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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어디까지)①플랫폼 영토, 유통·식음료 영역까지 확장
식음료 앱 시장 성장 바탕 공유주방 시장 주목…유통 채널도 서비스 공간 확충
2019-09-16 16:08:25 2019-09-16 16:08:25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공유경제란 전통적 소유의 개념이 아닌 차용의 개념으로 물건, 공간, 서비스 등을 나눠 쓰는 경제 활동을 의미한다. 교통이나 숙박에서부터 시작된 공유경제의 플랫폼은 최근 배달 문화의 확산에 따른 외식 시장의 공유주방 등 점차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공유주방은 F&B(Food&Beverage) 사업자의 투자 비용을 낮춰주는 공유경제 비즈니스로 한 개의 주방을 여러 사업자가 동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처음 이 비즈니스 모델이 시작된 미국에서는 지난 2013년 130여개였던 공유주방이 2016년 200여개로 3년 사이 50% 이상 증가한 것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요기요, 배달의민족 등 모바일 기반의 외식 배달 전문업체가 늘면서 공유주방이 주목받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분석업체 앱애니가 2016년에서 2018년 사이 국가별 식음료 앱 시장 성장률을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프랑스가 325%로 가장 높았고, 호주가 300%, 한국이 230% 순으로 나타났다. 대표 소셜커머스업체인 쿠팡도 음식 배달 서비스인 쿠팡 이츠를 테스트하고 있다. 공유주방은 외식 시장 내 소규모 창업자에게도 유용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에서도 내년 예산안에 공유주방 활성화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내용을 포함하기도 했다. 정부는 청년 외식 창업자에게 사업장 임대료와 인테리어, 교육, 컨설팅, 네트워킹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별 유휴 공간을 활용해 공유주방을 조성, 운영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1년 차에 임대료 50%, 공동체 활동 자금, 교육비와 홍보비 등 400만원을 지원한 후 2년 차에 이를 150만원으로 줄이고, 3년 차에는 교육비와 홍보비만 지원하는 등 자생력을 강화하도록 유도한다.
 
국내 공유주방 시장은 지난 2015년 10월 스타트업 심플프로젝트컴퍼니가 설립된 것을 시작으로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국내 최초로 공유주방 서비스인 '위쿡(WECOOK)'을 선보인 스타트업이다. 위쿡은 주방 설비를 갖춘 음식 제조 공간을 사업자가 필요한 시간과 넓이만큼 임대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또 공유주방에서 만든 음식을 판매할 수 있는 카페와 마켓, 백오피스, 제품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도 갖추고 있다.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공유주방 사업 모델의 확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아 지난 3월 롯데그룹의 창업 전문 투자법인 롯데액셀러레이터로부터 15억원을 투자받았다.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롯데그룹의 핵심 유통·식품 계열사인 롯데호텔, 롯데쇼핑 e커머스, 롯데슈퍼, 롯데지알에스 등 4개 업체가 심플프로젝트컴퍼니와 사업을 제휴해 제품 개발 등 다양한 방식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 채널도 공유경제를 실현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하이패스 등 교통관리 시스템업체 에스트래픽과 함께 '일렉트로 하이퍼 챠져 스테이션(Electro Hyper Charger Station)'이란 집합형 초급속 전기차 충전소를 선보였다. 처음 6개 점포에 설치한 초급속 전기차 충전소는 현재 115개 점포로 확대됐다.
 
이마트는 매년 전기차 충전소를 늘려 오는 2022년까지 전 점포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2020년 이후에는 전기차 충전 플랫폼을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영업 매장 전반으로 구축하고, 이와 관련해 신세계포인트 적립, SSG페이와 연동해 간편결제 서비스도 운영할 예정이다.
 
딜카, 쏘카, 마이슈퍼카 등 업체과 협업해 도입한 셰어링카 픽업존도 현재 이마트 48개 점포에서 운영되고 있다. 셰어링카는 1일 이상 차를 빌리는 기존 렌트와 달리 1대의 차를 10분, 30분, 1시간 단위로 나눠 여러 사람이 나눠 사용하는 대표적인 공유경제 서비스다. 이마트는 셰어링카 이용자가 주로 20대~30대인 점에 착안해 젊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픽업존을 확대하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현재 수도권 인근 22개 점포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CU는 서울 강남구, 마포구 등에 있는 50여개 점포에서 전동 킥보드인 킥고잉의 주차 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CU는 계속해서 전기차 충전소, 킥보드 주차 서비스의 이용 현황을 모니터링한 후 지속해서 운영 점포를 늘릴 계획이다.
 
GS리테일은 GS25와 GS수퍼마켓 52개 점포에서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오는 2023년까지 급속 충전 설비를 500대까지 확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GS25는 지난 6월 공유 마이크로 모빌리티 통합 플랫폼 고고씽과 업무협약을 맺고, 현재 전기자전거와 킥보드 충전 공간 대여, 충전 시설 제공을 위한 테스트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세븐일레븐도 이달부터 수도권 4개, 지방 2개 등 6개 점포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6월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와 체결한 업무협약에 따라 세븐일레븐은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업무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단순히 고객이 점포를 방문해 상품을 구매하는 상거래에서 벗어나 각종 전자 공유기기의 충전 기지의 역할로 새로운 물류 플랫폼 환경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또 기존 편의점에 신규 고객이 유입되고, 점주에게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공하는 역할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마트 점포 내 마이슈퍼카 픽업존. 사진/이마트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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