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거제 포로수용소를 '평화공원'으로 탈바꿈"
한반도 평화체제, 세계인에 감동…거제에 평화 콘텐츠 배치
'활력경제'로 조선업 전방위 지원…장기적으론 고용률 상승 중
입력 : 2019-09-04 07:00:00 수정 : 2019-09-04 07: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경남 거제시는 한반도 남동쪽 가장 끝에 있다.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해전에서 거둔 첫 승리인 '옥포해전'이 벌어진 곳으로 유명하다. 한국전쟁 땐 거제 포로수용소가 있었다. 국내 조선업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김영삼·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으로,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대통령을 두명 배출한 고장이다. 민선 7기 변광용 시장은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거제시를 '1000만 관광도시'로 만드는 게 목표다. 그는 "임기 중 사람들이 '가보자', '살아보자'는 매력을 느끼게 하고 싶다"면서 "경제와 삶의 질 등에서 그런 부분을 하나씩 갖추는 결과물을 보여드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변 시장은 1966년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리에서 태어났다. 거제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참여정부 땐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에서 자문위원을 맡았다. 2006년 지방선거와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지난해 지방선거에 출마해 시장에 당선됐다.(편집자)

거제시청 2층에 위치한 변광용 시장 집무실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면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게 있다. 시장이 앉는 책상 뒷벽에 큼지막하게 새겨진 '세계로 가는 평화의 도시 거제'라는 문구다. 이색적인 광경이다. 거제라면 한반도 남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섬 동네다. 서울에서 차를 몰고 꼬빡 5시간을 내달려서야 닿을 수 있는 곳이다. 그런 거제시가 '세계'를 지향하고, '평화'를 내세웠다는 건 의외다. 변 시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 문구는 그의 철학이 반영된 민선 7기 거제의 시정구호였다.
 
"포로수용소의 재발견…17일부터 저도 개방"
 
집무실의 첫인상 때문인지 인터뷰도 '세계와 평화'로 시작됐다. 대화 중 변 시장이 가장 많이 꺼낸 단어는 '거제 포로수용소'였다. 거제시 고현동 일대에 있는 이곳은 한국전쟁 때 북한군과 중공군 포로를 수용할 목적으로 지었다. 당시 전국의 수용소 가운데 가장 많은 포로를 수용했었다. 전해지는 바로는 북한군 15만명, 중공군 2만명을 수용했다. 거제시는 전쟁 이후 일부 터만 남아 있던 수용소 부지를 확장, 2005년 유적공원으로 개축했고 이후에도 개보수를 거치며 지금까지 관광지 역할을 하고 있다.
 
8월29일 오후 변광용 거제시장이 거제시청 집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거제시청
 
하지만 변 시장에겐 더 큰 포부가 있었다. 그는 "거제 포로수용소는 귀한 자원인데 단순 관광지가 아니라 평화의 상징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곳이 한국전쟁 유적인 터라 그간 너무 전쟁·이념 중심으로만 인식이 잡혔다고 지적, 앞으로는 전쟁을 넘어선 통합의 상징이 될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말이다. 변 시장은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거제시에 어떻게 역사적 스토리가 녹아 들어간 콘텐츠를 확보할까 고민했다"며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갈등·대립을 겪었고 자유를 억압한 아픈 역사를 간직한 거제 포로수용소에 자유·평화 관련 특화 콘텐츠를 배치해서 '평화의 도시' 이미지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거제시는 내년부터 2024년까지 거제 평화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평화공원엔 한국전쟁 참전국 16개국과 의료지원 5개국의 평화를 향한 고귀한 희생을 기억하는 평화수호관이 들어선다. 변 시장의 구상은 마침 문재인정부 들어 남북 평화체제가 구축되자 호기를 맞았다. 그는 "전쟁을 경험하고 지금도 분단된 한반도가 평화와 공동번영의 땅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은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거제를 세계적 관광도시로 만드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거제시가 유명해진 일이 있었다. 7월30일 문재인 대통령이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의 '저도'를 방문한 가운데 이 섬을 일반에 개방키로 해서다. 저도는 1972년 대통령 휴양지(청해대)로 지정된 후 줄곧 일반인의 출입이 막혔다. 거제시는 오는 17일부터 1년간 저도를 임시개방할 예정이다. 변 시장은 "임시개방 기간엔 일 탐방객을 600명으로 제한하는 한편 보완책과 연계 프로그램을 수립, 거제의 주요 관광상품으로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7월30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대통령 별장지 '저도'를 방문 행사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변광용 거제시장(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은 이날 행사에서 문 대통령에게 저도 탐방에 대해 브리핑했다. 사진/뉴시스
 
"조선업 직격탄…대우조선 매각과정 문제"
 
변 시장이 거제 포로수용소 리모델링과 저도 관광자원화에 공을 들이는 건 관광산업이 거제 경제발전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바꿔말하면 관광 외엔 거제에서 제 역할을 할 산업이 없다는 의미다. 이는 한때 거제는 물론 한국 제조업의 주력이었던 조선업이 침체된 결과다. 거제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 중 2곳의 조선소가 자리 잡았고, 관련업체 400여개가 입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있는 옥포항 일대는 과거 주요 번화가였지만 2010년대 이후론 공실과 임대를 알리는 벽보가 나부낀다. 조선업이 전성기를 달리던 2000년대 거제시 경제활동인구 10명중 6명은 조선업에 종사했다. 하지만 지난해 거제시 실업률은 7.0%로 치솟았고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됐다.

변 시장은 관광산업으로 거제 경제의 활로를 모색하는 것 못지않게 조선업을 살려낼 역량을 모으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선업 위기를 겪어보니 지역경제와 산업을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전후방산업 연계효과가 흔들려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조선업 회복을 위해 변 시장은 시정목표 중 하나로 '‘활력거제'를 표방하고 전방위적 지원강화를 공약했다. 시장 집무실 한쪽엔 공약 현황표를 갖다 놓고 조선업 회복 등 주요 공약 이행정도와 고용률 등을 챙기고 있었다. 취임 1년 성과에 대해 그는 "아직 조선업황의 회복이 체감될 정도는 아니다"라며 "지역경제 활성화는 특히 시간이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고용률이 단기적으로 내려간 적은 있지만 장기적으론 상승 중"이라며 "국가 예산지원 등을 통해 지역경제를 구할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제시 조선업 이슈 중 가장 뜨거운 현안은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이다. 현재 이 회사는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이 진행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산업은행에서 벗어나 새 주인을 찾는 건 거제시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숙원이었다. 하지만 구조조정 가능성 등이 존재,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매각반대 투쟁을 하고 있다. 변 시장도 이 회사 매각에 대해 '이런 방식은 안 된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있어선 안 된다"고 분명히 한 뒤 "매각 후 일감이 현대중공업 쪽으로 쏠리면 조선업 전후방 연계효과와 경제적 수혜도 울산으로만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통한 국가경제 발전이 중요한 만큼 지역경제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국가경제를 위해 '대승적으로 지역경제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또 "시민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는 매각이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그렇지 못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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