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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공시가격 논란, 감정평가사 활용하면 해결 가능"
김순구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 "감정원 인원 부족, 전수조사 한계 있어"
"공공자산 재평가로 국가 신인도 향상 도모해야"
2019-10-01 14:02:10 2019-10-01 14:02:10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최근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업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결정한 공시가격에 집주인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공시가격이 변경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공시가격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 재산세 등 조세 형평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빌미가 된다. 이에 김순구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은 많은 물량의 공동주택을 소수의 한국감정원 직원이 평가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며, 협회가 축적한 사례와 4100여명에 달하는 감정평가사를 활용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어떤 방식으로 평가를 진행하면 공시가격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김 회장을 만나 직접 들어봤다.
 
김순구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이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먼저 규모나 하는 일 등 협회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는 국민재산권을 보호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1989년 설립됐다. 2016년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법정단체가 됐다. 협회는 설립 목적에 맞게 감정평가제도 관련 제도개선 및 법령정비, 감정평가기준 마련, 감정평가추천제도 및 감정평가심사제도 운영, 회원 교육·연수, 국토교통부장관 위탁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전국에 약 4100명의 감정평가사가 협회에 정회원으로 가입해 감정평가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협회 회원은 감정평가사로서 담보평가, 보상평가, 경매·소송평가, 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 무형자산평가 등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협회장으로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될 현안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부분은 시장 확대다. 우선 담보, 경매, 보상평가 등 현재 감정평가사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기존시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기존 시장으로는 업계를 유지해 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공공자산평가, 기업 기술가치 평가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특히 공공자산에 대한 평가는 현재 우리 정부의 자산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현재 공공자산에 대한 장부가격 등이 실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이를 통해 대외적인 국가 신용도와 등급 등이 상승될 수 있고, 대외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감정평가사는 다른 전문자격사와 달리 감정평가업무와 관련된 이의신청 대리 업무를 할 수가 없다. 예를 들면 국민들이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하려면 세무사에게 찾아가야 한다.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에서는 감정평가사 업무를 열거주의로 규정하다 보니 이의신청 대리와 같은 업무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신청은 세무사보다 해당업무의 전문가인 감정평가사가 검토해 주는 것이 국민편익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 생각한다.
 
최근 아파트 단지 공시가격이 통째로 번복되는 등 공시제도에 대한 신뢰성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문제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우리나라에는 토지 3309만 필지, 공동주택 1339만호, 단독주택 425만호가 있다. 모든 부동산의 가격을 정하는 것이란 어려운 일이다. 공시가격에 대한 결정방식과 산정주체도 다르다. 토지는 감정평가사의 조사·평가로, 주택 및 공동주택은 감정원이 조사·산정으로 하고 있다. 많은 물량의 공동주택을 소수의 감정원 직원이 전수 조사방식으로 하고 제대로 된 검증 절차 등을 거치지 않다 보니 발생한 것 같다. 언론은 깜깜이 조사방식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 보도하던데 부정할 마땅한 자료가 없는 것 같다. 다행스러운 건 국토교통부 담당과에서 공시가격과 관련해 답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정말 구체적인 공시가격 산출 방식은 공개하기 어려운 것인가
 
정부가 할 수 있는 만큼은 공개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모든 부동산의 가격결정 과정과 자료를 공개하라 하는 것에는 정부가 답하기 어려워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평가사들이 담당하고 있는 토지의 경우는 가격 결정 과정에 사용된 자료를 포함해 시가자료, 평가 선례 자료 등을 공개 할 수 있다. 협회는 원가, 시세, 수익 등 3방식을 동원해 정밀하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택과 공동주택의 경우는 조사·산정 방식에 의하는데 그 방식도 조사·평가와 같다고 감정원에서 이야기 하지만 우리는 해보지 않은 방식이라 같은지는 잘 모르겠다.
 
현재 공시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모든 제도는 시대가 변해가면서 더 진보하는 것이 맞을 텐데 우리 공시제도는 그러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원화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지금처럼 토지는 표준-개별-검증을 조사·평가 방식으로 감정평가사가, 주택은 표준-개별-검증을 조사·산정으로 감정원이, 공동주택은 전수조사 방식으로 감정원이 하고 있어 기준의 통일을 기하고는 있다지만 다소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부동산의 공시시스템을 표준-개별-검증의 조사·평가 방식으로 감정평가사를 활용해서 하면 지금의 많은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동산은 다른 재화와 달리 개별성이 강하고 이동이 곤란한 고정성 등으로 인해 시장에서 수요·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지 않는 불완전 경쟁시장에 속하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이런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 역시 여러 요인에 의해 왜곡되고 있으며, 거래가격이 시장의 지표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해서 완전경쟁시장을 상정한 상태에서 부동산가격을 찾아내라고 만든 제도가 감정평가사 제도다. 우리나라에는 세계 어느 나라 보다 잘 양성된 감정평가사가 4100여명이 있다. 이런 평가사를 활용해 토지와 주택, 공동주택의 표준부동산 가격을 시장가격에 맞게 평가해 고시하고, 개별 부동산 가격은 법률에서 정하는 대로 표준부동산가격의 일정율로 고시하면 문제가 되는 물건별, 지역별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조세의 형평성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감정평가사협회에서 전국 공시가격 등을 오류 없이 산출이 가능한 것인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인력과 정보,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표준부동산가격을 시장에 맞게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느냐 하는데 주안점이 있다. 결국 평가사들이 투입돼 왜곡된 정보에 의해 잘못된 가격을 도출해 내지 않도록 만들어 나가면 된다. 협회에는 매년 50만건 정도의 평가전례가 쌓이고 있다. 전국의 거래 자료가 지역에 편중되고 다소 가격이 왜곡되어 있지만, 평가 전례 자료는 평가사들이 손해 배상을 감수하고 면밀하게 검토해 만들어 놓은 가격자료이다. 이를 활용해 전국을 우편번호구역으로 나누고, 구역별 적용가격의 범위를 만들어 평가사에게 제공하고, 제공된 자료와의 차이가 있을시 심도 있게 재검토 할 수 있는 위원회를 두어 면밀하게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면 전국의 모든 표준부동산을 시장가격에 맞게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평가 문제로 감정원과 의견 대립이 있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2015년 5월 27일 국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는 감정원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정을 했다. 모든 감정평가업무에서 철수, 부동산 조사·통계 및 타당성 조사 등 공적기능에 주력, 기능전환에 따른 기관 명칭 변경 검토다. 이후 이를 기초로 2016년 9월 1일 감정원법이 제정되고 감정 평가업에서 철수하도록 했지만, 아직도 기관 명칭을 고수하고 감정평가 유사행위를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결정사항을 지켜 달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감정평가 산업을 발전시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고 국민에 봉사하는 자격으로, 감정원은 법 목적에 맞는 공공기관으로 성장해 가길 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감정평가사협회의 공공기관 전환을 요구하는 것인가
 
평가사들은 어느 전문 자격사보다 공공성이 강한 업무를 수행한다. 정부정책을 수행할 때는 ‘공무수탁사인’으로 공무원에 의제된다. 협회는 감정평가사들의 집합체로 국가정책과 밀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공공성이 강한 협회임에도 외부 시각은 일반 협회처럼 이익 단체로 보고 있어 안타깝다. 그래서 우리 협회는 공공성을 더욱 부여받고 공익을 위해 일하고자 공공기관으로 지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공공기관이 되면 협회는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국가정책을 뒷받침하고, 평가사들의 정부 정책 속에서의 역할을 키워가려면 공공기관이 바람직하다 생각한다.
 
김순구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이 감장평가사 실무수습교육 개강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감정평가사협회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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