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시론)웹툰, 웹소설의 경제학
2019-09-23 08:00:00 2019-09-23 08:00:00
웹툰과 웹소설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작품의 수도 많아졌고 투자도 늘어나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한류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웹툰 시장은 작년 기준 8800억원, 웹소설 시장은 약 4000억원 선으로 추정된다. 웹툰, 웹소설 작가 수만 해도 수만명에 이른다. 대표 플랫폼 회사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활발하게 투자를 하면서 이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작년에 네이버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네이버 웹툰에 연재 중인 웹툰 작가들의 연평균 수익은 2억2000만원이었다. 몇년 전만 해도 누가 돈 내고 웹툰과 웹소설을 보겠냐고 했는데 어떻게 웹툰, 웹소설 사업은 급성장할 수 있었을까?
 
카카오페이지의 웹툰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하루 만에 100만명이 보는 엄청난 흥행 기록을 세웠고, 드라마로 제작돼 웹툰 원작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최고시률인 8.7%을 기록했다. 이렇게 드라마로 제작되는 것은 원작 스토리의 지적재산권을 활용한 것이다. 현재 카카오페이지에서는 1300개 이상의 콘텐츠 공급자들이 제공한 6만개 이상의 누적 콘텐츠가 소비되고 있다. 이용자들의 하루 평균 조회 수가 약 4000만회에 달한다. 
 
이런 웹툰, 웹소설의 모바일 유통 성공은 유료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있다. 아주 오랫동안 ‘콘텐츠는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기 때문에 컨텐츠 유통업은 사업 모델을 구축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들은 콘텐츠를 무료로 서비스하고,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여 광고로 수익을 추구하는 사업 모델을 택했다. 하지만 카카오 페이지와 네이버 웹툰은 유료 콘텐츠를 팔아서 수익화를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다. 
 
콘텐츠를 비롯한 정보재화는 무료로 서비스되는 것은 경제학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경쟁이 있는 동일 상품 시장에서 가격은 한계비용(marginal cost)에 수렴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계 비용이란 생산량을 한 단위 증가시키는데 필요한 생산비의 증가분을 의미한다. 정보재는 특성 상 고정 비용은 아주 높고 한계 비용은 아주 낮다. 보통 디지털 파일을 복사 비용만 추가로 증가하므로, 정보재의 경우 한 단위를 추가 생산, 유통하는 데 드는 한계비용은 0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든 정보재는 무료가 될까? 그렇지 않다.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그 내용이 모두 다르고 동일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콘텐츠는 경험재로서 개별 소비자이 느끼는 가치가 다 다르다. 이런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격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콘텐츠 플랫폼은 기존의 콘텐츠를 쪼개고 붙여 다양한 버전과 번들 상품을 만들어서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기업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콘텐츠를 분절했고 이용자들의 콘텐츠 몰입 정도에 따라 콘텐츠 가격을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시도를 했다. 예를 들어 웹소설책 한 권을 10개 회차로 잘라서 100원 짜리로 만든다. 마치 게임에서 하나의 스테이지처럼 나누어 놓으면 이용자들이 웹소설을 읽으면서 몰입하고 쉽게 결제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 페이지의 ‘기다리면 무료’ 사업 모델은 모바일 게임 ‘애니팡’의 게임 아이템 유료화 모델에서 영감을 얻었다.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게임 애니팡에서 카카오톡 친구들에게 서로 하트를 선물하는 방식으로 소셜 네트워크 강화 효과를 이끌어내었을 뿐만 아니라, 하트 충전을 위해 일정시간 무료로 기다리거나 돈을 내고 사도록 디자인됐던 것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어떤 사람은 새로 공개된 웹소설, 웹툰의 에피소드를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읽어도 되지만, 또 어떤 사람은 새로운 에피소드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용자는 기다리면 무료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기다리다 보면 몰입도가 떨어져 재미도 줄어들게 되고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을 다시 낼 수 있을지 불확실한 문제도 생긴다. 이 시점이야말로 무료로 소비되던 콘텐츠가 유료로 전환되는 '진실의 순간(The Moment of Truth)'으로서, 바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콘텐츠를 팔고 단골을 만드는 때이다. 
 
웹소설, 웹툰, 영화 외에도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상품의 확대에 따라 사업모델도 진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앞으로 보다 뛰어난 콘텐츠 유통 체계를 어떻게 구축할지 사뭇 기대가 된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