더한 가격 이하로 분양가를 책정하도록 하면, 또 그런 주택이 많아지면 그 인근의 집값도 덩달아 내려갈 수 있다. 분양가가 저렴한 집으로 수요가 이동할 것이고 기존 주택 수요가 줄어들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다. 국가가 땅을 팔지 않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건물분양방식을 적용하면 집값 안정화 효과가 더 클 것이다. 공공이 땅을 소유한 채 건물만 분양하는 것이다. 분양가에서 땅값이 빠지니 가격을 낮출 수 있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운동본부장이 분양원가 산정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분양가도 문제지만 대출 규제가 심해 집을 못산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출 규제가 아니라 대출 정상화다. 현재 집 없는 이들을 제외하곤 대출이 거의 막혔다. 이게 정상이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투기상품이 돼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집이 있는데 대출을 한다는 건 투기자금을 확보한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왜 국가나 금융기관이 투기 자금을 융통해줘야 하는가. 집 없는 이들이 최초로 주택을 구매할 때라면 몰라도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대출을 해줘야 할 이유가 없다.
 
건설업계에 종사하다가 시민운동으로 전향했다. 계기가 있었나
 
1980년대 초반부터 20년 가까이 대형 건설사에서 근무하면서 잘못된 관행과 병폐를 목격했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사태는 현장의 부조리가 쌓인 탓이라고 본다. 공사장 추락 사고도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건설사들은 품질이 엉망인 건축물을 상품이라고 내놓으면서 안전에도 무관심하다. 그러면서 거품 낀 아파트를 팔며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 이런 데 회의를 느꼈다. 건설사의 불의를 알리고 뜯어 고치고 싶었다. 
 
본부장으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당연히 집값을 낮추는 것이다. 3.3㎡당 서울에선 1000만원대에, 경기도는 800만원대, 그외에 지방에선 700만원대로 집값을 안정화시킬 계획이다. 주택이 투기상품이 되면서 집값이 오르고 모든 사회 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월급이 올라도 집값 상승폭이 더 크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집값을 안정화해 젊은이들의 삶이 나아지는, 희망을 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
 
목표 달성 기한은 언제인가
 
내년이다. 총선이 있어서다. 경실련이 준비하는 정책이 각 정당의 주요 공약이 되도록 뛰어다닐 생각이다. 주택금융, 주택세제, 주택공급, 주택거래, 주택임대, 구도시·신도시 같은 도시개발 등등 관련 제도와 법령을 개선하도록 할 것이다. 공무원들에게만 맡겨선 한계가 있다고 본다. 
 
김헌동(오른쪽 두번째)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운동본부장이 '공시가격 도입으로 인한 고가단독주택 세금 특혜 분석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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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응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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